구민회 법률사무소 이이(EE, 怡怡)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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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뉴스 칼럼 / 구민회] 영국에서는 에너지 사용량이 많은 산업 현장이 저탄소 미래로 전환할 수 있도록 산업 에너지 전환 기금(Industrial Energy Transformation Fund, IETF)을 만들어 2020년부터 시행 중이다. IETF는 기존 산업 공정을 대상으로 하는데, 산업계가 더 효과적인 기술에 투자하여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고, 탈탄소화 기술에 투자하는 데 드는 비용과 위험을 줄여 배출량을 줄이도록 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BEIS)는 잉글랜드, 웨일스와 북아일랜드의 IETF를 맡아 phase 2 기간(2021년~2027년)동안 150개 정도의 사업을 선정하는 것을 목표로 2억 8,900만 파운드(482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내년 초에 응모를 받는 phase 3에서는 1억8500만 파운드(3112억원)를 투자할 계획을 잡고 있다(스코틀랜드는 따로 스코틀랜드 산업 에너지 전환 기금(SIETF)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산업부가 주관하는 매년 3000여억원 규모의 에너지이용합리화자금 융자지원이 있고, 환경부가 담당하는 연 400억여원 규모의 배출권거래제 할당대상업체의 온실가스 감축설비 도입을 위해 국고보조금 지원이 있다. 그런데 우리가 IETF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은 무엇일까?

우선 IETF는 설비 투자액만을 지원하지 않는다. 아예 지원 대상에 TRL(기술성숙도) 7 또는 8이상의 연구활동을 포함한다. 엔지니어링연구(Engineering study)에 선정되면 5만파운드(8000만원)에서 1400만파운드(233억원)까지 지원받는다. 실증연구(Feasibility study)의 경우는 3만파운드(5000만원)에서 700만파운드(116억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또한 기술채용사업(Deployment)의 경우도 설비투자액 뿐이 아니라 무형의 관련 엔지니어링과 지식 노동 서비스까지 포함해서 지원 금액을 신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발굴/진단/연구/개념설계/최적방안도출/상세설계/측정/검증/보고 등의 활동의 가치를 인정/평가하고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데 매우 인색한 점과 크게 비교된다.

또 IETF는 지원액의 상한이 크고, 기업규모가 커도 지원받을 수 있다. 우선 우리나라와 같이 ‘대기업은 지원받을 수 없다’거나 ‘중소 중견기업만 신청할 수 있다’는 제한은 없고, 기업 규모에 따라 투자액 전체에서 보조금이 차지하는 비율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연구과제에 까지도 큰 자금이 지원될 뿐만 아니라, 기술채용사업(Deployment)의 경우도 에너지효율향상 부문은 TRL8 이상을 전제로 투자액 전체의 최소 30%에서 최대 65%까지 10만파운드(1억7000만원)에서 1400만파운드(233억원)까지 보조금을 받을 수 있고, 탈탄소 부문은 TRL7이상을 전제로 투자액 전체의 최소 30%에서 최대 65%까지 10만파운드(1억7000만원)에서 3000만파운드(500억원)까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IETF는 이와 같은 보조금을 지원받는 대신 많은 정보를 공개하게 한다. 우선 기금을 신청할 때 케이스 스터디를 공유하겠다는데 반드시 동의해야 한다. 특히 엔지니어링 연구 부문에서는 지식공유를 하겠다고 약속하면 보조금비율을 높여 받을 수 있다. 실제로 IETF 웹사이트를 들어가 보면, 선정된 기업의 이름, 과제의 상세한 내용, 대략적인 지원 보조금의 범위 등이 아주 잘 드러나 있다. 예를 들어 스코틀랜드의 위스키 제조 업체인 시바스브라더스의 경우는 MVR(증기재압축)을 통한 산업용 히트펌프 폐열회수 에너지효율향상 프로젝트를 SIETF로부터 지원받아 수행한 내용이 공개되어 있는데, 시바스브라더스는 이 수준에 그치지 않고 개선활동의 상세한 내용을 자사 웹사이트에서 공유하고 있다. 도대체 누가 정부지원을 얼마나 받았고 또 어떤 활동을 하는지 구체적인 내용을 전혀 파악할 수 없고 따라서 우수사례가 전혀 공유가 되지 않는 우리 나라와는 크게 비교된다.  

그 외에도 받은 예산을 연 단위로 소진하지 않아도 되고, 3-4년 이상의 phase 기간 안에만 쓰면 되어서 긴 호흡으로 프로젝트를 운영할 수 있는 점, IETF 실무 담당자가 오랫동안 한 업무를 담당할 수 있고, 또 실무자의 의견이 중시되고 권한이 큰 점, 영국의 일반적 행정 방법이긴 하지만 필요 충분한 컨설테이션 과정을 통해서 이해관계자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점 등 역시 꼭 배울 필요가 있는 점이다.

미국의 IRA나 영국의 IETF처럼 제조업에 대한 에너지 효율향상에 대한 지원이 의미 있게 큰 규모로 이뤄지고 있는 지금, 적게 주면서도 시시콜콜하게 관리는 하지만 우수사례는 전혀 전파가 되지 않는 우리나라의 지원책을 보면 한 숨만 나온다. 소소한 보조금도 무슨 카르텔이라고 이름 붙여 질 수 있는 상황에서 IRA나 IETF 만큼 지원규모를 대폭 늘리자고 주장하는 것은 정말 눈치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관리하느라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칭찬을 받기는커녕 부당한 감사나 터무니없는 민원의 표적이 되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관련 정부기관 담당자들이 영국처럼 많은 정보를 공개할 수 있게는 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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