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민회 법률사무소 이이(EE, 怡怡)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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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민회
법률사무소 이이(EE, 怡怡)
변호사

[이투뉴스 칼럼] ‘에너지 가격이 급등해서 에너지효율 향상이 특히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고 한다. 사실일까?

먼저 에너지효율 향상을 위한 의미 있는 법 개정이나 특별한 제도 개선은 없었다. 에너지효율 향상에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에너지이용 합리화법 개정은 ‘OO년도 O분기 개정 추진’이라는 문구로만 계속 사용되는데 그친다. 에너지 공급자 효율 향상 제도인 EERS는 에너지이용 합리화법 개정을 해서 의무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으로만 수 년째 등장한다. 한전 적자가 수 십조원에 이르는데 전기요금 정상화 없이 의무만 부담시킬 수 있겠는가? EERS는 때를 놓쳤다.  

에너지효율 향상을 담당하는 정부 조직이 새로 생기고 한국에너지공단의 조직이 강화되었는가? 아니면 예산이 크게 늘었나?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은 No이다. 

에너지효율 향상을 위한 민간 투자는 늘어나고 있나? 우선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규제’는 달라진 것은 없다. 에너지이용 합리화법이 강화되지 않았다는 것은 앞에서 지적했고, 배출권거래법도 강화된 NDC를 달성하기 위해서 무상할당배출권이 축소되지도 않았다. 

에너지효율 향상이나 온실가스 감축 투자를 위한 보조금, 융자, 세액공제, 보증 등 인센티브는 계속 변변치 못하다. 그린리모델링도 이자차액지원에 머물러 있고, 녹색 건축물 시장 활성화를 위한 건축물 현황 평가 지원, 에너지 진단 또는 설계 컨설팅 지원 금액도 수백만원 대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그 건축물만을 위한 passive나 active 설계를 하며, 가장 적정한 에너지 공급 방식과 사용량 절감을 위해 애를 쓰고 고민하겠는가?

요즘 건물부문과 농촌 그리고 펜션이 많은 지역에서는 히트펌프가 슬슬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런데 ▶가장 적합한 냉·난방 방식은 무엇인가 ▶히트펌프는 어떤 면에서 해당 지역에 적절한가 ▶히트펌프가 적절한 옵션이라면 지열, 수열 및 공기열 히트펌프 중 어느 것이 적합한가 등을 까다롭게 따져야 한다. 하지만 제대로 검토하는데 충분한 대가가 지급되지 않는다면, 지역 특성에 상관없이 어떤 업자가 어떤 제품을 미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기존 사업들과 동일한 운명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효율 향상이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 국가 전체적으로 또는 민간부문에서 얼마가 투자되었는지 알 수는 있는가? 필자는 잘 모르겠다. 에너지다소비사업장이 매년 에너지사용량신고를 하게 되어 있고 신고 사항 중에 전년도 투자액이 들어가 있지만, 설문조사 수준이고 검증되는 숫자가 아니라서 통계로 취급하기 어렵다. 배출권거래제에 참여한 기업들은 매년 명세서에 온실가스감축투자 내용과 투자에 따른 감축량을 적어 내도록 되어 있지만, 명세서의 대부분 내용이 비공개되어 감축투자 내용을 외부에서 확인할 수 없다(정보를 가지고 있는 환경부도 감축투자활동 규모를 통계로 잡아 공개하지는 않는다).

지난 3월 30일 국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 이차전지, 백신, 디스플레이, 수소,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미래형 이동 수단 등 국가전략산업에 기업이 설비투자를 할 경우 세액공제율은 대기업·중견기업의 경우 현행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각각 확대되었다. 

대기업 3%·중견기업 7%·중소기업 12%가 그 세액공제의 전부인 에너지효율 향상이나 온실가스 감축투자와는 너무나 비교되고 차별되는 현실이다. 왜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고 온실가스를 줄이는 활동이 국가전략산업의 가치를 가지지 않는가? 게다가 다른 투자와 달리 ‘절감량’과 ‘감축량’을 측정해서 투자 효과를 검증할 수 있어 ‘묻지마 투자’라는 비판을 받지 않는데 왜 이런 찬밥 신세를 면하지 못하는가? 

이해관계자들이 보이지 않고 세력이 미미하다고 중요하지 않은 일이 아니다. 에너지효율 향상이 중요하다면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하자. 립서비스는 이제 지겹다. 지금 당장 규제와 지원을 구체적으로 행동으로 옮겨 비싼 에너지를 덜 쓰도록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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