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희소금속 가치를 높이는 생산기술연구원 희소금속산업기술센터

[이투뉴스] '원전 르네상스' 옹호론자인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전 회장은 최근 일본 도시바와 연료 교체 없이 100년간 운전 가능한 차세대 원전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원전은 중국 50기 이상, 러시아 40기 이상, 미국 32기 이상 등이다. 또 우리나라는 신고리 1~4호, 신월성 1,2호기 등을 포함해 2022년까지 12기를 새로 짓는다는 계획이다.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지르코늄 원석, 중간재, 합금 튜브 샘플.

문제는 원자력 발전의 원료가 되는 우라늄 등의 핵심소재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원전 연료봉 제작에 사용되는 지르코늄(Zr, zirconium) 합금 소재 역시 국산화 이전이다.

전 세계적으로 지르코늄 자원을 대량 확보하고 있는 나라는 호주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뿐이다. 또 지르코늄 합금 튜브는 미국, 프랑스, 러시아, 일본 4개국만이 생산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르코늄 합금은 핵분열과 300~400℃ 고온과 150기압의 고압이라는 원자로 환경에서 견딜 수 있어야 한다.

원전 1기당 약 25톤이 사용되는 지르코늄 합금 튜브는 3년마다 교체해야 한다. 14m짜리 한 개에 15만원으로 원자로에 들어가는 튜브가 250~300다발이니 산술적으로 회당 교체비만 11억2500만원을 육박한다.

원전 공사비로 인한 수익보다 소모품인 튜브를 제공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더 크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의 지르코늄 합금 튜브 기술은 초기단계에 머물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전원자력연료 단 두 곳에서만 이를 생산한다.

그나마 원자력연구원의 HANA 피복관은 상용로 연소시험 수행 중이며 한전원자력연료의 지르코늄 합금 튜브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사에서 100% 원소재를 수입해 가공한 제품이라고 한다.

미국, 프랑스, 러시아 등 3개국만 원소재부터 최종 제품까지의 생산 공정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원석에서 1차 가공된 중간재를 전량 수입해 튜브로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희유금속산업기술센터는 지르코늄 소재 국산화에 지대한 관심을 쏟고 있다. 센터는 내출력 변동에 강한 튜브 연구사업을 지식경제부에 건의한 상태다.

이민하 희유금속사업단 선임연구원은 "지르코늄 합금 튜브를 만드는 기술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웨스팅하우스사가 한국원자로연료에 전수한 것은 딱 한 가지 레시피 뿐"이라고 귀띔했다.

센터가 내출력 변동이 강한 튜브를 개발하려는 궁극적 이유는 출력조절 운전이 가능한 원전을 위해서다.

원자력 발전은 전력수요 변화에 따른 출력조절 운전이 불가능한 것이 가장 큰 맹점이다. 출력조절이 불가능한 현재 운전방식으로는 전력 수급에 있어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40% 이상 높일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한다.

그러나 급격한 출력 상승이나 변동은 핵연로봉의 파손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선임연구원은 "현재의 지르코늄 합금 튜브도 출력조절을 견딜 수 없다"면서 "따라서 내출력 변동에 강한 핵연료 튜브 소재 개발뿐 아니라 제조 공정 기술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전을 수출하고 국내 전력 생산의 원전 비율을 늘리려면 장기적으로 연료봉 생산기술이나 출력조절이 가능한 지르코늄 합금 피복관 연구 등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 원전 소재 '지르코늄(Zr)'  주기율표 제4족에 속하는 금속원소. 천연에 풍부하고 공업적으로는 크롤법에 의해 제조하며 내식성이 매우 좋기 때문에 원자로의 재료로 많이 이용된다. 그 밖에 의료 기기나 항공기 분야에서 사용되는 특수 금속이다. 내구성과 경량성이 극대화된 금속으로 시계에 탑재되기도 한다.  


<희소금속산업기술센터를 가다>  "희소금속은 신성장동력산업의 '소금'"  

 

▲ 배정찬 희소금속산업기술센터장
디스플레이·태양전지용 투명전극엔 인듐, 그린카 매연저감 장치엔 백금과 니켈, LED용 기판 소재엔 갈륨, 이차전지용 양극활물질엔 코발트가 필요하다. 이러한 인듐, 백금, 니켈, 갈륨, 코발트 등은 희소금속이라 부른다.

"IT·반도체·전기차 등 최첨단산업에서 희소금속은 소금과 같은 존재입니다. 어떤 음식에라도 소금이 들어가야 제 맛이 나지 않습니까. 한국이 IT강국이라고 하지만 지금은 관련 연구도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올 초 설립된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희소금속산업기술센터의 배정찬 센터장은 "희소금속 확보는 한국산업에 있어 생존의 문제"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이제야 걸음마를 시작한 단계. 그는 "대기업들도 신성장동력산업에는 달려들지만 정작 신성장동력산업의 핵심 소재인 희소금속에는 관심이 없다"고 꼬집었다.

신성장동력산업 발전을 위해 희소금속이 반드시 필요하며 수입량도 꾸준히 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관련 연구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다.

일본은 이미 30년 전부터 관련 연구를 해왔고 미국, EU 등도 한창 진행 중이라고 한다. 배 센터장은 "희소금속은 국가가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자원 재활용, 광석 추출기술, 비축 등 세 가지가 유기적으로 보조를 맞춰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희소금속 매장량의 80%는 중국에 편중돼 있다. 하지만 중국이 공급을 제한하기 시작한 2008년의 가격은 5년 전에 비해 수십~수백배까지 뛰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의 2008~2009 지질조사에 따르면 '장미의 금속'이라 불리는 로듐은 2003년 톤당 1704만8942달러에서 2008년 2억3341만5026달러로 1369배 상승했다.

로듐은 생산량 중 80% 이상이 자동차 부품에 사용되고 있다.

희소금속은 지각 내에 존재량이 적거나 추출이 어려운 금속자원 중 산업적 수요가 있고 향후 수요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금속을 말한다.

지식경제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희소금속 소재산업 발전 종합대책에서 선정한 10대 전략 희소금속은 인듐, 백금, 니켈, 갈륨, 코발트, 티타늄, 마그네슘, 텅스텐, 리튬, 희토류 등이다.

10대 전략 금속에는 포함되지 못했지만 지르코늄은 11대 전략 금속에 포함된다고 한다.

<인천 = 김선애 기자 moosim@e2news.com >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