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직사각형의 평범한 빌딩. 안으로 들어서면 기계들이 공정 순서에 맞춰 굉음을 내며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일반적인 공장의 내부다.

하지만 이곳의 생산품은 우리가 알고 있는 공산품과는 차이가 있다. 녹색 옷을 입은 생산품이 양팔을 벌려 환영하듯 한들한들 움직인다.

식물을 재배하기 위한 공장의 내부다. 밀폐된 공장 내부에서는 태양광 대신 LED를 비롯한 인공광원이 이용된다. 인공적으로 CO₂를 주입하고 온도는 공기조절기를 통해 유지한다. 토양은 양분을 포함한 배양액으로 대체된다.

이 공장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모든 공정에서의 자동화다. 사람의 손이 필요없는 전자동화를 목표로 한다. 인간이 발전시킨 IT 기술이 먹을거리에까지 영역을 넓혔다.

이 대단한 IT 기술은 식물의 생장속도를 조절하고 함유하는 비타민이나 영양소도 늘리거나 줄일 수도 있다. 또 공장에서 제품을 찍어내듯 원하는 양을 정확한 날짜에 얻어낼 수 있다. 말 그대로 '식물공장'이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의 딕슨 데포미에 공공보건학 교수가 창안한 개념으로 21세기형 첨단 농경시스템으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뉴욕 맨해튼과 라스베가스에서 30층 빌딩 농장을 짓고 있으며 캐나다 토론토에서는 58층 식물공장 건설을 추진중이다.

이 흐름을 타고 국내에서도 식물공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대기업은 물론 정부도 적극 추진중이다. 정부는 단층의 밀페형 건물과 3층 규모의 식물공장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친환경을 필두로 고효율제품인 LED를 이용해 식물을 생산해낸다는 계획이다.

이에 안정적인 식량확보에 대한 찬성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한 농생리 전문가는 "식물공장은 농생리 학자가 아닌 환경복원학자의 주장"이라며 "농생리 연구가의 입장에서 보면 큰 우려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식물에게 LED 조명으로 태양광만큼의 빛을 쪼이려면 작은 규모의 온실은 상관이 없겠지만 규모가 커질수록 LED 조명의 수가 엄청나게 늘어나야 한다고 관련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아무리 효율이 좋은 LED라도 그 수가 늘어나면 전기수요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특히 고가의 LED 조명을 막대한 양으로 사용한다고 하면 초기비용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식물공장 건설시 초기투자비의 반 이상이 LED 조명이 차지할 정도라고 한다.

고효율 기기인 LED 조명을 사용했다고 해서 태양이 아닌 인공에너지를 사용한 것이 '친환경'이 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또 인위적으로 비타민을 늘려 고기능성 식물을 생산했다고 한들 햇빛을 받고 바람을 맞으며 자유롭게 자란 식물에 비해 맛과 품질면에서 과연 우월할지 의심스럽다.

인간은 식물에게도 생명이 있음을 간과한 것은 아닐까.

이나영 기자 nylee@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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