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권거래제 도입 땐 1조4000억원 매출 감소
포스코·동국제강 등 생산기지 국외이전 가속

[이투뉴스] 포스코는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에 해외 첫 일관제철소 건설에 들어갔다. 부지조성 현장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시에서 서쪽으로 100㎞ 떨어진 자바섬 북서안 찔레곤시에 위치한 인도네시아 국영철강사인 크라카타우스틸 근처다. 포스코와 크라카타우스틸 합작으로 추진된 이 사업이 완료되면 동남아시아 최초의 일관제철소가 지어진다.

포스코측은 이번 일관제철소 합작사업을 계기로 인도네시아 내 철강원료도 공동개발할 계획이어서 향후 양사의 원가 경쟁력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향후 국내 여건에 따라 신·증설 투자도 고려하고 있다.

액면 그대로 보자면 포스코의 사업 확장이라 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탄소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염두에 둔 '탄소 누출'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 나오고 있다. 탄소 누출이란 국내에서 온실가스 규제가 강화되면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한 국외에서 생산을 늘리거나 아예 국외로 공장을 이전해 결과적으로 전 세계적인 온실가스 절대량은 줄이지 못하는 상황을 뜻한다.

장재학 에너지관리공단 탄소시장실 팀장은 "온실가스 감축 여력이 거의 없는 철강부문은 고비용의 감축 조치나 막대한 탄소 배출권 구입비용 등으로 생산원가가 상승할 것"이라며 "내수보다 수출이 많은 철강산업의 경우 배출권거래제 도입시 상당한 타격을 입게 돼 생산기지의 해외 이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동국제강도 브라질에 일관제철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러한 사업은 원재료(철광석) 조달 차원에 따른 시장 진출이라 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앞으로 국내 탄소 규제 정책에 따라 생산량 조절 등 탄소 누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아·태 기후변화파트너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일관제철의 에너지회수설비 도입률은 일본, 미국, 인도, 중국보다 높다. 이미 세계 최고의 에너지효율 수준을 확보하고 있어 감축에 한계가 있다는 게 철강협회의 설명이다.

철강협회의 국내 대표 철강회사 사례분석 결과를 보면, 이 회사의 2009년 총 매출액은 27조원, 약 3조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현재 이 회사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약 7000만톤으로,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돼 유상할당 10%를 적용받게 되면 4200억원의 감축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장 팀장은 "결국 철강회사들은 국내 철강 생산량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고 말했다.

철강 생산량을 4%(200만톤) 줄이면 직접 매출이 1조4000억원 감소하고 5000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게 철강협회의 주장이다. 자동차, 조선 등  연계산업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하면 약 2조원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 유럽의 경우 EU-ETS(탄소 배출권거래시장) 도입으로 EU의 철강제품 수입이 약 9% 증가했다. 반면 자국 내 생산량은 약 2%, 수출은 약 8%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세계 철강시장은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철강 생산량이 2009년 8억5000톤(조강 기준)에서 지난해 12억2000톤으로 급증했으며, 2020년께 약 20억톤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국, 인도 등 신흥 철강강국이 급부상하고 있어 한국, 일본 등 기존 아시아권 철강업체간 시장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 아시아권의 철강시장 점유율을 보면 중국이 15.1%으로 가장 앞섰고, 이어 일본(12.5%), 한국(5.1%), 인도(3.2%) 순이다.

장 팀장은 "철강업종에 배출권거래제가 적용되면 생산량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국내 생산량 감소로 인해 중국 등 주요 경쟁국 제품의 수입이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김선애 기자 moosim@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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