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경부·농림부 등 4개 부처 중복 연구…학계, 아직

[이투뉴스] 바이오매스는 제3세대로 분류된다. 1세대 작물, 2세대 목재에 이어 미세조류나 거대조류와 같은 해양자원을 이용하는 3세대 바이오매스가 주목받고 있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 입지상 가장 적합한 바이오매스자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때문에 교육과학기술부,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 농림수산식품부 등 4개 부처가 3세대 바이오매스 연구에 나섰다. 그러나 바이오매스 연구 혹은 산업계 일각에서는 이를 불편한 시각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지난달 1일 교과부가 미세조류 활용 기술을 한 산업체에 이전할 것이라는 발표 이후 농림부는 자신들이 지원하는 연구개발 결과로 해조류 유기산 생산수율이 2배 증가하고 해외 타 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토부 역시 자신들이 지원하는 인하대학교 해양바이오에너지 생산기술연구단이 바이오에너지 대량생산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국내·외 특허를 출원했다고 밝혔다.

바이오매스 업계에서는 '주관부처들이 뒤지지 않기 위해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는 말까지 흘러나온다. 실제 농림부 업무협약은 현재 추진단계이며 정확한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국토해양부의 기획과제를 수행하는 인천대학교 역시 이전에 출원한 특허는 존재하지만 이달과 지난달 출원한 특허는 없었다.

이 같은 주관부처들의 주도권싸움은 해양조류를 이용한 3세대 바이오매스 전담연구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농림부나 국토부는 연구를 통해 연료생산을 목적으로 하고 있고, 지경부는 원천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기술적으로 동일한 맥락이지만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보니 각 부처들이 따로따로 간다는 것이 학계의 설명이다.

현재 교과부는 원천기술 연구를 목적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차세대 바이오매스 연구단을 구성해 다수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2019년까지 200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지경부는 에너지기술평가원을 통해 지지함량이 높은 미세조류를 선정하고 육성을 대량화하기 위한 광생물 반응기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2013년 5월까지 총 21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농림부는 부경대 해조류 바이오매스 연구그룹의 '해조류 바이오매스로부터 청정연료와 고부가가치소재를 동시에 생산하는 통합공정 원천기술'을 연구 지원하고 있다. 2009년 5억원, 2010년과 올해 각 10억원씩 지원했다. 국토해양부는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연구를 계획하고 있으며, 2009년 27억원, 지난해 42억원, 올해 40억원의 비용을 투입했다. 바이오매스 활용에 적합한 미세조류를 발견하고 개량해, 배양하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연간 260억원 가량의 연구비를 투자하고 있지만 학계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연구 성과는 없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 학계 관계자는 "실제 해당부처 연구의 구체적 계획이 없다"고 설명한다. 실제 해당 연구 담당자들은 연구의 구체적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는 꺼리는 입장이다.

해당부처 관계자들은 연구주제가 홍조류, 거대조류, 미세조류 등 각각 다른 분야기 때문에 중첩된다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고 설명한다. 한 부처 관계자는 "각 부처들이 홍조류, 갈조류, 미세조류 등 다른 종의 조류를 연구하고 있기 때문에 중첩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조류 종류가 다를 뿐이지 연구 분야의 줄기는 같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한 학계 관계자는 "호랑이 연구하는데 하얀 호랑이는 지경부에서 하고 검은 호랑이 연구는 농림부에서 하고 노란 호랑이는 국토부에서 하냐"고 반론했다.

학계에 따르면 프랑스, 독일, 브라질 등은 전담 에너지청 등의 기관이 전략적이고 전문적으로 바이오매스를 연구하고 연구 성과에서도 앞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자 각 부처들도 상황을 인지하고 실제 바이오매스 연구 기관의 일원화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학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전담 기관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장기적 계획을 수면으로 올리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해부터 해당 부처가 지원하는 연구 담당자들은 연구 성과를 교류하는 자리를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이 역시 비공개로 1년에 한번 모이는 것에 불과해 정확히 교류가 어떤 식으로 얼마만큼 이뤄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한 부처 관계자는 "해양조류 연구에 필요한 조건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고 그 조건을 갖추고 있는 부서가 전담해야 하지 않겠냐"며 "해양 바이오매스의 목적과 맞지 않는 부처들이 연구하는 것은 타당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길선균 기자 yupin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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