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50년만의 대홍수 사태를 겪고 있는 태국의 수도 방콕이 물에 잠겼다. 지난 7월 25일부터 시작된 폭풍우 '녹땐' 이후 2개월 이상 비가 내리면서 태국 국토의 50%이상이 물에 잠긴 상황이다.

지난 18일자로 315명의 사망자와 3명의 실종자가 발생했고 피해액만도 최대 1500억바트(약 5조 7000억원)에 이른다. 사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태국 노동부는 이번 홍수로 20여개 주의 공장 1만 4000여곳이 침수돼 근로자 66만명이 실직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또한 경제성장도 약 2.1%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 같은 최악의 위기속에 집권당인 '푸어타이당'은 홍수에 대한 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하며 위기상황을 겪고 있다. 현지 여론조사에 따르면 87%의 시민이 "총리의 재해 통제 능력에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이런 방콕시민들의 평가는 최근 잘못 발표된 긴급대피령의 탓이 크다. 지난 13일에는 플럿 프라솝 과학기술부 장관이 방콕 북부지역 주민에게 홍수가 닥쳤다며 7시간 이내 대피하도록 당부한 직후 프라차 법무부 장관이 이를 취소하는 등 상당한 혼란을 초래했다.

또한 지난 16일은 테라 농림부 장관이 아유타야주 등지에 대규모 피해를 입힌 강물은 이미 바다로 빠져나갔다며 방콕에 '안전선언'을 했지만 이튿날 수쿰판드 방콕 주지사는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고 발언하는 등 정부간 전혀 조율이 되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이면에는 태국 집권당과 민주당인 쑤쿰판 버리팓 방콕 시장의 보이지 않는 암투가 숨어있다. 태국의 국가정부는 4번연속 탁신의 프어타이당이 승리했지만 방콕시의 수장인 시장직은 민주당이 3번 연속 차지한 바 있다.

때문에 방콕시는 프어타이당에게는 태국을 장악할 수 있는 9부 능선이고, 민주당에게는 최후의 보루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방콕시가 힘을 모을리가 만무하다. 쑤쿰판 버리팓 방콕 시장은 방콕이 물에 잠기고 있는 상황에서도 정부가 세운 수재민지원집행센터의 잘못을 지적하기에 여념이 없다. 현 방콕시장이 하는 일이라고는 매일 TV앞에 나와 정부를 비난하는 일 뿐이다. 재해대책은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

진정한 방콕 시장이라면 정부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힘을 모아 역사상 최악의 재난으로 보이는 이 사태를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국가재난 앞에서 한나라의 수장과 수도의 우두머리가 정쟁을 벌이고 있는 모습은 태국민에게도 곱게 비춰질리 만무하다.

사실 이번 홍수 사태는 애초에 정치적 문제로 인해 더 확대됐다고 보는 것이 현지 전문가들의 견해다. 너무 많은 양의 비가 내린 것도 사실이지만 방콕시가 남부에 위치한 만큼 남부지역을 통해 바다로 물을 흘려보내야 하는데 표을 의식한 태국 정부가 지나치게 방콕시를 보호하려다 사태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환경재앙을 맞닥뜨리고도 정쟁을 벌이는 인간의 미련함에 실소가 나올 뿐이다.

이준형 기자 jjoon1214@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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