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공정성 훼손 우려에 업계 위기감 확산
'입법 추진 반대' 건의서 전달, 대책 마련 부심

[이투뉴스] '9·15 정전사태'를 계기로 지난 5일 정태근 한나라당 의원이 전력거래소의 전력계통운영기능을 한국전력으로 이관하는 내용의 관련법령 개정안을 발의한 이후 민간발전업계가 들끓고 있다.

안정적인 전력계통운영을 위해 만든 법 개정안이 되레 전력시장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업계는 법안 통과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간발전협회는 지난 2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치권의 움직임에 우려를 표하며 법안 개정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협회는 앞서 지난 18일 지식경제부에 업계 입장을 담은 건의서를 제출했으며 곧 국회, 국무총리실 등에도 건의서를 전달할 계획이다.

 

박수훈 민간발전협회 부회장<사진>은 "한전으로의 계통운영기능 이관에 반대한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면서 "법 개정 추진을 중단해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이번 입법 추진은 너무 급한 마당에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본 결과"라며 "계통운영기능이 한전으로 통합돼 민간산업이 흔들리면 정부의 장기전력수급계획도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업계의 불안감을 반영하듯 민간발전협회 외에 한국열병합발전협회, 한국태양열협회, 한국지역냉·난방협회 등 관련협회와 업계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업계의 위기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수익성 악화, 신규투자 위축 등에 대한 우려를 넘어 산업의 존폐 위기까지 걱정할 정도다.

업계의 한 전력사업담당 관계자는 "공정하지 못한 시장 운영으로 산업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며 "단순히 수익 악화 차원이 아니라 산업의 존폐로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이 발의한 전기사업법 및 한국전력공사법 개정안의 주요내용을 보면 거래소의 계통운영업무를 한전으로 이관하고 한전 업무범위에 이를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내용상으로는 특정업무에 대해 주관부서만 바꾸도록 한 것이지만 실질적으로 전력산업구조와 직결되는 사안이어서 업계는 이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박 부회장은 "전력계통업무와 시장운영업무는 긴밀한 연결성을 갖는데 이를 분리한다면 전력시장의 공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며 "특히 민간발전사의 경우 가용 발전소의 손실을 초래하거나 정부의 장기 전력수급계획에 따라 추진 중인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한전은 6개 발전자회사를 소유하고 있으면서 판매부문을 독점하고 있다. 정부가 전력산업구조개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2004년 배전 분할을 중단한 이후 전력산업은 수직독점체제도, 시장경쟁체제도 아닌 기형적 구조를 갖추게 됐다.

판매사업자인 한전이 계통운영권한을 갖게 되면 전력구입단가를 낮추기 위해 고의로 전력수요를 낮게 예측한다거나 보정계수를 적용받는 자회사 발전기를 우선 가동하는 식으로 계통을 운영할 가능성이 크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시장기능은 남겨놓은 채 계통운영을 통합하는 것은 시장에 혼란만 가중시켜 민간자본에 대한 투자유인을 약화시키고 신규 사업 진입을 억제할 수 있다는 논리다.

업계는 또 법 개정안 자체에 대해서도 문제 삼고 있다. 법 개정취지가 부정확한 사실에 근거하고 있는 데다 한전에 우월적 지위를 부여해 공정 경쟁 기반을 훼손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계통운영 업무는 발전부문 운영이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송·배전 및 판매사업자인 한전은 구조개편 이후 10년 이상 발전설비 운영경험이 전혀 없는데도 '한전이 계통운영 경험이 풍부하다'는 개정 취지는 잘못된 표현"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이 개정되면 한전은 경우에 따라 발전사업자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지위를 보장받게 돼 특히 민간발전사를 대상으로 우월적 지위를 남용할 수 있다"며 "또 전기사업법이 아닌 한국전력공사법에 타 전기사업자에 대한 계통운영 지시권을 규정한 것은 한전법의 관할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광균 기자 kk9640@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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