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의 눈] 7MW 국산 해상풍력의 전제조건
[전문기자의 눈] 7MW 국산 해상풍력의 전제조건
  • 이상복 기자
  • 승인 2011.11.07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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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복 산업부 차장
[이투뉴스] "모두 국산화했다고 하길래 들어가보니 90%는 외산 조립품이더라."

정부 R&D자금을 지원받아 수년전 풍력터빈 국산화 과제를 완료한 국내 한 시스템기업의 발전기(Turbine) 속을 직접 들여다보고 나온 아무개 교수가 당시 씁쓸한 표정으로 건넨 '국산터빈' 감상기다. 유럽보다 반세기나 뒤처진 우리기술만으로 제대로 돌아가는 풍력터빈을 만든다는 게 그 시절엔 그렇게나 어려웠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산업적 평가도 낮았고, 정부나 기업의 관심도 지금처럼 높지 않았다.

그저 바람좋고 사람 드문 지방의 산허리에 외산 풍력터빈을 꽂아 매전(賣電)하면, 그게 훌륭한 외자유치로 평가받고 나라의 재생에너지 보급률 향상에 일조하는 일로 받아들여졌다. 풍력산업이 '제 2의 조선산업'으로 대접받고, 국산화가 지상과제가 된 요즘과 비교하면 3~4년만에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최근 우리 풍력산업의 외양은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주력제품군이 750kW, 1.5MW급에서 2~3MW급으로 배증했고, 대형화에 따라 육상위주의 개발사업도 해상풍력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여기에 조선중공업그룹이 너나할 것 없이 뛰어들어 대규모 투자와 공격적인 M&A를 감행하고 있다. 시작은 늦었지만 짧은 시간 내에 글로벌기업의 괄목상대로 부상해 시장경쟁에 불을 댕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 시스템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내놓은 초대형 풍력터빈 개발계획이 눈길을 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2014년 전·후로 7MW 해상풍력 터빈을 상용화하겠다고 했고, STX윈드파워도 구체적 일정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7MW급으로 목표를 내걸었다. 현대중공업은 이미 5.5MW급 모델에 대한 일부 국제인증을 획득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현재 상용화된 모델 가운데 가장 큰 3MW 모델을 판매하고 있는 두산중공업은 대형터빈 추가개발에 대한 득실을 따져보고 있다고 한다. 이들 기업의 현재 주력모델이 2~3MW인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2~3년만에 또다시 덩치를 배로 키워야 하는 과제가 남은 셈이다.

이처럼 시스템 기업들이 대형화에 열을 올리는 것은 매년 급성장하는 해상풍력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해상의 평균풍속은 초당 8~12m로 육상보다 빠른데다 풍량이 일정해 발전량이 1.4배나 더 나온다. 세계풍력협회(WWEA)에 따르면, 올해 1500MW 수준인 글로벌 해상풍력 설치시장은 2012년 2000MW, 2014년 2700MW, 2020년 7000MW 등으로 매년 20% 안팎의 높은 성장률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이미 해외 선두기업은 우리보다 앞서 초대형 터빈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멘스와 리파워, 노르덱스 등 이 6MW를, 베스타스가 7MW를, GE와 클리퍼, 스웨이 등은 10MW 모델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우리 기업들이 기술적 뒷받침이 없는 상태에서 이런 흐름에 편승해 불필요한 전력을 조기에 소진하고 있는 게 아닌지 우려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일례로 각 기업이 앞다퉈 내놓겠다는 7MW급 터빈은 아직 전 세계 어떤기업도 상용화한 사례가 없다.

또 5MW이상 모델은 로터허브, 메인샤프트, 기어박스, 발전기, 요(Yaw)·피치 등의 조합인 기존 터빈 구동 매커니즘과 또다른 차원의 기술력과 제작능력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시제품 실증에만 아무리 빨라도 1~2년이 걸린다고 볼 때, 최근 우리기업들이 내놓은 개발계획은 상당수가 지키지 못할 약속이 될 수 있다.

특히 국내 일부기업은 해외기업서 설계를 들여와 대형화에 대응한다는 전략을 세운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투입되는 각 구성품에 국산화가 동시에 추진되지 않는 한 아무리 값비싼 풍력터빈일지라도 실속은 남이 챙기고 허울좋은 'Made in Korea' 마크만 새기는 꼴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정부는 틈 날 때마다 풍력산업의 부품 및 기술 국산화율을 '선진국의 80% 수준'으로 공표했다. 하지만 속사정을 잘아는 업계는 오히려 이 통계를 보면서 씁쓸해 했다. 부품·소재 분야까지 따져보면 실제 풍력산업의 국산화율은 한자릿수까지 곤두박질 친다는 게 업계의 자조섞인 목소리다. 부품·소재 국산화율은 국내 일자리 창출과도 정비례하므로 결코 가볍게 여길 숫자가 아니다. 

풍력산업도 남보기 좋은 스펙보다 고용과 수출실적으로 드러나는 실속을 챙겨야 할 때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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