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에너지나눔과평화·남동발전 '햇빛나눔사업'
태양광발전기로 에너지 소외계층 복지 실현

 

▲ 남동발전 나눔봉사단원들이 태양광모듈을 설치할 철제 콘크리트 구조물을 나르고 있다.
[이투뉴스] "핸드폰 배터리를 충전하려면 아침 일찍 큰 마을까지 내려가야 했죠. 이제 집에서 핸드폰을 충전하고 밤에 책도 볼 수 있다니 믿기지가 않아요"

전라북도 완주군 동상면 신월리 율목마을에 사는 표성제씨(57)는 태양광발전기 설치를 지원받게 됐다는 얘기에 함박웃음을 지어보였다.

사단법인 에너지나눔과평화(이사장 김정욱, 이하 에너지나눔)와 한국남동발전㈜(사장 장도수)이 '햇빛나눔사업'의 일환으로 전북 완주군 벽지 마을 세 가구에 독립형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하는 현장을 찾았다.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마을을 대상으로 태양광발전기를 지원하는 '햇빛나눔사업'은 에너지나눔이 기획하고 남동발전이 후원해 지난해 12월 19일 첫 가구의 시공이 이뤄졌다.

전기는 현대문명 필수재, 외진 곳도 지원해야

서울에서 버스로 3시간30분을 달려 완주군에 들어서자 이러 저리 굽어진 도로가 계속 이어졌다. 신월리에 도착해 봉고차로 왕복 1차선 도로를 10분 정도 이동하니 포장도로가 끝나고 산속으로 향하는 흙길이 나왔다. 비포장인데다 돌이 많아 여기서부터는 4륜구동의 SUV차량만 오를 수 있다고 안내하던 마을 이장이 설명했다.

이때부터 핸드폰의 전파 막대기가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몇 발자국 못가 결국 화면에는 서비스 지역을 이탈했다는 경고가 들어왔다. 완전히 신호가 끊겨 통화불능 상태가 되자 비로소 현대문명과 동떨어진 외딴 곳에 진입했다는 사실이 실감났다. 높은 곳으로 가서 자리를 잘 잡아야지만 안테나 한 칸이 겨우 들어왔다.

▲ 작업자들이 태양광모듈 지지대를 조립하고 있다.
완주는 온통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신월리에만 20가구 미만의 작은 마을이 7개에 달한다. 이장은 마을들이 서로 걸어서 닿기 힘들 만큼 산속 곳곳에 흩어져 있어 마을 세 곳만 방문해도 하루가 다 지나간다고 했다. 산길을 따라 20~30분쯤 오르니 드디어 저 멀리 흙집 세 채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원 가구는 에너지나눔이 지난 2009년 국내 전기 미공급지역 전화 전수조사 시 벽지지역 상시 거주자 중 현장 답사가 가능한 18개 지역 35가구 가운데 현재까지 전기 공급이 안 되는 지역을 대상으로 재조사를 실시해 선정됐다.

박성문 에너지나눔 부장은 "현대 문명사회의 필수요소인 전기는 누구나 공급받을 권리가 있음에도 아직까지 에너지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가구들이 많다"며 "에너지취약계층에 대한 에너지복지 실현을 위해 이번 사업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남동발전은 이번 지원 대상 가구에 태양광발전기(가구당 약 1500만원)를 후원했다. 남동발전은 시공에 필요한 인력도 지원했다. 남동발전 나눔봉사단은 발전 공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위해 에너지취약계층을 찾아가 맞춤형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은 문화홍보팀 최학재 차장을 비롯해 각 부서에서 7명이 참여했다.

남동발전, 설비 후원·나눔봉사단 파견

지원 대상 가구에 도착하자 시공을 맡은 에너지나투라(대표 김대오) 측에서 4명의 기술자가 나와 공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태양광모듈과 인버터는 이미 각 집의 앞마당에 옮겨져 있었고 모듈을 장착할 철재 구조물이 마을입구까지 어렵게 올라온 트럭에 실려 있었다.

첫 번째 지원 가구의 표성제씨는 밝은 목소리와 너털웃음으로 낯선 손님들을 반겼다. 표씨는 이곳에 정착한 지 일 년이 조금 넘었다고 했다. 그는 목장갑을 끼고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작업자들이 필요한 것이 없는지 꼼꼼히 챙겼다.

▲ 태양광모듈 설치 작업이 한창이다.
남동발전 나눔봉사단은 서둘러 채비를 마치고 구조물을 나르기 시작했다. 마을이 워낙 외진 곳에 있어 중장비가 들어올 수 없었기 때문에 모든 시공과정은 수작업으로 진행됐다.

특히 태양광시스템의 뼈대격인 구조물을 지탱하기 위해 땅바닥에 심는 철심 박힌 콘크리트 덩어리는 성인 남자 둘이 달라붙어야 겨우 움직일 수 있을 만큼 무게가 대단했다.

일사량이 풍부한 최적의 장소를 위해 태양광모듈을 집 옆에 있는 밭 주변에 설치하기로 했다. 구조물과 장비가 실린 트럭부터 설치장소까지의 거리는 불과 20미터가 안 되는 거리였지만 그 사이에는 비탈진 언덕과 경사면이 연속적으로 펼쳐져 있어 그냥 걷기에도 불편한 길이었다.

 

심지어 태양광발전기가 설치되는 공터도 평평한 땅이 아니었기 때문에 작업자들은 땅을 고르는 데만 꽤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했다.

필요한 설비를 모두 나르고 나자 작업자들은 양손에 삽과 곡괭이를 들고 본격적인 기초공사에 들어갔다. 콘크리트 덩어리를 심기 위해 필요한 구덩이는 모두 6개.

▲ 태양광발전기 설치가 완료된 후 에너지나눔과평화, 에너지나투라, 남동발전 나눔봉사단, 표성제씨(오른쪽 아래) 내외와 조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무릎정도 깊이를 파는 동안 한 구덩이에서는 콘크리트 덩어리보다 더 큰 바위가 흙속에 박혀 나오지 않자 4~5명이 달려들어 돌덩이 하나를 꺼내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설치 후 A/S에 부담… 시공사 선정 곤란

겨울철 오후 4시 30분이면 어두워지기 시작한다는 표성제씨의 설명에 시공사 직원들과 나눔봉사단의 작업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세 가구에는 각각 250W 모듈 5개로 구성된 1.25kW 용량의 독립형 태양광발전기가 설치됐다.

표영호 에너지나투라 에너지서비스팀장은 "하루 평균 3.6시간 발전한다고 가정했을 때 4.5kW 정도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면서 "이는 5W LED전구 3개와 소형 선풍기, 라디오, 핸드폰 충전기 등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라고 설명했다.

표 팀장은 또 "계통연계형 태양광설비는 3년까지 무상 A/S(사후 관리)가 제공되고 독립형은 1년이 적용된다"며 "하지만 이번 경우는 형식적인 규정을 적용하기 보다는 에너지복지 실현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관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에너지나눔에서는 설치 후 10년간 사후관리를 책임지며 이후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지원할 계획이다.
박성문 에너지나눔 부장은 "워낙 외진 곳이라 대부분의 업체가 시공을 꺼려했기 때문에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에너지나투라가 시공을 수락하고 사회공헌 차원에서 A/S까지 도움을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율목마을 같은 벽지 지역에 설비를 설치할 경우 시공에도 어려움이 있지만 사실 기업입장에서는 A/S가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게 박 부장의 설명이다.

에너지기본권 보장 위해선 정부가 나서야

구조물 틀이 잡히고 태양광모듈 장착이 끝날 때쯤 부엌 아궁이에서는 쇠고기 떡국이 끓고 있었다. 떡국에는 멀리서 도움을 주기위해 찾아온 손님에 대한 집주인의 마음이 담겨있었다. 점심도 거르고 작업을 진행하던 사람들은 한 자리에 모여 에너지나눔에서 준비한 김밥과 떡국을 나눠먹었다. 작업 초반만 해도 서먹하던 현장 분위기는 함께 땀 흘리고 난 뒤 음식을 나누면서 한결 부드러워졌다.

내친김에 에너지나눔, 에너지나투라, 남동발전 나눔봉사단, 표성제씨 내외와 네살배기 조카까지 모두 모여 태양광설비 앞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좋은 뜻으로 모인 사람들답게 다들 표정이 밝았다.

해가 지기 전에 배전반을 설치하고 전선작업까지 완료해야했기 때문에 작업이 속개됐다. 반나절 손발을 맞추니 처음보다 작업 속도가 빨랐다. 나눔봉사단은 집안까지 이어지는 전선을 땅에 묻었고, 기술자들은 집안 내부에 전선을 분배했다.

내부 공사를 마무리하는 사이 외부에 설치된 태양광발전 구조물에는 에너지나눔과 남동발전이 '햇빛나눔사업'의 첫 시공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현판이 부착됐다.

박성문 부장은 "아직도 국내에는 전지 미공급 지역이 많은데 에너지기본권 보장을 위해 정부가 좀 더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며 "에너지나눔과평화는 앞으로도 에너지취약계층을 위해 지속적인 활동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나눔봉사단 최학재 차장도 "뜻 깊고 보람된 일에 힘을 보탤 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었다"며 "앞으로도 남동발전은 에너지복지 향상을 위해 희망의 빛 나눔 운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 완공된 태양광설비 앞에서 표성제씨와 네살배기 조카가 환하게 웃고 있다.
표성제씨는 "포장도로도 없고 너무 깊숙한 산골이라 전기 공급은 생각도 못했는데 촛불과 랜턴 생활을 끝낼 수 있게 됐다"면서 "이제 밤에 신발을 못 찾아 맨발로 화장실 갈일은 없겠다"고 태양광발전기 지원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했다.

<완주=김부민 기자 kbm02@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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