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 페그제 포기할지도..역내 확산효과 주목

중동 산유국들의 달러 이탈 조짐이 완연하다. 아랍 3위 산유국인 쿠웨이트의 셰이크 살렘 압둘 아지즈 알사바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 5일 쿠웨이트시티에서 회견을 갖고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분명히 말하건데 (환율) 변동폭을 다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디나르의 대달러 환율 변동폭을 확대하거나 아니면 디나르의 달러 페그제를 포기할 수도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쿠웨이트는 지난 2003년 1월 디나르의 환율 변동폭을 상하 3.5%로 허용했다. 이후 지난 5월 11일에는 디나르화 가치를 1% 상향조정했다.

  
쿠웨이트와 사우디를 비롯한 걸프협력협의회(GCC) 6개 산유국은 오는 2010년까지 통화연맹을 결성키로 하고 역내 통화를 달러에 페그시켰다.

  
쿠웨이트가 앞서 디나르화를 평가절상하자 사우디 리얄화의 대달러 가치가 0.25% 상승해 지난 1999년 2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당시 외환시장에서는 사우디도 쿠웨이트에 이어 평가절상을 단행할 것이란 소문이 돌면서 이처럼 리얄화가 뛰었다. 그러나 사우디 중앙은행격인 통화청의 하마드 알사랴리 총재는 같은날 사우디 통신 회견에서 "리얄화 가치를 조정할 계획이 없다"고 일축했다.

  
쿠웨이트와 사우디가 포함된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는 석유 대금 주 결제통화인 달러가 최근 약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환헤지를 위해 유가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가 공감대를 얻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문제는 내주 나이지리아에서 소집되는 OPEC 정기 석유장관회담에서도 비중있게 논의될 전망이다.

GCC 6개 산유국은 고유가 덕분에 올해만도 5천억달러의 석유판매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추산했다. 이 가운데 3분의 2 가량이 미국 등 해외로 나가면서 미국의 심각한 재정적자 극복을 도와오고 있다.

  
한편 라구람 라잔 IMF 수석애널리스트는 5일 "중기적으로 달러 약세가 미국의 재정적자 해소 등 불균형을 완화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에 시카고대로 복직하는 라잔은 "달러 약세가 더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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