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다가오는데 해결 실마리는 없어

경북 경주시(서경주)로 이전할 것으로 알려진 한국수력원자력(주) 본사의 이전부지 결정이 동경주 주민의 강한 반발로 해결보다는 더욱 미궁에 빠지고 있다. 경주시와 한수원이 한수원의 본사 이전부지 결정을 독단적으로 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협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산업자원부도 경주시와 한수원에 결정을 독촉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묘안을 내놓고 못하고 있다.


11일 경주시ㆍ한수원ㆍ산업자원부에 따르면 ‘방폐장유치에 따른 지역대책위’(이하 동경주 대책위)는 “(한수원이) 양북을 후보지로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수용할 수 없다”며 자신들의 기존 입장을 다시 강하게 내세웠다. 이는 한수원이 경주시가 추천한 양북 3곳과 감포 1곳 등 이전부지 4곳에 대해 부적합 판정을 내리면서 동경주지역 중 남은 지역인 양남면에 본사를 이전하겠다는 의견을 보낸 데 따른 것이다.

 

동경주 대책위 측은 “한수원이 신월성원전 부지나 방폐장 부지에 대해서는 수십만평의 임야와 산림을 훼손하고 문화재를 출토해가며 관련사업을 추진하면서 본사 이전부지에 대해서는 임야가 많아 협소하고 문화재 문제 등을 이유로 부적합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양북으로 오지 않기 위한 자사 편의주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경주시의 본심은?=한수원은 ‘양남면 이주’라는 카드를 제시했으나 주민반발로 부지결정이 쉽지 않자 경주시는 한숨 돌린 분위기다. 양남면은 행정구역만 경주시로 되어있을 뿐 실질적인 생활권이 울산인 만큼 경주시엔 경제적 효과를 전혀 줄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경주시는 양북ㆍ감포 지역으로 한수원 본사가 이전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경주시 국책사업추진지원단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이미 한수원에 (양북 3곳, 감포 1곳 등) 최적의 부지를 추천한 만큼 더 이상 추천할 곳이 없다”면서 “양북ㆍ감포의 추천부지가 어렵다고 생각한다면 한수원이 직접 찾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경주시의 입장은 양북ㆍ감포지역에서 변한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러한 경주시의 입장은 동경주 지역을 염두에 둔 어쩔 수 없는 발언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경주시는 지난 7일 한수원이 양남면으로 본사 이전부지를 물색하겠다는 공문에 대해 “양남면은 본사 이전부지로 부적합하다”면서 “도심지역으로 옮길 경우 (동경주 지역에 제공할) 인센티브 3가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시해 달라”고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경주시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경제적 파급 효과를 고려할 때 경주시도 내심 (도심지역 이전을) 바라고 있다”면서 “그러나 (지역주민들을 고려할 때)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경주시가 실질 생활권을 이유로 반대하는 양남면과 현재 월성원자력이 위치한 양북면은 사실상 울산 생활권인 만큼 양북이나 감포로 한수원 부지가 이전하더라도 경주시가 경제적 효과를 크게 얻을 수 없다고 한다.


◆국책사업에 지장줄라=산자부는 한수원 본사 이전부지 선정 문제로 자칫 경주 방사성폐기물사업장 사업이나 신월성원전 건설사업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동경주 대책위는 “양북으로 한수원 본사가 유치되지 않을 시 방폐장 유치 원천 무효투쟁 등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는 것. 그러나 현재로서는 이 문제를 경주시와 한수원에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8일 이원걸 산자부 2차관은 당일 예정돼 있던 회의도 취소한 채 한수원 본사 이전부지와 관련 대책회의를 했으나 뚜렷한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자부 관계자는 “산자부가 나설 수 있는 어떤 근거나 틀이 없는 상태에서는 지켜봐야만 해야 하는 입장”이라며 “경주시와 한수원에 법정시한을 넘기지 말 것을 강하게 요구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민관공동협의체도 구성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9월 동경주와 도심지역을 포함한 민관공동협의회를 구성하려고 했으나 동경주 대책위 측이 한수원 부지는 동경주 지역으로 와야하는 만큼 이를 위한 협의회는 필요 없다면서 불참했기 때문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동경주 대책위의 입장이 변하지 않는 한 민관공동협의회 구성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세균 산자부 장관과 이중재 한수원 사장이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청와대를 방문했다는 소문도 돌고 있는 가운데 한수원 본사 이전 결정은 법정시한인 내년 1월1일까지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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