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택 전력산업과장 "어느나라나 주택용보다 산업용이 저렴"
시민단체 "수요급증 책임 망각 부적절 발언" 비판

박성택 산업부 전력산업과장(왼쪽 세번째)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자가발전 도입확대 방안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이투뉴스] 총괄원가보다 낮게 책정된 산업용 전기요금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산업용이 싸서 기업에 특혜를 준다는 시각은 적절치 않다"는 정부 당국자 발언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박성택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산업과장은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전력수급 위기 진단과 산업체 자가발전 도입 확대 방안' 토론회에서 "산업용 전기료가 싼 것 아니냐고 하고, 그렇게 (국민이)인식하고 있는데 정확히는 멕시코나 이탈리아 빼고는 어느나라나 주택용보다 산업용이 싸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과장의 이날 발언은 전력대란 시 제기능을 못하고 있는 자가발전설비의  확대·의무화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토론회에서 제시된 가운데 정부 측을 대표해 참석한 그가 "방향성은 옳지만 전기료에 대한 다소의 오해는 하지 말아야 한다"며 해외 요금제를 우리와 비교 설명하는 과정에 나왔다.

이 자리에서 박 과장은 "OECD 나라도 그렇고 원가구조는 산업용이 쌀 수밖에 없다"면서 "대부분의 기업들이 생산활동을 위해 전기를 쓰는 것이고 기업도 국민인데 그 자체를 백안 시 할 필요는 없다. 전기 많이 쓴다고 무조건 나쁜 것인가, 이것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에너지다소비 산업구조가 고착되고 좁은 국토에 전력밀집도가 가장 높은 것, 전기료와 다른 에너지와의 가격차(역전현상)가 생긴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2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 시 이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발전원가 재평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며 개선의지를 피력했다.

정부 당국자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시민단체 측은 "부적절하고 한가한 발언"이라는 촌평을 내놨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 처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요금제 현실에 대한 설명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전력정책에 대한 실패 책임을 진 당국자가 평론가처럼 너무 한가하게 말하는 적절치 못한 발언이었다. 정부가 과소예측에 책임을 돌린 채 여전히 수요급증에 대해 책임을 지려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양이 처장은 "문제는 주택용도 원가 회수가 안되는 가운데 산업용이 상대적으로 더 저렴해 전환수요가 엄청나게 늘어나는 것"이라면서 "지금은 심각한 위기이자 전력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기회인데 정부가 문제의 핵심은 보지않고 이를 해결하려는 의지도 없는 것으로 보여 개탄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달 중순 감사원은 '공기업 재무 및 사업구조 관리실태' 감사보고서에서 대기업이 주로 사용하는 '산업용(을) 고압' 전기료가 원가보다 낮게 책정돼 산업계 전기 과소비와 한전의 재무구조 악화를 초래하고 있다며 산업부에 관련 요금 현실화를 요구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은 제조원가 중 전력비 비중이 1995년 1.94%에서 2011년 1.17%로 줄었다. 하지만 2008~2011년 전체 전기 판매량의 53.6%는 산업용이며, 대기업이 주로 사용하는 1000kW 이상의 '산업용(을) 고압B' 와 '고압C'는 전기료 계약종중 가장 비중(23.6%)이 높다.

특히 이들 계약종의 92.8%는 대기업 및 계열사에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현행 전력수급 위기는 일시적 위기가 아닌 패러다임의 위기로, 설비예비율 제고만으론 장기적 수급안정성이 보장되지 않으므로 근본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다수 제기됐다.

조영탁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력수급위기 진단과 향후 대응과제'란 발제를 통해 "불안요인이 상존해 있으나 예비율 위기는 2014년 이후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계통의 위기는 전통적 수급 패러다임의 문제로 수요-공급지 편중해결이 위기극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전력수요는 유류를 활용한 냉난방 활성화와 유류세 인하 및 전기료 현실화, 산업용 요금의 원가 재평가 등으로 연착륙을 유도하고 계통 문제는 상대가격 개선과 지역요금제 도입, 저탄소 발전설비의 분산배치와 이를 위한 제도개선 등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정책도 전력난과 수급불안을 가중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김인수 에너지관리공단 기술이사는 "한때 정부는 CHP(자가열병합발전)로 전력수요의 3.5%를 커버하겠다고 했다가 지난 5차 전원계획 때는 언급조차 안하고 있다"고 운을 뗀 뒤 "에너지 정책은 지속가능하고 예측가능해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너무 자주 바뀐다"고 꼬집었다.

김 이사는 "후쿠시마 사고 이전 일본은 예비율을 38%씩 가져가면서도 CHP 설치비의 절반을 보조했다"면서 "분산형 전원 확대만이 현 위기의 유일한 해법이므로 병원이나 호텔, 24시간 가동되는 산업체는 일정비율만큼 CHP도입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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