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거래價 상한 고시 신설안 '갑론을박'
민간발전사, 베스팅 컨트렉트 공정성도 문제 제기

[이투뉴스] '전력 도매시장을 시장경쟁에 맡길 것인가, 정부 통제로 되돌릴 것인가', '전기요금 인상억제란 명분이냐, 전력시장 경쟁원리 도입이란 원칙이냐.'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현행 전력시장을 베스팅 컨트렉트(Vesting Contract, 정부승인 차액계약제) 중심의 계약시장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전력거래 가격의 상한을 정해 고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와 한전은 전기요금 인상 억제를 위해 최근 전력난으로 초과수익을 얻고 있는 민간발전사에 대한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반면 민간발전사 측은 규정이 불명확한 고시로 전력산업의 경쟁원리 원칙을 훼손하고 수급안정성만 해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와 민간발전협회 등에 따르면 정부와 산업위는 ▶산업부 장관이 전력거래가의 상한을 정해 고시할 수 있도록 하고 ▶발전사와 한전이 상호계약에 따라 전력을 거래하고 이를 정부가 승인하는 방식의 베스팅 컨트렉트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달 산업위 소속 김한표 새누리당 의원은 동료의원 18인의 서명을 받아 이런 내용의 전기사업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대표발의해 현재 상임위 차원에 입법이 검토되고 있다.  

정부 전력거래가 상한선 고시 신설 추진  
현재 도매 전력시장은 전기 판매사업자인 한전이 발전사업자에게 전력을 구매해 전기사용자에게 공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때 전력 거래가는 전력시장운영규칙에 의해 거래시간에 가동된 발전기중 가장 가격이 높은 발전기의 가격(계통한계가격, SMP)으로 책정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원자력발전소 가동정지와 고장 등 기저부하 대거 이탈로 연료비가 비싼 유류·LNG 등의 피크발전기 가동이 늘면서 거래가격이 급등했고, 이 과정에 정산조정계수 적용을 받지 않는 민간발전사만 발전자회사 대비 높은 이윤을 얻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전력거래소는 올초 전력시장운영규칙 개정을 통해 전력거래가격에 상한을 두는 정산상한가격제를 도입, 3월부터 정산상한가격을 초과하는 발전기에 실제 연료비만을 지급하고 있다. 한전의 구매비용을 줄여 전기료 인상요인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정부와 한전은 시장가격이 비정상적으로 급등하는 현상으로 전기소비자의 부담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필요한 경우 산업부가 전기위원회 심의를 거쳐 거래가 상한가를 직접 고시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정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되면 민간발전사는 정부가 거래가 상한을 별도 고시할 경우 용량가격 기준발전기(신인천복합 가스터빈)의 연료비를 기준으로 책정된 기존 정산상한가격과 관계없이 고시가 이하로 전력을 판매해야 한다.

한전이 정산조정계수로 발전자회사 판매가를 제한하듯, 정부도 민간발전사의 판매가를 직접 제한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민간발전사 측은 관련법에 예외조항을 규정하려는 것은 현행 시장원칙을 정면 부정하는 행위이자 필요에 따라 발전사업자의 이윤을 제한할 수 있는 독소조항이 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민간발전협회 관계자는 "전력거래가 상한고시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을 결정하는 기본원칙을 정면 부정한 채 원전 고장 등에 따른 기저발전 부족으로 상승한 시장가격을 인위적으로 규제하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면서 "이는 신규투자를 위축시켜 거래가를 되레 높이는 악순환만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발전사 측은 전기요금 인상 억제라는 개정안의 입법목적은 정당할 수 있으나 상한가격의 결정방법이나 한도, 절차 등에 대한 명확한 근거나 충분한 공론화 없이 법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협회 관계자는 "전력거래 상한가격의 고시규정이 '전기사용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라는 식으로 불명확해 산업부의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데다 전기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했으나 결정방법이나 절차에 대한 기준도 없어 임의로 결정 가능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전력시장 운영규칙으로 도입한 기존 전력거래상한가격제보다 구속력이 강한 상한가 고시 신설이 뒤늦게 추진되는 배경에 대해서도 민간발전사들은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현행 상한가격제는 일몰제를 적용해 한시 시행, 추가 시행 검토과정을 밟도록 하고 있다.

A 민간발전사 관계자는 "부정적 영향을 우려해 상한가격제를 2년간 한시 시행하는 마당에 전기사업법에 기한도 없는 거래가 상한가 고시 규정을 추가하려는 것은 이미 시행한 상한가격제의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냐"면서 "향후 한전이 이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지 말란 법이 없다"고 역설했다.

베스팅 컨트렉트 도입 추진도 뒷말 무성
전력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계통한계가격(SMP)과 관계없이 정부가 발전사업자와 전력구매자 상호간의 사전 가격 계약을 강제하는 베스팅 컨트렉트 제도 도입추진도 무성한 뒷말을 낳고 있다.  

이 제도는 일정한 기준가격을 정해 그 가격과 실제 시장 전력거래가격간의 차액을 사후 보전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예를 들어 계약가격보다 SMP가 비싸면 발전사는 정산받은 SMP와 계약가의 차액을 한전에 돌려주고, 반대로 SMP보다 계약가가 낮으면 한전이 발전사에 부족분을 채워줘야 한다.

수요-공급에 의해 시장가를 결정하고 여기에 정산조정계수를 대입해 정산가를 산정하는 변동비(CBP) 시장이 정부 개입에 의한 가격계약 방식으로 전환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도매 전력시장의 전면적 체제개편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이 제도를 시행하면 ▶중장기 계약에 따라 도매 전력 거래가격이 안정화되고 ▶발전원별 동일 계약가격을 적용해 발전자회사만 정산조정계수를 적용하는 형평성 문제가 해결되는데다 ▶사업의 효율 향상을 통한 수익 증대가 가능하다는 게 정부와 한전의 입장이다.

하지만 민간발전사 측은 전력구매자가 한전 하나뿐인 수요독점시장에서 개정안이 다수 발전사업자로 하여금 한전과 직접 기준가격을 협상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에 있는 한전의 권한만을 강화,공정한 경쟁을 저해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더욱이 개정안은 차액계약 사업자가 인가 계약을 통하지 않고 전력을 거래한 경우 사업정지나 전기사업허가 취소가 가능하다는 계약의무만을 명시했을 뿐 대상 발전기나 계약조건, 공정한 계약체결 절차 등 본질적 내용을 누락해 향후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는 게 민간 측 주장이다. 

B 민간발전사 관계자는 "베스팅컨트렉트는 정책적 목표 달성보다는 발전사업자의 이익을 과다하게 규제해 이를 한전의 적자 보전에 충당함으로써 발전설비에 대한 투자유인 약화를 초래하고 전력수급 불안을 야기해 장기적으로는 소비자의 이익 증진에 역행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발전협회 관계자는 "베스팅컨트렉트 도입은 전력시장의 시장원리를 근본적으로 변경하는 제도로 전력수급의 안정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에 신중히 결정될 사안"이라며 "제도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당사자간 충분한 논의와 의견수렴,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베스팅컨트렉트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수자원공사(K-water)의 다목적댐 수력발전기는 소관 상임위인 국토교통위원회에의 거센 반발로 논의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위는 발전사업 매출의 6%(올해 기준 234억원)를 지역지원사업 재원으로 출연토록 한 현행 댐건설및주변지역지원법에 따라 수자원공사의 수력발전기가 차액계약제도 대상에 포함될 경우 발전수익 감소가 불가피하며, 이는 곧 댐주변지역지원사업의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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