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대응능력 구축 강구 필요성 대두
한국신용평가 '태양광 산업 최근 동향과 업체별 시나리오 분석' 보고서

[이투뉴스] 지금까지 태양광 산업 성장의 중심축이었던 유럽 주요국의 태양광발전 지원정책이 축소됨에 따라 당분간 설치수요는 위축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태양광 산업에서 중국 업체의 부상은 기존에 선점하고 있던 업체의 영업실적을 약화시켰고, 이는 미국과 유럽에 있는 태양광 업체의 구조조정 신청으로 이어졌다. 자국 태양광 업체의 몰락은 주요 국가의 보호무역조치가 강화된 주요 배경이 된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태양광 산업 최근 동향과 업체별 시나리오 분석: 국내 업체와 중국 업체 비교를 중심으로' 보고서를 통해 ▶지역별 수급현황 ▶태양광 발전기 설치수요 전망 ▶선진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 ▶대상 업체 ▶대상 업체의 최근 실적 분석 ▶시나리오 분석을 위한 주요 가정 ▶분석 결과 등을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들어 태양광 제품 가격 반등과 썬텍 등 중국 태양광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함께 진행됨에 따라 산업 전반에 걸친 회복세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주요 태양광 소재 업체들은 1분기에 지난해보다 호전된 영업실적으로 기록했으나, 영업적자도 지속돼 전반적인 실적은 저조한 상태다.

국내는 지난해 11월 한국실리콘이 법정 관리를 신청한 가운데 이달에는 웅진에너지, 오성엘에스티, 웅진폴리실리콘이 구조조정 대상기업으로 분류됨에 따라 국내 태양광 소재 산업의 구조조정 진행방향과 장기적인 생존 가능성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태양광 발전기 설치 실적은 각국 정부의 화석 연료 고갈 가능성에 대한 우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과 정책적 지원이 맞물려 2008년 이후 빠르게 증가했다. 유럽은 태양광발전사업 육성을 위해 적극 지원을 제공하며 2011년까지 세계 태양광 산업 성장을 견인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지난해 유럽은 지원 정책이 약화돼 설치 수요가 줄어들었다. 반면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는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반적으로는 태양광 발전기 설치실적이 증가세를 유지했다.

중국은 최근까지 태양광 소재를 생산하는 제조업체 육성을 위한 지원에 집중했다. 중국 업체들은 빠른 속도로 태양광 소재사업을 확장했고 2010년 이후로는 태양광 소재 전반에 걸쳐 최대 규모의 생산 능력을 보유하게 됐다.

유럽 태양광발전 산업협회(EPIA)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은 19.7GW 규모의 폴리실리콘 생산 능력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웨이퍼, 모듈은 생산 능력이 40GW를 웃돈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 업체는 업계 최대 규모의 생산 능력을 보유한데다, 저렴한 인건비를 기반으로 우수한 원가 경쟁력도 갖춰 태양광산업 내 점유율을 빠르게 확산시켰다. 또한,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높은 폴리실리콘의 점유율까지 상승시켰다.

지난해 중국은 폴리실리콘을 제외한 밸류 체인에 있어 60%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웨이퍼는 생산실적 점유율이 80%에 달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 태양광 업체의 급격한 성장은 지역별 수급 구조 불균형을 초래했고, 태양광 발전기 설치를 적극 지원한 유럽의 태양광 소재 수입의존도는 높아졌다. 지난해 유럽 지역은 17.2GW의 태양광발전기 설치 실적을 기록했으나, 역내에서 생산한 태양광 모듈은 4.5GW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EPIA가 발표한 태양광 발전기 설치 실적 및 전망 자료를 살펴보면 태양광 발전기 설치를 장려하기 위한 정책적인 지원이 강화되지 않을 경우, 올해 설치수요가 지난해보다 소폭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정부의 지원정책이 있을 때 올해 태양광발전기 설치 수요 확대는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태양광 제품 가격하락으로 그리드 패리티에 접근하면서 자생적인 성장기반이 마련되고 있으나, 아직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산업의 성장을 좌우하는 주요 변수이기 때문이다.

태양광 발전 관련 정책 동향을 살펴보면 유럽은 재정 위기를 겪으면서 보조금을 삭감하는 등 지원을 축소했지만, 중국과 일본은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도입하는 등 태양광 발전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 재선으로 투자세액공제제도 등 기존 지원 정책이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 또한 가격하락으로 그리드 패리티에 접근한 가운데 태양광 발전기 리스제도 도입 등으로 설치 실적의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최근 생산량이 증가하고 있는 셰일가스를 활용한 발전이 활성화되면 태양광 발전의 성장 속도는 달라질 수 있다.

각국 정부의 지원정책은 태양광 발전 수요 확대 또는 유지에 긍정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태양광 발전 및 소재 산업에 장애물로 작용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정부 지원에 의존한 성장은 해당 국가의 보호무역주의 장벽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보호무역주의 장벽은 지역 간 경쟁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태양광발전기 설치비용을 상승시켜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다.

보호무역주의 조치는 지난해 5월 미국 상무부가 중국 태양광 업체에 대해 반덤핑 예비 판정을 내리면서 본격화됐다. 지난해 10월 미국 상무부는 중국산 태양광 모듈에 반덤핑 관세 부과를 결정했고, 이는 중국 업체의 영업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3월 파산에 직면한 중국 태양광 모듈 업체인 썬텍의 경우, 미국의 보호무역조치에 따른 대표적 피해 사례로 꼽히고 있다.

유럽은 지난해 9월 중국산 태양광 모듈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고 올해 6월 11.8%의 반덤핑 관세 부과를 했다. 2개월 동안 중국과 합의 유예기간을 두기로 함에 따라 관세 지속 여부와 부과 관세율이 변동될 여지는 남아 있지만, 유럽 태양광 업체의 몰락과 중국산 제품에 대한 높은 수입 의존도를 고려할 때 보호무역조치가 지속 또는 강화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보호무역조치의 파급 효과를 가늠하기 위해 지역별 수급 구조를 살펴보면 지난해 유럽은 7.3GW 규모의 폴리실리콘 생산실적으로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으며 이중 5GW 분량을 수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모듈은 유럽 지역의 생산실적이 4.5GW에 불과한 반면 태양광 발전기 설치실적은 17.2GW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유럽 지역의 모듈 수입 실적은 12.7GW 수준으로 예상된다.

유럽 지역이 수입한 태양광 모듈은 대부분 중국에서 생산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미주 지역은 역내 태양광발전기 설치실적이 태양광 모듈 생산실적을 웃돌았으나, 중국 내 설치실적이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을 크게 웃도는 태양광발전기 설치실적과 모듈 수입 규모를 감안할 때, 유럽의 보호무역조치가 미국보다 태양광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산 태양광 모듈에 대한 유럽의 반덤핑 부과로 단기적으로는 국내 업체에 반사이익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반덤핑 관세가 유지되면 국내 업체는 판매가를 인상하거나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국 정부의 보호무역조치는 장기적으로 태양광 발전 수요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내수기반이 취약해서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내 태양광 업체 입장에서는 보호무역주의 역풍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태양광 발전을 위한 지원을 확대한 중국이 자국 태양광 산업 보호를 위해 국산 제품 사용을 장려하는 정책을 펼쳐 지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중국은 설치 보조금과 FIT제도를 기반으로 지난해 5GW의 태양광 발전기 설치실적으로 기록했고 올해에는 10GW를 목표로 삼았다.

이는 중국이 태양광발전기 설치 지원정책을 강화한 점으로 봤을 때, 중국 또한 보호무역조치를 선택할 유인이 확인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태양광 산업의 공급과잉 구조를 감안할 때 당분간 수급구조 개선을 통한 실적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나, 국내 업체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이 존재한다. 또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수요를 고려했을 때 태양광 산업의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보이며, 산업 내 구조조정이 마무리된 이후로는 생존업체가 성장의 과실을 분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나리오 분석 대상은 폴리실리콘 부문을 제외한 업체 중 연간 생산능력 100MW 보유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까지 정상영업을 하고 1분기 재무제표를 공시한 국내 업체 6곳과 중국 업체 6곳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폴리실리콘은, OCI를 제외한 국내 회사 대부분이 지난해 이후 생산을 중단함에 따라 제외시켰다.

국내 기업은 ▶넥솔론 ▶SKC 솔믹스 ▶에스 에너지 ▶신성솔라에너지 ▶웅진에너지 ▶오성엘에스티 중국은 ▶LDK ▶리네솔라 ▶잉리 ▶트리나 솔라 ▶JA솔라 ▶솔라원 등이다. 웅진에너지와 오성엘에스티는 이달 구조조정 대상 기업으로 선정됐으나, 구조조정 이후에도 정상 영업활동을 지속할 것으로 판단해 대상에 포함했다.

시나리오 분석결과 개별 업체별로 차이는 있으나, 현금이익 창출 능력 및 부채비율 측면에서는 양국의 격차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국내 업체 대부분은 중국업체보다 유동성 대응 능력이 취약했다.

유동성 대응 능력만을 감안할 때 단기적으로 중국 업체가 생존경쟁 측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내 업체 중 넥솔론은 재무 구조와 유동성 대응능력이 취약한 수준이나, 시장 상황이 호전되면 국내 태양광 업체 중 상위권의 영업 실적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모기업과 함께 수직계열화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유상 증자 등 지원 수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SKC 솔믹스는 파인세라믹스사업이 태양광사업 부진을 보완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양호한 영업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분석된다. 부채 비율이 다소 높은 가운데 유동성 대응 능력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나는 점은 부담이나 모회사로부터 유상 증자와 채무 보증 등 직간접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어 재무구조상 약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오성엘에스티는 시장 상황이 호전되면 현금영업이익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되나, 회계상 손실 누적으로 부채 비율이 크게 상승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신성솔라에너지와 웅진 에너지는 유동성 대응능력이 가장 취약한 것으로 분석되며, 큰 폭의 가격 인상 및 판매 물량 확대가 이뤄지지 않으면 저조한 수익성 추이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신성솔라에너지는 자율 협약 체결을 통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며 오성엘에스티는 이달 채권금융기관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웅진에너지는 독자적인 생존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유동성 대응능력을 보완하기 위한 자구노력을 진행 중이다.

박상길 기자 gilgiza@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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