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2011 전력 설비용량·예비력 추이 살펴보니]
수요는 지속 증가…‘過少-過大’ 논쟁 앞서 정밀분석 필요

1961~2011 전력수급 현황 (한전·전력거래소 통계) <그래픽-박미경 기자 pmk@e2news.com>

[이투뉴스] “과거 활황산업과 비정상적 전기요금 정책이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나, 과거 5년 실적을 놓고 미래 수요를 예측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시민단체), “산업구조의 변화없이 수요를 잡을 순 없다. 선진국도 국민소득 3만달러 이후에야 수요가 꺾였다.” (전력당국)

중장기 전력수요 증가를 전제로 수립된 2차 에너지기본계획과 수요전망에 대한 적절성을 놓고 여전히 갑론을박이 한창인 가운데 대규모 설비 확충계획이 담긴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예상되는 중단기 예비력 상승을 두고도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시민단체 측은 이같은 공급위주 정책이 수요관리로의 정책 전환을 저해할 것이라고 지적하는 반면 전력당국은 실제 전력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수요관리 수단이 제한적인 상황에서의 과도한 수요관리 일변 정책은 수급난을 되풀이 하는 패착이 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2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력당국, 발전사들에 따르면, 정부는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상 설비예비율이 올해를 기점으로 적정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연내 수립할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수요전망을 6차 계획보다는 낮게, 2차 에기본보다는 높게 책정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7차 계획 신규물량은 최대 수GW 이내로 제한될 전망이며, 여기에 정책 설비인 원자력과 분산형 전원, 수요반응형 시장 물량 등이 우선 반영돼 실질 신규물량은 극소량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된다.

문제는 과거 전력수급이 공급부족에 의한 수급난과 대량 설비확충에 따른 공급과잉을 반복하는 패턴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면밀한 수요예측이 선행되지 않으면 수급난이나 공급과잉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

본지가 전력당국의 통계를 근거로 1961년부터 2011년까지 최근 50년간 국내 발전설비 용량과 최대수요, 설비 및 공급예비율의 추이를 살펴본 바에 따르면, 이 기간 전력수급은 약 5~10년을 주기로 무려 7차례나 수급난과 공급과잉 상태를 반복했다.

안정적 전력공급이 국가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50여년간 약 절반의 시절은 전력난에 시달렸고, 나머지 기간은 비교적 수요에 적정했거나 예비력이 과도해 수요증가를 조장한 측면이 없지 않다는 얘기다.

주목할 것은 급격한 경제성장과 산업화로 최대 전력수요와 설비용량은 1990년대 이후 가파르게 성장한 반면 설비·공급 예비력은 2011년 9.15 순환정전 사태가 터질 때까지 꾸준히 하향곡선을 그렸다는 점이다.

이런 현상의 원인을 놓고는 해석이 엇갈린다. 정부의 과도한 요금 억제가 다른 에너지의 전기화(電氣化)를 부추겼다는 진단에는 이견이 없으나 수요예측의 적정성을 놓고는 매번 각계의 과소(過少)-과대(過大) 논쟁이 불거지고 있다.

일단 9.15 순환정전 이듬해 이승훈 서울대 교수(현 녹색성장위원장)를 단장으로 60여명의 산·학·연·정 전문가로 구성된 ‘전력위기 대응체계개선 태스크포스팀(TF)’은 수요의 과소예측과 수요관리 목표의 과다계상을 수급불안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TF는 종합대책 보고서에서 “최근 공급력 부족은 장기수급계획에서 저수요를 예측하고 공급력 확보가 적기에 이뤄지지 못한데 기인한다”며 “수요관리의 경우 수요자원별 피크기여도 및 비용효과에 대한 평기기준이 불명확하고 이행의 불확실성이 증대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TF는 ▶수요예측의 정확도 제고를 통해 불확실성에 대응하고 ▶수요관리 실효성 제고를 위한 목표 반영법 개선 및 시행체계 개선 ▶설비계획의 적정성 확보 등을 중장기 개선과제로 제시했다. 지난해 수립된 6차 전원계획은 이같은 TF의 지적을 반영한 결과라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하지만 기존 전원계획에 의해 2020년 전후로 공급예비력이 25%를 상회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일각에선 공급과잉에 따른 유효설비 증가와 수요관리 여건 악화를, 다른 편에선 현 시점의 급격한 공급계획 축소를 우려하고 있다.

전력당국 관계자는 "전력수요는 하방경직성(상승하는 추세가 하락하는 경향보다 강함)이 있는데다 사회·경제적 여건에 따라 관성적으로 늘어나는 특성이 있어 요금조정만으로 이를 통제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무리"라면서 "특히 산업구조의 근본적 변화없이 수요감소를 단정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선진국 사례를 보더라도 국민소득 3만달러까지 계속 수요가 늘어나다가 이후 수요가 정점을 보인다"면서 "공급예비력은 국방에 비유하면 상비군과 같아 당장은 다소 비용이 들더라도 불확실한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가장 유효적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국회 예산정책처는 6차 수급계획의 문제점과 개선과제를 지적한 보고서에서 "목표 설비 예비율이 22%임을 감안하더라도 2020년 전후의 30% 예비율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6차 계획의 신규발전설비 도입이 필수불가결한 시점이었는가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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