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전력수급과 전력시장, 선순환이 필요
[칼럼] 전력수급과 전력시장, 선순환이 필요
  • 이창호
  • 승인 2014.10.20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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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한국전기연구원 전력산업연구센터 센터장(경제학 박사)

이창호
한국전기연구원
전력산업연구센터장
(경제학 박사)
[이투뉴스 칼럼 / 이창호]  미래 우리나라 전력수급의 모습은 ‘전력수급기본계획’이라는 정부계획을 통해 제시된다. 여기에는 전력수요 전망, 전력설비 규모, 전원별 구성, 전력수요 관리, 신재생발전량, 전력계통 확장과 같은 전력수급 관련 주요 정보가 들어있다. 전력수급계획을 통해 전력회사, 발전사업자, 건설사, 금융투자자 등 다양한 전력산업 참여자들이 향후 전력산업에 대한 투자판단과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 신규발전소 소요가 얼마나 될까, 석탄이나 가스발전 등의 규모는 어떻게 될까, 분산자원이나 수요자원과 같은 새로운 수급자원은 어느 정도 반영될까? 매번 수급계획 수립될 때마다 참여자들은 투자에 영향을 주는 정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건설의향이 있는 경우 이를 수급계획에 반영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수립된 제6차 수급계획에서는 전력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당시의 수급여건으로 인해 설비소요량을 훨씬 초과하는 건설의향 물량이 제시되어 평가를 통해 선별하는 과정을 거치기도 했다. 지금까지는 수급계획이 발전사업의 권리를 확보하는 수단으로 인식되어 수급계획에 포함되었다는 것만으로 해당설비가 거래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전력산업구조개편 이후 수급계획의 성격이 과거와는 상당히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수급계획의 기능과 역할이 무엇인지는 아직도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은 채 과거의 관행을 답습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라도 수급계획의 목적과 기능을 명확히 하고, 전력시장과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수급계획과 전력시장의 연계가 시급한 과제이다.     

전력시장이 도입된 이후 그동안 소위 ‘CBP’라는 변동비반영시장을 통해 발전설비의 공급비용을 토대로 전력가격을 결정하는 구조가 계속되고 있다. 간단히 말해 원자력, 유연탄, 가스복합이라는 설비의 공급원가에 의해 공급곡선이 주어지면, 매시간 전력수요와 만나는 점에서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이다.

최근 수년 동안은 높은 전력수요와 부하율의 영향으로 대부분 시간대의 가격이 공급비용이 높은 가스복합에 의해 결정됐다. 2007년 이후 전력가격이 빠르게 상승함에 따라 발전사업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도 높아졌다. 최근 발전소 건설 붐은 이러한 시장의 신호가 수급계획에서 건설의향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전력산업구조나 체계에서 이러한 시장신호가 과연 바르게 작동하고 제대로 전달되는지는 의문이다. 만약 수급계획을 통해 시장참여자에게 충분한 정보가 제공된다면, 이를 토대로 판단과 의사결정을 하게 될 것이다. 수급계획에서 설비규모와 전원구성을 어떻게 제시하느냐에 따라 전력산업 참여자의 반응은 달라진다. 전력시장에서 가격을 정하는 규칙은 사업자의 참여와 전원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일례로 예비율이 높아지거나 기저전원에 해당하는 원자력이나 석탄설비의 비중이 높아지게 되면 가스발전 투자는 줄어드는 반면 석탄발전의 투자는 늘게 된다. 최근 일각에서는 앞으로 전력가격이 폭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어놓고 있어, 기존 가스화력 발전사업자들을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전력수급계획은 발전소를 비롯한 전력설비를 안정적, 경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국가차원에서 수립되었다. 그러나 우리의 전력산업 여건 하에서 계획과 시장 중 어떤 수단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논의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시장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시시각각 전력가격이 결정되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계획이라는 수단을 통해 미래의 설비를 결정하고 있다. 시장과 규제가 반듯이 양립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두 가지 수단의 역할이 명확하게 설정되지 않으면 헛돌기 십상이다. 더구나 우리 전력산업이 설립목적이나 운영방식이 판이한 공기업과 사기업이 혼재됨에 따라 투자의 의사결정 방식도 다르게 작동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투자 리스크가 크지 않은 공기업은 투자기회를 선점하려는 유인이 있을 것이며, 반면에 민간 기업은 불확실성에 따른 리스크를 보상받고자 할 것이다.

전력산업의 투자는 미래의 전력수요, 건설 중인 설비규모, 향후 시장참여자의 건설의향 등 다양한 정보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된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다양한 불확실성을 담아 20년 가까운 앞날을 정확하게 예측하거나 확정적인 시행계획을 제시한다는 것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급계획은 매번 전력수요를 전망하고 이를 기준으로 설비규모와 전원구성을 결정하는 틀을 수십 년간 유지해 왔다. 전력수요가 늘어날 때는 설비부족이 계속될 것처럼 보이고, 예비력이 많아지면 발전설비가 남아돌 것처럼 보인다. 즉, 수급계획은 수립하는 시점의 수급여건으로 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적 제약이 부딪치게 된다. 결국 수요와 공급의 시차로 인해 정작 수요가 늘어날 때 부족하던 설비가 얼마 지나지 않아 공급대책과 개발 러시 공급과잉으로 바뀌게 된다. 우리의 전력산업도 이미 이런 경험을 몇 차례 경험한바 있으며, 지금도 어쩌면 그러한 연속선상에 있는지 모른다.          

이제 수급계획이 미래의 특정설비를 확정하거나 인허가를 의제해주던 과거의 방식에서 벋어나 달라진 수급여건에 맞게 변해야할 때이다. 다양한 불확실성을 반영한 수요전망, 중장기 에너지 및 전력정책의 기본방향과 목표 등을 담아 중장기 전망과 폭넓은 분석을 제공해야 한다. 아울러 변동성이 큰 참여자의 투자의향 등을 체계적, 주기적으로 수집, 분석하여 담아주는 시장정보의 기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수급계획을 통해 객관적인 다양한 정보가 제공되고 전력시장의 규칙이 일관되게 적용될 때 시장참여자들의 자기의사 결정과 책임도 같이 수반될 것이다. 다수의 참여자가 수급과 시장정보를 토대로 미래의 상황을 예측하고 판단한다면 수급의 불확실성과 전력가격의 변동성을 오히려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수급계획이 시장참여자와 전력시장에 적절한 신호를 전달함으로써 전력수급의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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