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29곳, 조합설립 꾸준히 늘어
시민협동조합에 대한 이해부족이 가장 난제

▲ 서울 품질실험소 옥상에 있는 바우뫼 햇빛발전소 전경

[이투뉴스] 최근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지연되는 원인으로 지역주민들의 낮은 수용성이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 해 11월 공유수면매립 기본계획의 법정유효기간 만료로 사실상 사업이 무산된 가로림만 조력사업을 비롯해 서남해 해상풍력 등 다수의 사업들이 인허가 절차부터 주민들의 찬반 논쟁으로 사업이 지연돼 왔다.

특히 주민들의 직접적인 반대도 있지만 법적분쟁이나 재정지원, 기술에 대한 이해 등 개발업자들이 직면할 수 있는 문제 역시 실제로는 주민들의 낮은 수용성에 원인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민관을 통틀어 업계관계자들은 낮은 주민수용성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주민이익공유제를 주목하고 있다. 정부도 지난해 9월 4차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 발표를 통해 주민발전소 등을 거론한 바 있다.

특히 우리보다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활발한 독일과 덴마크 등 유럽의 사례에 집중하고 있다.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유럽연합(EU)은 202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확대하기 위해 가장 난제인 지역 수용성 확보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유럽위원회는 이를 위해 여러 연구기관과 대학 컨소시엄에 주민이익공유제를 과제로 ‘RESHARE 프로젝트’를 발주했다. 

이익 공유는 개발업자가 발생하는 이익을 유치지역에 환원 또는 이전하는 방식이다. 유럽은 지난 20여 년간 다양한 협동조합과 개인사업자들이 사업과 조직 철학으로 이익 공유를 우선시 해왔다.

이익공유 방식은 다양하다. 개발자가 공동 사업을 위해 마을이 처분할 수 있는 기금을 제공하거나, 주식을 부여하는 방식이 있다. 이 같은 방식은 지역의 님비현상을 완화하는데 크게 기여한다. 유럽은 마을기금의 10%를 이 기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개별적인 보상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은 다음 사업 추진 시, 더 많은  요구나 기회주의적 행위를 야기할 수 있다.

이외에도 개발자가 설비건설 단계에서 지역의 교육이나 사업개발 등 구체적인 요구를 들어주거나 지역 우선고용 및 계약 등을 할 수도 있다. 또 에너지가격을 인하하거나 간접적으로 재생에너지 사업을 통해 관광이나 유명세 등 계량할 수 없는 편익을 제공하는 것도 주민수용성을 높이는 좋은 수단이다.

RESHARE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역소유는 님비와 기회주의에, 보상은 환경이슈를 대응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재생에너지 보급이 가장 활발한 독일의 경우 시민들과 소규모 조합의 역할이 지대했다. 2010년까지 독일 내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의 40%는 일반 시민이, 11%는 농부들이 소유하고 있었다. 특히 풍력발전기는 54%가 개인과 농민이 주축이 된 조합·유한회사의 소유였다.

덴마크 역시 협동조합이 보급의 일선에 있었다. 2000년까지 풍력터빈의 84%가 17만5000가구가 참여하는 다양한 협동조합의 소유였다. 이후 지원정책이 변경되면서 다소 주춤하긴 했지만 2020년까지 전력소비의 50%를 풍력으로 공급키 위해 다시 주민 풍력발전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 재생에너지 협동조합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이다. 지난해 5월 안산 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이 건립한 30kW 규모의 안산중앙도서관 태양광이 최초로 국내 협동조합이 보유한 재생에너지 발전소다. 현재 햇빛발전협동조합은 전국적으로 29곳이  있다.

지역별로는 서울·인천을 포함한 수도권에 17곳, 영남권 4곳, 호남 3곳, 강원, 충남에 각각 한 곳씩 있다. 이외에도 원불교와 기독교장로회, 한살림 협동조합 등 다양한 성격의 단체들이 협동조합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국연합회를 구성해 정보공유 및 협력체계 구축에 힘쓰고 있다.

▲ 바우뫼 햇빛발전소 준공 이후 강남햇빛발전조합에 참여한 가족, 형제, 학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강남햇빛발전조합의 '바우뫼 햇빛발전소'

잔설이 남아있는 이른 아침에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 품질실험소에서 김영란 강남햇빛발전조합 이사를 만났다. 서울 품질실험소 옥상에 설치된 바우뫼 햇빛발전소를 취재하기 위해서다.

바우뫼 햇빛발전소는 지난 해 12월 17일 준공된 원불교 소속 둥근햇빛발전조합의 250kW급 안성 한겨례 중고교 태양광설비를 제외하고 가장 최근에 지어진 발전소다. 넓지 않은 품질실험소 옥상 한쪽에  태양광 모듈판이 빽빽히 들어섰다. 설비가 품질실험소 소유의 태양열 온수장치 및 녹지 등과 어우러져 있다. 김 이사는 계통은 근처 전신주에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강남햇빛발전조합은 2013년 1월 협동조합신고를 했다. 바우뫼 햇빛발전소는 설비용량 36kW로 작은 규모지만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기금을 모아 사업을 추진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3세대의 가족을 비롯해 형제, 경기고등학교 소속 모임, 서일중학교 학생 등 49명이 출자를 통해 기금을 마련했다.

김 이사는 “부모들이 아이들의 이름으로 출자한 경우가 많다”며 “온실가스가 발생하지 않는 친환경적인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시설이라는데 우호적인 부모들이 아이들을 위해 좋은 의미로 출자를 했다”고 말했다.

지난 9월 준공 이후 바우뫼 햇빛발전소의 첫 번째 발전소장은 고등학생이었다. 임기는 3개월로 한주 간 전력생산량을 기록하고 가끔 주변을 청소하는 등 임무가 주어진다. 김 이사는 청소년을 위한 에너지절약교육으로 태양광설비만큼 효과가 좋은 것은 없다고 강조한다.

우리나라에서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가구는 한 달 평균 350kW 이상을 사용한다. 김 이사는 청소년들이 한 가구가 한 달간 사용하는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최소 10시간이상 발전소를 운영하거나 한 시간에 10개 단지를 동시 운영해야 하는데 놀란다고 밝혔다.

사업시작부터 전력 생산량 기록까지 청소년들이 참여하다보니 이전에는 막연히 벽의 콘센트에서 전력이 무한정 나오는 것으로 생각했던 것에서 구체적으로 우리 주변에 어떻게 도달하는지 알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또 학교와 가정에서 소비하는 전력이 상당히 많은 수준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에너지절약교육에 협동조합이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김 이사는 협동조합을 통해 주기적으로 학교에 찾아가 에너지교육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화지와 알루미늄 호일로 만든 태양열을 이용한 조리기구로 베이컨을 굽거나 메추리알 삶기, 초콜릿 녹이기 등 체험학습을 통해 아이들에게 신재생에너지의 원리와 에너지절약의 중요성을 가르치고 있었다.

강남햇빛발전협동조합은 한 달에 한번 주요 출자자들이 모여 운영위원회를 통해 전력생산과 수익, 주요 이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수익은 일부 배당을 제외하고 장학금이나 에너지에 대한 교육 사업에 쓰이도록 돼있다.  원금상환이나 배당은 최초 3년간은 없는 것으로 출자자들의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김 이사는 “마을공동체로서 자신이 사는 곳이 좀 더 나아질 수 있도록 구체적인 사업을 하기 때문에 이웃 간에 돈독한 관계를 가질 수 있는 것도 시민협동조합의 매력 중 하나”라고 말했다.

▲ 강남시민햇빛발전조합 주요출자자들이 정기총회를 하고 있다.

◆건설은 '한 달' , 인허가는 '반 년'

강남햇빛발전협동조합이 바우뫼 햇빛발전소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는 발전사업 허가신청을 한 지난 5월이다. 김 이사에 따르면 공사 기간은 넉넉잡아 한 달 정도로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다. 반면 2013년 12월 17일 서울 품질실험소와 부지에 대한 사용협약 체결 후, 발전사업자 인허가 등 행정절차는 최소 6개월 이상이 소요됐다고 밝혔다.

특히 협동조합이 발전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의 행정절차를 겪어야 한다. 일단 서울시의 지원으로 협동조합 설립은 복잡하지 않다. 하지만 한국전력공사와 지자체 등에 발전사업자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일반 사업자가 발전사업자 허가만 받는 것과 달리 이중으로 인허가가 필요한 것이다.

또 임대장소에 대한 인허가 절차도 임대 주체와 따로 계약을 맺어야 한다. 바우뫼 햇빛발전소의 경우 임대계약만 3개월이 소요됐다. 사업에 익숙하기 않은 시민단체가 담당하기는 복잡하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서울 내 협동조합은 8곳이지만 설비는 5곳에 불과하다.

계약을 맺어도 바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바우뫼에는 계통연계와 관련해 전신주 공사 등에 1000여 만원의 예상치 않은 추가 투자비용이 들었다.  소규모 사업자가 겪는 어려움을 마찬가지로 고스란히 겪고 있다.  최근 계통연계와 관련해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사용하는 법안이 통과돼 그나마 한시름 놓았다.

복잡한 지자체의 조례도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2013년 박원순 서울시장은 조례를 통해 태양광설치 부지 임대료를 공시지가 기준으로 kW당 2만5000원으로 못 박았다. 하지만 이 조항이 시 관내에 모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지방자치제도로 구청마다 선택적으로 시의 조항을 준용할지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노원구 구청 주차장에서는 태양광사업을 하고 있지만 강남구청 별관에서는 사업을 추진할 수 없었다. 임대료가 공시지가 기준으로 40kW에 2700만원을 호가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시에서는 시 소유의 공공건물에 한해 태양광사업을 할 수 있는지 따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 가능구역은 그만큼 한정돼 있다.

조합이지만 출자자들에게 최소한의 배당을 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어 수익도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 김 이사에 따르면 최소 200kW급 이상은 돼야 1인의 상근직원에게 월 100만원 정도의 상근비를 줄 수 있을 정도라 한다. 최근의 REC 가격하락으로 이마저도 녹녹치 않다.

당초 출자자들에게 원금을 상환하는 기간을 최소 8년으로 예상했으나 이제는 10년은 운영해야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외에도 우리나라 행정부처의 한결 같은 문제지만 신재생에너지를 이해하고 있는 담당공무원이 너무 자주 교체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김 이사는 사회적 협동조합에 대한 지자체와 공무원의 인식부족이 가장 난제라고 강조했다. 사회적 기업으로서 협동조합은 지역사회공헌,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 및 사회서비스 제공 등 공익적 목적에 부합하는 성격을 띠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협동조합 업무지침 등 정부 발표 이후에도 많은 공공기관과 지자체 담당자들이 사회적 협동조합에 대해 낮은 인식을 보이고 있다.  김 이사는 "현재 시민햇빛 협동조합들이 사업추진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도 바로 일반 영리사업자와 사회적 협동조합을 구분하지 못하는 이 같은 시각에서 비롯한다"고 역설했다.

최덕환 기자 hwan0324@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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