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의 의구심 사실로 드러나

석유공사는 우리나라의 수입의존도가 높은 중동산 원유의 가격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의 배럴당 연평균 가격이 지난해보다 다소 낮은 60달러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렇다면 국내 소비자가 쓰는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도 국제유가가 하락한 만큼 떨어질까.


아마도 일반 시민은 대부분 국제유가가 하락하는 만큼의 국내 석유제품도 하락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간혹 일부 언론을 통해 국제유가의 변동만큼 국내 석유제품이 변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한 바 있으나 뚜렷한 통계나 연구보고가 나왔던 적은 없다. 그러나 최근 과거의 국제유가와 국내 석유제품 가격 변동 사례를 살펴 봤을 때 국제유가 하락분만큼 국내 소비 석유제품 가격이 내릴 가능성이 작다는 보고서가 제출돼 주목된다. 


8일 한국석유공사의 '국제유가와 국내 석유제품가격간의 상관관계분석' 자료에 따르면 1999년 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두바이유와 국내 휘발유 가격 간 탄력성을 조사한 결과, 0.469의 상관계수가 산출됐다. 이는 두바이유 가격이 1% 변하면 국내 휘발유 가격은 0.469% 변한다는 의미로 결국 국내 휘발유 가격은 국제유가가 내린 만큼 하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두바이유가 1% 하락한 직후 일주일 동안 평균 국내 휘발유가격은 0.168% 떨어져 단기적인 가격 변화에 따른 혜택을 누리기는 더욱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경유가격 역시 국제유가와의 상관계수는 0.898로 휘발유에 비해 탄력도가 높았지만 원유가격이 내린 만큼 국내에서는 혜택을 누리지는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휘발유와 경유가격도 이들 제품의 국제가격이 내려도 그만큼 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같은 분석기간 동안 국제 휘발유 가격이 1% 변할 때 국내 휘발유 가격은 0.626% 변하고 국제 경유가격이 1% 변하면 국내 경유가격은 0.213% 변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를 작성한 석유공사의 고유경 대리는 "이번 분석은 국제 원유ㆍ석유제품 가격과 국내 석유제품 가격의 상관관계를 구하는 것으로 국제유가가 변동할 때 국내 석유제품 가격의 반응 속도와 정도를 보는 비대칭성 분석과는 차이가 있다"며 "탄력성이 낮다는 것은 국제유가가 오를 때 국내 가격이 덜 오른다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국제유가에 대한 가격 반응 정도는 대부분은 국제유가 1% 변화시 국내 석유제품가격은 1% 미만으로 변하고 있어 국내 석유제품가격의 상승과 하락이 국제유가보다 작다고 추정된다는 게 고대리의 설명이다.


하지만 국제 유가가 상승할 때에는 국내 휘발유 가격이 빠른 속도로 많이 오르고 반대의 경우에는 국내 휘발유 가격이 더디게 조금만 내린다는 소비자의 의심과 일치하는 국책 연구기관의 분석도 제시된 바 있어 이번 연구결과가 소비자들의 의심을 더욱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 에너지경제연구원은 1997년 4월부터 2005년 6월까지 원유가와 휘발유 가격의 비대칭성을 분석한 결과 휘발유 도매가격의 경우 1개월 전 및 2개월 전 원유가격 변동과 도매가격 변동의 상관관계 정도를 뜻하는 조정계수가 원유가격 상승시에는 1.242, 원유가격 하락시에는 0.740로 나왔다고 밝혔다. 국내 휘발유가격이 국제유가가 오를 때는 빠른 속도로 많이 상승하지만 국제유가가 내릴 때에는 느리게 조금만 인하된다는 의미다.


한편 국내 석유제품가격은 국제 석유제품보다는 두바이유에 더 큰 반응을 보였다.


고대리는 이번 조사에서 "장기적으로 국내 휘발유 및 경유가격은 두바이유와 국제 석유제품가격에 연동되고 있다"며 "특히 두바이유에 대해 더 큰 반응을 보이며 가격이 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것에 대해 "국내 정유사가 단기적으로 국제 석유제품가격에 연동해 국내 석유제품가격을 결정하고 있으나 원유도입 시차에 따른 원유도입비용의 미반영 등을 장기적으로 조정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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