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전력수급계획, 새로운 틀이 필요하다
[칼럼] 전력수급계획, 새로운 틀이 필요하다
  • 이창호
  • 승인 2015.08.3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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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한국전기연구원 / 경제학 박사

이창호 
한국전기연구원
경제학 박사
[이투뉴스 칼럼 / 이창호] 지난 7월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수급계획)이 진통 끝에 수립됐다. 2년마다 전기사업법에 의해 수립되는 수급계획은 계획의 수립과정과 절차가 상당히 복잡하다. 계획수립을 위한 논의기구만 해도 소위원회, 수급위원회, 전력정책심의위원회 등 다단계로 구성돼 있다. 뿐만 아니라 공청회, 관련부처 협의, 국회보고 등의 절차를 거치도록 돼있다. 수급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대체로 지난 계획에서 도출된 미비점이나 과제에 대한 정책연구나 기술검토가 이루어져야하며, 계획수립 시 기술적 경제적 평가에 필요한 지표개발도 병행돼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점을 감안한다면 실제 수립과정에는 정책연구 수행, 이슈나 현안에 대한 기술자문이나 워킹그룹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 특히나 금번 계획과정에서와 같이 국회보고나 절차가 늘어나게 되면 계획수립의 절차 또한 길어지게 된다. 이처럼 지난한 수급계획을 지금처럼 전력수급 여건이나 계획의 개념이 달라진 현 시점에서도 계속 되풀이해야 되는지 생각해볼 시점이다.

수급계획의 역사는 길다. ’85년 수립된 ‘전원개발계획’을 시작으로 ’91년부터 2000년까지 5차례에 걸친 ‘장기전력수급계획’, 그리고 2001년 전력산업구조개편 이후부터 금년까지 7차례 수립된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이르기까지 30년 동안 2년마다 무려 15번의 계획이 수립됐다. 이러한 수급계획을 통한 전원개발이 있었기에 늘어나는 전력수요 여건에서도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가능하였을 것이다. 수급계획 이후 에너지 분야에 많은 계획들이 수립되고 있다. ‘에너지기본계획’(이하 에기본), ‘신재생에너지기본계획’, ‘에너지이용합리화기본계획’, ‘집단에너지공급기본계획’, ‘전력수급기본계획’, ‘천연가스수급계획’등등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이러한 계획은 대부분 법적근거에 따라 수립되는 법정계획으로 정책시행의 근거로써 작용하며, 많은 정부부서가 계획을 근거로 관련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계획의 사전적 의미는 대체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서 앞으로 할 일에 대한 방법·순서·규모 등을 미리 생각하여 정해 놓은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목표달성을 위해 체계적으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그러나 우리의 전력산업이 과거 산업화 단계에서와 같이 정부가 자원조달을 책임지던 계획개념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 지는 의문이다. 지금 우리 전력산업은 기존 전원과 경쟁이 어려운 일부 정책전원을 제외하고는 시장을 통해서도 자원조달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제 정부의 수급계획도 선진국에서와 같이 수요예측 수급자원 분석 등 전력수급자원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제공에 치중할 필요가 있다. 금번 7차 수급계획은 이러한 측면에서 제도개선이 이루어졌지만 실제 계획 수립에 있어서는 절차나 내용이 미처 정립되지 않아 과거의 형식과 틀을 답습하고 말았다. 따라서 차기계획에서는 지금과는 다른 관점에서 수급계획의 내용과 형식을 새롭게 정립하고 다양한 수급정보를 제공하는 기능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앞으로 전력산업은 지금보다도 훨씬 더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될 것이다. 모든 참여자가 시장여건의 변화와 상대방의 반응을 주시하게 될 것이고 이로 인해 수급의 불확실성도 커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력공급에 대한 책임은 과거 정부로부터 시장참여자에게 이전되게 되며 궁극적으로는 시장에 의해 이뤄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제 수급자원 조달에서 플레이어는 정부가 아닌 시장참여자이며 이에 따른 책임 또한 그들의 몫이다. 만약 시장참여자들의 역할이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수급이나 시장 불확실성에 따른 책임을 정부가 짊어질 발미가 될 것이며 이는 곧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다만 우리와 같이 전력계통이 고립된 여건에서는 안정적 전력공급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므로 이에 대해서는 정부가 최소한의 범위에서 대비할 수 있도록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수급계획은 사실 에기본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어정쩡한 위치다. 현재 수급계획에서 다루는 상당부분이 에기본에서 이미 만들어진 것들이다. 에너지수요와 공급전망,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 에너지 수요 목표, 에너지원 구성, 에너지효율향상, 신재생에너지 공급 등 전원별이나 연도별 소요량만 제외하다면 전력부문의 많은 부분이 유사하다. 금번 계획만 보더라도 원자력, 신재생, 집단에너지, 분산전원 목표, 수요관리 등은 모두 에기본이나 관련계획에서 제시된 내용을 그대로 옮겨오거나 조금 더 상세한 내용을 제시한 정도에 불과하다. 결국 수급계획이 정체성을 확보하고 실효성 있는 계획이 되기 위해서는 상위계획이나 타 계획 간에 통합성과 차별성이 확보돼야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경우 주정부에서 2년마다 통합에너지정책(Integrated Energy Policy Report)을 수립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전력자원계획(Electricity Resource Plans), 전력가스예측, 에너지효율향상, 신재생에너지, 송전망계획, 기후변화, 원자력 등이 포함돼 있다. 우리의 수급계획에 해당하는 자원계획은 향후 10년간의 자원별 공급규모(kW)와 에너지밸런스(kWh)를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우리의 에너지정책도 여러 법에 의해 각기 수립되기 보다는 통합된 형태로 재구성될 필요가 있다. 특히 전력수급계획은 오래전부터 따로 독립적으로 만들어졌던 관행과 수립방법 상의 차이, 기간이나 주기의 불일치 등으로 인해 타 계획과의 정합성이 늘 지적돼 왔다.

지금은 수급계획이 어떤 설비를 누가 언제 어디에다 지을 것 인가 정해주던 과거와 같은 개입으로부터 벗어나 있다. 수급계획의 보다 중요한 기능은 향후 예상되는 전력수급의 문제 해결을 위해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하고 합리적인 정책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체계적인 수급자원 전망과 분석이 매우 중요하다. 이제 수급계획이 정부는 물론 전력회사, 사업자 등 다양한 시장참여자가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명확한 정책신호와 수급자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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