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경쟁력 약화에 판매실적까지 갈수록 둔화 二重苦
선제적 구조조정 등 체질개선과 새 비즈니스 모델 절실

[이투뉴스] 도시가스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유례없는 실적 악화로 경영난이 심각하다. 소비자 생활패턴이 변화하고, 난방열원이 도시가스에서 다양한 전기기기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도시가스 판매량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라며 각계의 시샘(?)을 받던 것은 옛말이 된지 오래다. 신규수요 창출은커녕 가격경쟁력 저하로 대단위 규모의 산업용을 중심으로 판매량이 급락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판매량 감소세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라는 것이다.

각사마다 전사적으로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으나 근원적으로 가격경쟁력이 회복되지 않는 한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하지만 요금체계 등 구조적 문제로 자구책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세계적으로는 천연가스 황금시대(Golden Age of Gas)라는 말이 나오고 있으나 우리의 도시가스산업은 미래 지속성장에 빨간 불이 켜진 셈이다. 청정연료인 천연가스는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현실적인 최적의 에너지로 평가받고 있다. 도시가스산업의 경쟁력을 되살릴 수 있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이 같은 도시가스사의 암울한 위치는 상장사 경영실적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해 3분기 누계 경영실적을 보면 모두 매출이 크게 줄어든 것은 물론 영업이익 등 수익률이 악화됐다.  특히 산업용이 직격탄을 맞았다. 공급물량에서 산업용 비중이 큰 경동도시가스가 절반 수준으로 추락하는 치명타를 입었다.

천연가스 발열량 기준으로 한 지방권의 산업용 유종별 가격을 살펴보면 도시가스는 2014년 11월 936원에서 2015년 10월 731원으로 21.9% 낮아졌으며, LPG는 876원에서 590원으로 32.6% 낮아졌다. 이에 따른 연료 간 가격경쟁력 지수는 LNG:LPG:B-C유=100:81:76. 도시가스사별로 그 차이는 더 크다. A사의 경우 산업용 천연가스가 ㎥당 719원인데 비해 B-C유는 리터당 624원, LPG는 ㎏당 591원이다. 가격지수로 비교하면 LNG를 100으로 봤을 때 B-C유 86, LPG 82이다.

◇LPG에도 뒤진 가격경쟁력
이 같은 가격지수는 산업체에 공급하는 도시가스 물량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도시가스 사업이 시작된 이후 2014년에 처음으로 판매물량이 7.7% 줄었으며, 산업용은 8.7% 감소했다.

이런 추세는 갈수록 더해져 수요가 수가 늘었음에도 판매량 감소폭이 더 커지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도시가스 사업통계에 따르면 2015년 8월 기준 전체 도시가스 물량은 137억9612만㎥. 전년동기대비 4.2% 감소한 규모다. 이 가운데 산업용 물량은 49억7277만㎥로, 전년동기 산업용 물량이 59억4436만㎥인 것에 비해 16.3%가 줄었다. 산업용 물량 감소폭이 전체 판매량 감소폭보다 4배 이상 커 산업용 감소세가 얼마나 가파른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최근 글로벌경제 불황으로 에너지 공급과잉 구조가 형성되고, 저유가 기조와 셰일가스 도입 등에 따른 반사이익을 통해 LPG업계가 보다 공격적으로 마케팅 활동을 벌이면서 산업용 천연가스 입지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도시가스사 한 임원은 “2017년까지 산업용 천연가스의 최대 경쟁연료는 LPG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LPG와의 경쟁력에서 뒤지는 주요인은 정산단가와 제세 부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매요금의 90%를 도매요금이 차지하는 구조에서 소매단계의 대응책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산업용 천연가스 경쟁력 확보를 위한 방안으로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 환수를 좀 더 유연하게 적용해 ㎥당 88원인 도매요금의 정산단가를 탄력적으로 운영해줄 것”을 촉구했다.

타 연료로 전환한 산업체의 경우 연동제 유보 기간 미수금을 타 수용가에서 부담하게 되는 교차보조의 문제점과 정산단가 납부에 따른 수요가의 형평성 문제가 지적된다. 가격경쟁력 상실로 인해 타 연료로 전환한 산업용의 정산단가 미회수액은 2017년까지 최소 398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함께 천연가스에 부과되는 제세공과금의 한시적 인하도 요구되고 있다. 제세공과금은 천연가스의 경우 개별소비세 ㎏당 42원(33.4원/㎥), 수입부과금 톤당 2만4242원(19.1원/㎥), 안전관리부담금 ㎥당 3.9원에 CIF(운송보험료 포함 인도가격)의 2%인 관세 ㎥당 10.4원 등 ㎥당 총 66.8원이다. LPG는 ㎏당 개별소비세 20원, 안전관리부담금 4.5원이 부과된다.

도시가스업계는 한국가스공사와 공동으로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정산단가가 회수될 때까지 개별소비세 및 수입부과금의 유예나 인하를 촉구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연관사업 성과 미미, 악재도 겹겹
이처럼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면서 각 도시가스마다 대책 차원에서 연관사업과 신규사업 등 사업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그러나 성적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지역난방의 시장 잠식을 방어하고 토탈 에너지기업으로의 도약 측면에서 진행한 구역전기사업(CES사업)은 수익은커녕 적자 최소화에 갈 길이 바쁘다. 해외사업도 일부 도시가스사를 제외하곤 결실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국내적으로는 해외자원개발이 된서리를 맞으며 찬바람에 몸살을 앓고 있고, 세계적으로는 앞으로 수년동안 저유가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해외 프로젝트에서 성과를 거두기 쉽지 않다.

여기에 주변 경영환경은 악재가 겹겹이 쌓이며 지속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수도권 광역열배관망사업, 즉 그린히트 프로젝트는 거대한 장벽으로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프로젝트가 성사될 경우 수도권 내 도시가스공급시설 약 1734㎞가 사실상 쓸모없어지게 돼 배관투자 손실액은 5150억원, 매출 손실액은 연간 3471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게 도시가스업계의 추산이다.

전국 산업단지 열병합발전시설의 폐열 공급도 고심거리이다. 청정연료 사용지역 내 산업용 열병합발전시설의 잉여열을 지역냉난방용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환경문제는 차치하고 결과적으로 기존 도시가스 시장을 잠식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도시가스 배관이 설치된 지역의 중복투자로 인한 분쟁은 물론 요금전가 및 형평성 문제 등 다양한 갈등이 불거질 소지가 높다는 판단에서다.

◇정체기 대비한 대응전략 세워야
정책·제도적 한계만 따질 게 아니라 도시가스업계 스스로 냉철한 시각으로 조직을 평가해 선제적 구조조정에 나서고, 외부로부터의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이른바 땅따먹기 식의 안일한 영업방식에 안주해왔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해 4월 열린 한국가스연맹 조찬간담회에서 이호현 산업부 가스산업과장이 ‘글로벌 가스시장 동향 및 대응방향’이란 주제를 통해 대응전략 수립의 중요성을 강조한 대목을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해봐야 한다. 그동안 성장을 거듭했던 국내 도시가스산업도 글로벌 시장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향후 정체기를 대비한 도입의 유연성 등 대응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요구다. 글로벌 시장 변화에 대한 대처와 함께 국내 가스수요 감소시대가 도래하는 것에 대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국내 가스수요 정체기에 대한 대응전략으로 선제적 구조조정이 제시됐다. 이미 도시가스업계 내에서 경영환경의 불확실성 장기화 전망에 따른 자구책 차원의 체질개선 일환으로 선제적 구조조정에 나선 곳도 있다. 경남에너지가 그곳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적자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라 선택과 집중의 경영환경으로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노조도 위기극복을 위한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데 공감하며 원만한 합의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 다른 도시가스사 관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와 함께 벙커링과 연료전지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고, IT 인프라를 활용한 양방향 스마트 미터링 등 고객만족경영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방안이 요구됐으며, 비교적 짧은 역사 속에 세계가 놀랄만한 전국 배관망 구축과 기술력을 갖춘 만큼 이를 바탕으로 LNG인수 터미널 운영이나 가스배관 건설 등 핵심경쟁력 위주의 해외시장 진출을 꾀해야 할 것으로 제시됐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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