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이상훈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장
[특별기고] 이상훈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장
  • 최덕환 기자
  • 승인 2015.01.01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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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협정은 재생에너지산업에게는 기회 그 자체"

▲ 작년 12월 6일 파리에서 열린 유럽위원회(ec), irena, ren21가 주최한 ‘re-energising the future’행사


[이투뉴스] 역사적인 파리협정이 채택됐다. 20년 간 반복적이고 정체된 회의와 협상을 넘어 드디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기념비적인 결실이 맺은 것이다.  이것은 교토의정서를 대체해 2020년부터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 협력의 틀로 작용할 것이다.

날로 기후변화의 부정적 영향이 심화되는 가운데 세계 이산화탄소의 26%를 배출하는 중국과 16%를 배출하는 미국이 기후협상에 협조키로 하면서 합의 타결은 예상됐으나 결과는 기대를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파리협정은 교토의정서와 달리 선진국과 개도국이 함께 기후행동에 참여하되 감축 목표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각국이 제출한 국가별 기여방안이 존중된다.

환경그룹과 도서국가의 요구를 받아들여 기온 상승을 1.5℃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추구한다는 것이 명시됐고, 21세기 중반에 온실가스 순배출량이 '제로(0)'가 되도록 한다는 장기 방향도 제시됐다.

극한 기상으로 피해를 입는 취약한 국가들이 직면하는 재정적 손실과 피해가 언급되고 개도국 재정지원을 위해 2020년까지 적어도 연간 1000억 달러의 기후 기금을 조성한다는 내용도 새로운 진전이다. 

하지만 파리협정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새로운 출발점일 뿐이다. 186개국이 미리 제출한 국가별 기여방안(NDC)가 충분히 이행되도 지구 평균 기온은 2.7℃~3℃ 정도 상승할 것으로 평가돼 2℃ 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기온 상승을 억제한다는 파리협정상의 목표와는 차이를 보인다.

비록 매 5년마다 나라별 기여방안의 이행을 점검하고 계획을 강화하려는 체제를 추진 중이지만 국가별 기여방안은 사실상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각국의 정치적 의지에 맡겨지기 때문에 이행이 지연되거나 후퇴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려 있다.

또 기후관련 기금을 누가 언제까지 얼마나 부담할지도 불확실하며 취약한 개도국의 손실과 피해도 선진국의 법적 책임이나 보상과는 연결이 되지 않는다. 사실 파리협정은 195개 당사국의 동의를 거쳐야만 채택되는 결과물이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불확실성과 모호함을 포함할 수 밖에 없다.

세계 각국은 기후변화의 부정적 영향과 함께 새로운 기후체제가 몰고 올 파급효과에 대해서 이해득실과 민감도가 다르기 때문에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도전에 대해서도 인식과 행동이 일치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파리 기후총회는 정부 대표들의 협상만 중요했던 게 아니다. 파리 21차 당사국총회(COP21)의 또 다른 핵심 성과 중 하나가 리마-파리 행동의제(LPAA : Lima-Paris Action Agenda)이다.

협상의 다른 한편에선 도시, 지역, 기업과 시민단체들이 때론 정부와 함께 각각의 수준에서 즉시 혹은 장기적으로 모범적인 기후행동을 모색하고 공유하며 증폭하는 활발한 활동을 진행했다.

LPAA는 파리협정이 2020년부터 효력을 발휘하기 이전 지금 이미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에너지 효율을 향상하며 지역과 경제의 복원력을 형성하고 숲과 농업의 파괴를 억제하는데 있어 핵심적인 동력이 됐다.

LPAA의 틀에서 70여 개의 주요 협력 이니셔티브에 180여 국가에서 1만여 행위자가 참여하는데 2250개의 도시와 150개 지역 2025개 기업, 424 투자자, 235개 시민단체가 기후행동에 동참하고 있다.

LPAA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행사는 12월 7일에 개최된 에너지의 날 행사였다.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효율 향상으로 소주제를 구분한 LPAA의 에너지의 날 행사에는 미국, 인도, 브라질, 프랑스, 독일, 일본, 중국 등 수십 개국의 장차관 및 에너지 리더뿐만 아니라 반기문 UN 사무총장과 아이슬랜드 대통령, 세계은행과 IRENA(국제재생에너지기구) 등 국제기구의 대표들도 참여하여 경험과 비전을 활발히 공유했다.

▲ 리마-파리 행동의제(lpaa) '에너지의 날' 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는 반기문 un총장


LPAA의 에너지의 날 행사에서 반기문 총장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핵심 수단인 재생에너지의 보급 규모를 확대하고 보급 속도를 촉진하기 위해 정책 변화와 금융 개혁이 필요함”을 강조했고 세계지열연맹(GGA), 국제태양광연맹(ISA) 등 재생에너지 분야별로 새로운 국제 협력이 진전됐다.

재생에너지는 선진국뿐만 아니라 전력과 청정한 취사 에너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개도국에도 지금 당장 경제적이고 신뢰할만한 에너지원이라는 점이 부각됐다.

아프리카재생에너지계획(AREI)은 2020년까지 적어도 10GW의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증설할 계획을 발표하였고 선진국들은 2020년까지 100억 달러의 지원을 약속하였다.

협상 기간 중에 12월 6일 파리 시내에서는 유럽위원회(EC), IRENA와 REN21 등이 주최하는 ‘RE-Energising the Future’ 행사가 6백 여명의 재생에너지 분야 전문가, 기업인, 정부 및 도시의 리더들이 참석한 가운데 하루 종일 진행됐다.

이 행사는 재생에너지 확대는 기후 목표를 달성하는 가장 빠르고, 가장 청정하며, 가장 신뢰할만하고 경제적인 길이라는 점을 공유하고 확산하는데 있었다. 온실가스의 2/3를 배출하는 에너지 부문은 지속가능하고 비용 효과적인 방식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가장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바로 경제적이고 신뢰할만한 재생에너지 이용을 가속화하는 것이다. 모로코, 아프리카연합, 카자흐스탄 같은 개도국 에너지 장관들이 에너지 빈곤 해소와 기후변화 대응에 재생에너지가 즉각적이고 경제적인 수단임을 강조했고 캘리포니아 주지사, 시드니 시장 등은 각각 주와 도시 차원에서도 재생에너지 전환이 가능함을 역설했다.

재생에너지 기업뿐만 아니라 유럽의 전력회사(Iberdrola)와 석유회사(Statoil)가 재생에너지 위주로 사업 분야를 전환하는 흐름이 소개됐고 프랑스 우체국, 페이스북, 구글 등 다양한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해 무엇을 계획하고 실천하고 있는 지 공유됐다.

아직 협상의 결과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지만 파리 기후총회는 기술의 변화, 시장의 변화, 도시의 변화를 통해 재생에너지에 기반한 에너지 전환이 빠르게 진행 중임을 보여줬다.

IRENA는 파리 기후협정이 “세계 에너지 전환의 분수령”이라고 평가했고 영국의 가디언지는 “200여 국가들이 화석연료 시대의 종말에 서명”했다고 파리 총회를 요약했다.

또 IEA사무총장은 “경제성장과 온실가스 배출 증가 사이의 행복한 이혼을 환영한다”며 IEA는 혁신과 기술 이전을 촉진하여 각국이 에너지 부문의 전환을 본격화하도록 지원함을 통해 파리협정의 이행을 도울 준비가 되어있음을 강조했다.

파리협정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에 충분하지는 않지만 세계 시장에 화석연료로부터 청정에너지로 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는 것에는 충분해 보였다.  

IEA는 이미 에너지기술전망 보고서를 통해 에너지 부문에서 온실가스를 감축하는데 에너지 효율 향상과 함께 재생에너지의 기여도가 가장 크다고 평가한 바 있다. 특히 2℃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발전부문에서 온실가스를 상당 수준 감축하려면 현재 22% 수준인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비중을 2050년까지 63~65%까지 높여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저탄소 기술인 원자력과 탄소포집 및 저장의 역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에너지부문 온실가스 감축에서 재생에너지의 역할을 더욱 커질 것이다.

이미 재생에너지는 에너지부문에서 특히, 발전부문에서 주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2014년 한 해 동안 추가된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은 135GW로 지난 10년간 증가한 원자력 용량(28GW)보다 네 배가 더 많았다.

2009년 코펜하겐 회의 이후 6년 만에 태양광전지 가격이 믿기 힘든 수준인 70%나 하락하였고 풍력은 이미 기존 발전과 비교해도 경제적인 발전원이라는 장점이 작용했다.

또 원전은 계획에서 완공까지 10여년이 소요되어 긴급한 온실가스 감축에 별 도움이 안되지만 태양광이나 풍력은 적합한 계획 절차만 진행되면 짧게는 수 주일, 길어도 6개월이면 설비를 설치할 수 있어 온실가스 감축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

2011년부터 신규발전설비 용량 면에서 재생에너지가 기존의 원전 및 화력발전과 어깨를 나란히 하더니 2013년에는 전 세계 신규발전설비 용량의 58%를 재생에너지가 차지한 반면 나머지 원자력과 화력발전 신규 용량은 42%에 머물렀다.

재생에너지가 독일이나 미국 등 선진국에서만 에너지 공급과 온실가스 감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전력망이 빈약하고 상당수 지역이 전력공급을 받지 못했던 방글라데시에는 2002년 이후 무려 360만개의 가정 태양광시스템이 보급되어 2천만명 이상이 전력 사용의 혜택을 경험하고 있다.

파리협정을 계기로 화석연료 시장의 쇠퇴는 본격화할 전망이다. 다소 이른 감은 있지만 바클레이 은행은 파리협정의 채택으로 화석연료 시장은 2040년까지 전망치 대비 약 33조달러 정도 매출이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화석연료가 줄어든 자리는 에너지 효율 향상과 함께 재생에너지가 채울 것이다. 재생에너지분야 투자는 지난 해 2700억달러에 이르렀고 저유가와 세계 경기 침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꾸준히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정부에만 의존하지 않고 전세계 수 많은 주정부와 도시들도 자율적으로 재생에너지 전환에 착수하였고 재생에너지 기업뿐만 아니라 화석연료 기업들도 재생에너지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큰 이케아, 구글, 나이키, 네슬레 등 주요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100% 사용에 동참할 것을 약속하면서 재생에너지 전환을 응원하고 있다.

나아가 재생에너지 확대는 에너지 산업에서 에너지저장장치, 에너지관리시스템, 전기차, 스마트그리드 등 새로운 우군의 동반 성장을 촉진할 것이다.

독일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전환이 단순히 화석연료와 원자력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독일의 사회, 경제적 기반을 지속가능하고 안전하고 건강하게 만들면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을 추구하듯이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의 확대는 에너지믹스 이상의 거대한 전환을 초래할 것이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국가별 기여방안을 이행하는 핵심이자 1.5℃ 목표와 국가별 기여방안 사이의 차이를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좁힐 수 있는 해결책이다. 재생에너지에 기반한 에너지 전환은 이미 진행 중이며 문제는 속도이다. 파리협정은 전통 경제가 직면한 거대한 도전이지만 재생에너지 산업계에게는 엄청난 기회 그 자체다.

이상훈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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