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인도 등 전략비축유 확보 위한 증설 잇따른 행보
韓, 유가 등락 상관없이 일관된 비축계획 개선 필요

▲ 육상 석유비축시설 모습(한국석유공사 제공).

[이투뉴스] 석유 공급 과잉으로 인한 유가 하락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중국, 인도 등이 전략비축유 확보를 위한 증설과 가동에 박차를 가하면서 우리나라도 비축유 확대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유가 등락에 상관없이 일관된 계획만 내놓고 있어 정책 운영이 아쉽다는 지적이다.

오세신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세계 원유‧석유제품 재고 증가 현황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는 정부 비축유 구매 확대와 활용 가치 제고를 위한 논의를 해야 한다”며 “비축유 구매 시기를 앞당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저유가인 현 상황을 감안해 향후 유가 상승을 대비한 석유비축 기능의 경제적 활용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쌀 때 사서 비쌀 때를 대비하자는 얘기다.

전략비축유는 전세계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로, 지난해 1~10월 1억배럴 이상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처럼 전략비축유 규모가 커진 주요인은 중국과 인도의 정부 비축기지 완공 및 가동에 따른 결과로 분석되고 있다.

석유비축에 있어 후발주자인 양국의 행보는 과거에 비해 획기적으로 변화했다는 평가다. 2006년 이후에야 비축 시설 및 비축유 확보를 시작한 중국은 2020년까지 5억 배럴의 전략비축유 보유를 목표로 삼고 있다.

2006년 이후 국가비축계획만 수립한 채 실적이 미미했던 인도는 지난해 비축예산으로 494억8000루피(7억9400만 달러)를 배정해 3900만 배럴의 비축시설 완공을 추진했다. 하지만 저유가 기조가 계속되면서 기회를 활용해 비축증설에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2차 석유파동, 걸프전 사태, IMF 외환위기 등을 거치며 30년 이상 지속적으로 사업을 추진 중인 우리나라는 석유비축에 한해서는 이들보다 앞서 있다. 정부 출자예산과 한국석유공사의 국제공동비축사업을 통한 수익으로 예산을 충당한 결과, 배정예산도 지난해 550억원에서 올해 900억원으로 늘었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9월 기준 구리, 용인, 동해, 평택, 서산, 곡성, 울산, 여수, 거제 등 전국 9개의 비축기지가 운영 중이며, 총 1억4600만 배럴 규모의 비축시설과 9260만 배럴(공동비축물량 제외)의 비축유를 확보해 5340만 배럴의 여유 저장능력을 지니고 있다. 또 국가 비축유 규모나 경쟁력(동적비축 등)은 선진국의 공동석유안보 체계인 IEA(국제에너지기구) 회원국 중에서도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 지속되고 있는 저유가 기조를 기회로 활용해 목표 비축시기를 앞당기고, 규모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직 비축 여유가 있는 만큼 초저유가 시대를 맞아 비축물량과 비율을 끌어올리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 매년 석유비축계획 고시하는 산업부…유가 상황 안중 없나

▲ 산업통상자원부가 매년 초 고시한 석유비축계획 내용 중 고유가였던 2011년과 저유가였던 2015년의 비축계획 비교.(출처: 산업통상자원부 홈페이지)

이에 대해 산업부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세우고 있다.  산업부 석유산업과 관계자는 “석유비축계획은 2025년까지 1억700만 배럴을 목표로 삼고 있다”며 “저유가라고 해서 수입 목표량을 급격히 늘리지는 않을 계획”이라고 선을 그었다. 산업부의 정책 운영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산업부는 매년 2~3월경 산업부 홈페이지를 통해 해당년도 석유비축계획 사항을 고시하고 있다. 문제는 유가 상황은 해마다 달라짐에도 불구하고 이를 반영했다고 보기 어려운 계획을 발표하는 데 있다.

산업부 고시에 따르면 정부부문 비축유 확보계획은 2011년 60만 배럴, 2012년 44만8000배럴, 2013년 26만3000배럴, 2014년 27만2000배럴, 2015년 21만9000배럴이다. 국제유가가 110~120달러에 육박했던 2011~2012년에는 유가가 반토막이 난 지난해보다 무려 2~3배에 달했다. 저유가 시기에 비축목표량은 대폭 축소됐다. 정부가 비축계획을 세우는 데 있어 유가 상황을 고려하는지 의구심을 품게 되는 대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부가 2025년까지 세운 석유비축계획에 따라 비축량을 확보하는 것에는 이견이 없으나, 유가가 낮을 때는 비축량을 기존 계획보다 늘리고 유가가 오를 때는 축소하는 등 유동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며 “그러나 지금 정부의 운영행태를 봐서는 그러한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오세신 연구위원도 "비축유의 경제적 활용가치를 높이기 위해 저유가 시기에 비축유를 많이 구매하고, 유가 회복시기에는 트레이딩과 대여를 통한 수익을 높일 수 있도록 석유공사의 자율 활용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주영 기자 jylee98@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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