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로 가격경쟁력 상실, 정유사들 ‘알뜰 죽이기’도 한몫
알뜰주유소 “석유공사 공급가 너무 비싸” 의무물량 안지켜

▲ 경기도에 위치한 알뜰주유소 전경(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은 없음).
[이투뉴스] 국내 기름값이 오름세를 그리면서 가격경쟁력 논란이 일었던 알뜰주유소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지 주목된다. 그러나 정유사가 석유공사의 알뜰주유소 공급가격을 기준 삼아 자사 공급가격을 책정하고, 현물거래가격도 과거보다 큰 폭으로 인하하면서 가격을 둘러싼 갈등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또 알뜰주유소 사업자들이 석유공사와의 의무물량을 지키지 않고, 정유사 현물거래로 물량을 채우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어 논란을 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기름값 인상을 억제했다는 숨은 공로도 무색해지고 있다.

국내 기름값은 국제유가 반등에 따라 3월 첫째주 최저가를 기록한 후 서서히 오르고 있다. 이때 주유소 기준 휘발유 판매가격은 SK에너지가 리터당 1354.47원, GS칼텍스 1347.53원, 현대오일뱅크 1330.41원, S-OIL 1332.77원, 알뜰주유소 1308.97원, 알뜰-자영 1305.32원, 자가상표가 1318.25원을 기록해 바닥을 찍었다. 이후 4월 둘째주인 현재까지 꾸준하게 상승,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휘발유값이 1800~1900원대를 기록했던 2014년에 비하면 아직은 낮은 상황. 국제유가 역시 4월 15일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39달러선을 기록한 만큼 본격적인 유가 상승 시기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알뜰주유소 무용론은 유가가 본격적인 하향곡선을 그렸던 지난해부터 제기됐다. 석유공사의 알뜰주유소 공급가격을 기준으로 정유사가 공급가격을 매기게 된 것도 한몫했다. 주유소 및 석유대리점 사업자 사이에서는 알뜰주유소 공급가격을 공유하는 커뮤니티 등이 성행하고 있다. 이들은 매일 오전 공급가격을 공유하면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알뜰주유소가 가격경쟁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정유사의 현물 덤핑거래로 인해 효과가 드러나지 않는 것 뿐이라고 항변한다. 여기에 정유사 내부에서는 유가가 오르기 전 ‘알뜰주유소 무력화’에 쐐기를 박아야 한다는 논의까지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뒷받침하듯 기름가격의 기준역할을 하는 SK에너지 현물거래가격 인하폭은 최근 더 커졌다.

4월 12일 기준 알뜰주유소 공급가격은 휘발유 1265원, 경유 1024원이고, SK에너지 공급가격은 휘발유 1452원, 경유 1199원이다. 이 금액만 비교했을 경우 알뜰주유소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 문제는 SK에너지가 현물거래 시 공시된 가격에서 평균 200원 내외 할인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SK에너지 공급가격은 휘발유 1252원, 경유 999원 수준으로 알뜰보다 저렴해진다. 실제로 4월 13일 정유사 현물시장 확정가는 휘발유 1240원, 경유 990원이었다.

구매단계에서부터 경쟁력을 잃은 알뜰주유소는 정상적인 마진을 챙기기도 쉽지 않다. 일반 주유소보다 10원이라도 비쌀 경우 소비자로부터 “알뜰이 알뜰하지 않다”는 쓴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석유공사 오피넷을 통해 확인한 SK에너지폴 주유소와 알뜰주유소 판매가격을 대입해 계산할 경우 4월 12일 양 주유소가 챙기는 마진은 알뜰이 66.91원, SK에너지가 124.05원이다. 2배 가까운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알뜰주유소 관계자는 “과거에는 SK에너지 현물가격이 공시가격보다 80~100원 저렴했으나, 알뜰주유소 출현 후 알뜰이 공급가 기준이 되면서 할인폭이 200원 정도로 커졌다”며 “정유사가 주유소에 현물거래 시 ‘알뜰가격보다 더 싸게 공급하겠다’는 식으로 거래를 유도하기 때문에 그만큼 알뜰주유소 가격경쟁력이 약해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알뜰주유소는 석유공사로부터 50%를 구매해야 하지만 이는 강제조항이 아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알뜰 사업자들이 이를 악용해 20~30% 정도만 석유공사를 통해 공급받고 나머지는 정유사 현물거래로 채우는 관행이 심해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심한 경우 10%만 석유공사에 공급받는 경우도 있다”며 “무늬만 알뜰”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한 알뜰주유소 사업자는 “석유공사 공급가격이 비싸서 구매하기 힘들다”며 “대부분 정유사 현물거래로 물량을 충당하고, 전자상거래나 석유공사를 통해 구입하는 물량은 거의 없다”고 털어놨다.  알뜰주유소협회 관계자 역시 “제주도에 있는 자영 알뜰주유소 15곳이 전남지역  알뜰주유소 43곳보다 석유공사로부터 훨씬 많은 물량을 받고 있다”며 “정유사 내부에서 이 틈을 이용해 알뜰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석유산업과 관계자는 “SK에너지가 지난 1~2월 내수시장 점유율을 30% 수준으로 회복하기 위해 현물거래를 늘렸고 현재는 그보다 감소한 것으로 안다”며 “현물거래는 비정기적 거래에 불과하고, 알뜰주유소 정책은 소비자에게 싼 값에 기름을 공급하기 위한 취지인 만큼  현물이 싸게 나왔을 때 사업자들이 이를 이용해 가격을 낮출 수 있다면 그 자체를 나쁘게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주영 기자 jylee98@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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