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전력시장,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칼럼] 전력시장,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 이창호
  • 승인 2016.05.02 08:0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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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한국전기연구원 연구위원 (경제학 박사)

이창호
한국전기연구원
연구위원
(경제학 박사)
[이투뉴스 칼럼 / 이창호] 지금 우리 전력시장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2001년 도입된 전력시장은 지난 15년간 ‘CBP’라는 틀에 갇혀 제대로 된 가격신호를 제공하지 못한 채 수급상황에 따라 이리저리 표류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애시 당초 전력을 사고파는 사람사이에 가격입찰이 없으니 시장이라는 말을 붙이기도 민망하지만 이마저도 공기업간의 수익조정, 불합리한 비용정산 등으로 인해 객관성과 투명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시장가격이 오히려 시장을 왜곡하는 역기능을 한다는 점이다. 수급불안 우려에 따른 공급확대 정책과 과도하게 높아진 시장가격 유인으로 인한 발전소 투자 붐은 불과 몇 년 사이 공급과잉을 우려할 지경에 이르렀다. 언제부턴가 악화된 수익성 때문에 발전사의 신음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력시장과 전력수급의 엇박자로 인해 투자결정의 시행착오가 반복되는 형국이다.

한편 판매사업자인 한전은 2012년 까지만 해도 누적되는 적자에서 허우적거리더니 이후 적지 않은 영업이익을 남기고 있으며 올해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는 경영의 문제라기보다는 소매요금과 도매가격이 따로 노는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다. 소매요금은 2011년 kWh당 89원에서 최근 111원 으로 오른데 반해, 도매가격은 한때 160원 까지 치솟더니 작년에 100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당연히 한전이 전력시장에서 사오는 구입가격도 90원대 수준에서 80원대로 낮아졌고 이로 인해 수년째 전력수요가 정체되고 있음에도 수익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시장가격의 정상화, 제각각 돌아가는 도매가격과 소매가격 시스템이 고쳐지지 않은 한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반복해서 일어날 것이다.

지금 우리는 수요증가 둔화와 설비 확대로 전력시장에서의 유효한 경쟁이 가능한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20~30년 전 선진국에서 시장을 도입하고 진입장벽을 허물었던 여건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살 물건이 부족한데 어떻게 경쟁효과가 나타나겠는가? 안정적 전력공급이라는 절대적인 책무 앞에 그저 물량 확보가 발등에 불인데 말이다. 이제야 말로 보다 성숙된 환경에서 전력산업도 앞으로 나가야할 방향에 부합되는 정상적인 전력시장시스템으로 재편되어야 할 시점이다.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의 전원구성이나 수급여건에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전력조달과 투자가 가능한 계약시장의 도입이 시급하다.

원론적인 현물시장만으로는 원자력, 신재생과 같은 기술과 온실가스 대응이라는 정책적 니즈가 더욱 커지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시장신호를 제공하는데 한계가 있다. 원자력, 신재생, 분산전원 등은 선진국과는 달리 앞으로도 상당기간 유효한 경쟁을 기대하기 어렵다. 석탄과 가스 양자 간에도 현재의 가격구조에서는 경쟁이 어렵다.

이제부터라도 정책자원과 경쟁자원으로 구분하여 각각의 특성에 맞도록 계약시장과 현물시장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되면 대부분의 전원들이 계약시장으로 전환되고, 현물시장은 가스를 중심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위해서는 계약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당사자 간의 불공정 방지를 위해 유형별로 표준적인 기준과 절차가 필요하다. 아울러 중립적인 기구를 통해 감독한다면 우려하는 문제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이러한 여건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투자와 시장이 실질적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경쟁자원의 진입이 자유롭게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기후변화대응체계에 맞추어 탄소감축이 가능한 시장시스템으로의 변화도 시급하다. 따라서 수급정책도 전원믹스라는 설비규제에서 에너지믹스에 초점을 맞추는 에너지규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렇게 함으로써 정부에 의한 과도한 정책개입이라는 부담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며, 시장참여자 역시 스스로의 의사결정에 책임을 지는 바람직한 시장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아직까지 판매독점자 상태에 있는 한전도 시장참여자로써의 역할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전력시장에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구매입찰에 대응하는 연계수단이 필요하다. 즉, 전기요금 중 변동성이 있는 부분만이라도 도매가격과 연계함으로써 전기요금의 경직성을 일부 해소하고 이를 통해 점진적인 요금구조 개편으로 나가야할 것이다. 아울러 송배전요금의 현실화 및 지역신호 반영, 기후변화 대응에 필요한 분산자원 및 효율자원의 공급의무 들을 통해 전력공급자로써의 역할도 높여나가야 한다.

지금 세계는 에너지 뿐 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기존의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변화의 물결에 직면하고 있다. 흔히 경제발전의 원동력은 효율성과 역동성에 토대를 둔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한다.

우리 전력시스템도 이러한 맥락에서 조명되고 거시적인 틀 안에서 재편되어야 할 것이다. 만약 숲을 보지 못하고 지엽적이고 정치적인 문제해결에 발목이 잡힌다면 전력산업의 앞날은 여전히 답보상태를 면치 못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전력시장의 오래된 숙제를 풀 수 있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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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싸나이 2016-05-26 21:44:38
논고에 대한 이의 없습니다. 그렇게 방향을 정립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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