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청, 경기 북부 섬유염색업체 12곳 적발…미세먼지 주범

[이투뉴스] 경기도 북부 일대 섬유공장 27곳 중 12곳이 선박용 면세유인 고유황 벙커C유를 불법으로 사용하면서 심각한 대기오염을 발생시켜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강유역환경청(청장 홍정기)은 지난 5월 2일부터 6월 24일까지 수도권 일대의 미세먼지 배출사업장 150곳을 집중 단속한 결과 57곳을 적발했으며, 이 중 12곳은 선박용 면세유인 고유황 벙커C유를 보일러에 불법으로 사용하면서 수도권 일대에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을 다량 배출해 대기 중 미세먼지를 발생시켜 왔다고 밝혔다.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은 화석연료 연소가스에서 배출되어 대기 중 먼지 등과 함께 미세먼지를 일으키는 주요 오염물질이다. 이번 단속은 미세먼지 문제로 국민적 관심과 우려가 증가됨에 따라 수도권 일대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주요 오염물질(먼지,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배출원에 대해 단속인력을 집중 투입하는 추적 조사 방식으로 이뤄졌다.

단속 결과 경기 북부 포천, 연천, 양주에 소재한 섬유염색업체 등 12곳은 원양어선에서 사용하는 고유황(황 함유량 4% 이하) 벙커C유를 불법으로 구입해서 보일러 연료로 사용했다.

이들 섬유염색업체는 연료비를 아끼기 위해 정품 저유황 연료(약 574원/ℓ)가 아닌 값싼 선박용 면세유(약 358원/ℓ)를 썼다. 경기 포천 소재 한미염공의 경우, 고유황 연료를 불법으로 사용해 월 3000만원 이상, 연간 4억7000만원에 달하는 부당 이득을 취한 것으로 추정된다.

▲ 한강유역환경청이 적발한 미세먼지 배출사업장 위반 현황.

선박용 면세유는 외국항해 선박이나 원양어선에 공급하는 유류로 세금이 면제되어 저렴하나, 대기오염을 유발하는 황 성분이 일반 벙커C유(0.5% 이하)보다 13배(4% 이하) 가량 많이 함유되어 육상에서 사용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수도권 지역에 적용되는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경기도 양주시에서는 0.3% 이하, 경기도 포천시․연천군은 0.5% 이하의 황이 함유된 정품의 저유황 연료를 사용해야 한다.

적발된 섬유업체들은 황 함유량이 최대 3.2%에 이르는 고유황 벙커C유를 불법으로 사용했으며, 한미염공 등 6곳의 섬유염색공장에서 배출된 황산화물의 농도는 최저 558ppm(신영섬유 2공장)에서 최대 1679ppm(한미염공)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한강청은 수도권 일대 공장의 황산화물 배출 법적 배출허용 기준치(180~270ppm)를 최고 7.1배나 초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강청은 이들 선박용 면세유를 불법 사용한 12곳 중 6개 업체에서 연간 222톤에 이르는 황산화물을 다량 배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같은 양은 인구 약 18만명인 하남시의 전체 생활폐기물을 소각하는 환경기초시설(유니온파크, 소각량 48톤/일)에서 발생하는 황산화물 배출량(2015년 0.11톤)의 약 2000배에 해당한다.

국립환경과학원의 2013년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통계에 따르면 경기 북부 지역의 황산화물 배출량(1071톤)의 21%에 상당하는 큰 비중을 차지하고, 경기도(1만4922톤)의 1.5%, 수도권 지역(3만7943톤)의 0.6%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에 적발된 12곳 중 대기 오염도를 측정하지 않은 4개 사업장에서도 황산화물이 다량 배출해 온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이들이 사용한 고유황 벙커C유는 부산, 여수 소재의 공급업자로부터 싼값에 확보되어, 경기 양주시 소재 ㈜신진이엔지(지점) 등을 통해 경기 북부 섬유업체에 판매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그간 다양한 수법으로 단속을 모면한 것으로 확인됐다.

케이원텍은 이온정제유와 벙커C유 2종류 연료를 보일러에 모두 사용한다고 승인받았다. 이후 이온정제유 저장탱크에는 정품 연료를 보관하고, 벙커C유 저장탱크에는 고유황 면세유를 몰래 담아 두고 있다가, 단속시에는 저장탱크의 정품 이온정제유(황 0.3%이하)를 사용하는 것으로 위장하고, 단속이 끝나면 고유황 면세유로 번갈아 사용했다.

신영섬유2공장 등 3곳은 보일러 메인저장탱크와 급유탱크에 담긴 벙커C유의 황 함유량이 상이한 것으로 조사되어 비밀배관이나 이중구조 탱크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강청은 미세먼지의 원인물질인 황․질소산화물을 배출허용기준보다 높은 농도로 배출한 섬유염색업체 총 17곳에 대한 개선명령을 지자체에 의뢰했다.

특히 한미염공 등 섬유염색업체 12곳에 대해 선박용 면세유 등 고유황 연료의 불법사용으로 연료의 황 함유기준을 초과하여 과태료 등 행정처분을 했으며, 이로 인해 황산화물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한 6곳에 대해서는 배출부과금 부과를 의뢰했다.

아울러 이번 단속으로 육상 사용이 금지된 선박용 면세유를 유통한 정유사, 대리점, 급유선 등에 대해서는 석유사업법, 조세범처벌법 등 범죄사실을 규명하기 위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밖에 토사 방진덮개, 세륜·세차시설 등 날림먼지 억제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대형 공사장․건설폐기물처리업체 7곳과 무허가(미신고) 대기·폐수 배출업체 8곳, 대기방지시설 미가동 위반업체 등 3곳에 대해서도 고발 조치했다.

한강청은 수도권 미세먼지 문제는 국내․외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상호 작용해 이뤄지기 때문에 모든 문제가 단기적으로 해결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보고 있다.

이주영 기자 jylee98@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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