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영 해외자원개발협회 교육팀장

워킹맘 박대리의 짬내서 읽고 쓴 인문학 독서레터’ 출간

▲ 박선영 해외자원개발협회 교육팀장이 지난 25일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열린 저자 강연회에서 청중들과 소통하며 웃고 있다.

[이투뉴스] ‘주어진 물질에 만족하듯, 주어진 시간에 만족하라.’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명상록’에서 강조한 시간의 소중함을 몸소 실천하는 이가 있다. 바쁜 30대 직장인이면서 3살 아이를 키운 워킹맘은 약한 체력 탓에 쉽게 지치는 와중에도 마지막 1초까지 활용해 틈틈이 책을 읽었다.

출퇴근 시간과 점심시간을 쪼개어 읽은 책에 관한 후기는 ‘독서레터’로 작성해 업계 종사자들에게 매일 발송했다.

단지 일을 좀 더 재밌게 하고 싶었다는 그는 결국 독서레터를 자원 삼아 ‘강연하는 작가’의 꿈을 이뤘다. 최근 ‘워킹맘 박대리의 짬내서 읽고 쓴 인문학 독서레터’를 출간하고 저자 강연회까지 마친 박선영 해외자원개발협회 교육팀장의 얘기다.

“출간까지 꼬박 3년이 걸렸습니다. 그 동안 박대리에서 박팀장이 됐네요.”

자원개발 전문인력 양성의 일환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해외자원개발협회 교육팀. 박선영 팀장은 자신이 주어진 업무만을 하기 보다 소위 일을 벌리고 키우는 편이라고 말한다. 올해 3월 기존에 없던 교육팀 사업설명회를 각각 광화문, 강남, 여의도 등지에서 3차례 열어 업계 재직자들의 관심을 끌었던 일도 이같은 그의 업무 스타일 덕분이다.

그가 육아와 일을 병행하면서도 ‘독서’를 꾸준히 한 계기도 이와 맥이 통한다. 2013년 해외자원개발협회 기획정보팀의 ‘일간지 스크랩’ 업무를 맡았던 당시 박 대리는 자원업계 관련 신문기사를 첨부해 협회 회원사 직원들에게 이메일로 발송했다. 보다 ‘재밌게’ 일하고 싶었던 그는 출퇴근 시간 틈틈이 읽은 책에서 인상적인 글귀를 찾아 스크랩한 기사와 함께 이메일 명함 위에 작성해 보내기 시작했다. 남들과 다르게 하고 싶어 글귀를 종종 바꾸고, 글에 대한 해설도 써서 보냈다. 해설을 쓰기 위해 일부러 공자와 맹자 같은 동양고전 속 어려운 경구도 찾았다.

해설을 달아 보내자 “‘좋은 글 같네요’, ‘오늘 하루는 이렇게 보내야 겠네요’ 같은 답장이 오기 시작했다”는 박 팀장. 이후 지루했던 일은 즐거움이 됐고, 단순히 메일을 보내던 것에서 독서레터를 매개체로 사람들과 소통했다. 그 일상의 조각들은 최근 책으로 재탄생했다. 그 중에서도 인문학과 관련된 글만 모아 분야별로 목차를 설정했다. 독서레터를 보낸 기간동안 있었던 에피소드도 함께 엮었다. 그 사이 엄마가 읽던 책에 펜으로 열심히 그림을 그리던 세 살배기 딸은 6살이 됐다.

▲ 박선영 팀장이 강연회를 마친 후 사인을 하고 있다.

박 팀장은 “워킹맘의 일상은 1+1=2가 되지 않는 삶”이라고 표현한다. 그만큼 바쁘고 손이 많이 가지만 효율은 떨어지는 치열한 일상이라는 의미다. 그는 이러한 치열함 속에서 독서 습관을 이어가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틈새 시간 속 ‘짬’ 독서의 재미에 빠진 그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출퇴근 시간뿐만 아니라 사무실까지 걸어가는 시간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부작용이 없었던 건 아니다. 책을 읽으며 길을 걷다 크게 넘어져 무릎에서 피가 철철 흐른 일부터 건물 입구의 투명 유리를 보지 못하고 그대로 들이받은 흑역사도 있다. 덕분에 걸으며 책을 읽던 위험한 버릇은 저절로 고쳐졌다. 대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10~20초 동안 휴대전화를 이용해 e-북을 읽고, 거주하는 아파트 1층 엘리베이터에 자신의 책과 작은 책장을 비치해 이웃들과 독서의 기쁨을 나누게 됐다.

박선영 팀장은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꿈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며 “강연하는 작가가 오랜 꿈”이라고 말했다. 출간 후 대형서점에서 저자 강연회를 연 그는 결국 꿈을 이뤘다. 과거 외국어를 잘하고 싶었던 그는 현재 원어민 수준의 영어, 중국어, 러시아어 실력을 휴대전화 어플과 10분 전화 원어민 수업 등을 통해 유지한다. 또 발표를 잘하고 싶어 지하철을 기다리는 동안 벽에 기대어 중얼거린 적도 있는, 꿈을 위해서라면 망설임없이 직진하는 똑순이다.

박 팀장은 “독서의 기초가 부족했던 독서레터 초기에는 철학, 인문고전 등의 분야는 특정한 사람만 읽을 수 있는 어려운 책인줄 알았다”며 “막상 읽어보니 ‘해볼만 하다’는 생각과 함께 ‘그런(어려운) 책을 내가 어떻게 읽을 수 있겠나’라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특정한 부류의 사람만이 읽을 수 있는 책은 본래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과 맞지 않을 뿐이다. 어떤 장르도 상관없으니 관심분야에 관한 것부터 가볍게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미 현실이 된 작가의 꿈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마무리 단계인 차기작이 내년 상반기 중 출간될 예정이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24시간을 알뜰히 사용할 줄 아는 박선영 팀장, 그는 진정 '주어진 시간에 만족할 줄 아는' 살림꾼인 셈이다.

▲ '워킹맘 박대리의 짬내서 읽고 쓴 인문학 독서레터' 이미지(출처: 렛츠북출판사).

이주영 기자 jylee98@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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