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며칠 전 반가운 비가 내렸다. 가뭄으로 타들어가는 농심(農心)을 흡족히 적실만큼 많은 양은 아니었으나 때 이른 더위에 시달리던 사람들에게 청량한 한 모금 감로수와 같은 비라 할 수 있겠다. 덕분에 온 국민의 관심사로 떠오른 미세먼지도 잠잠해진 탓에 뒷산에서 맑은 하늘을 감상하며 신선한 공기를 흠뻑 마셔보기도 했다.

이러한 효과 때문인지 최근에는 미세먼지 해결책으로 인위적으로 비를 내리게 하는 인공강우가 하나의 수단으로 검토되고 있다.

인공강우는 요오드화은(AgI)이나 드라이아이스 등 수분이 응결할 수 있는 화학물질을 공중에 살포, 응결된 물방울이 무거워져 지상으로 떨어지는 방식으로 비를 만들어낸다. 다만 미세먼지가 많은 날은 통상 날씨가 맑은 만큼 대기 중 수분이 적어 인공강우를 활용할 여지가 적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일단 기상청은 오는 10월 국내에서 인공강우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라 밝혔고, 경기도는 이 실험을 바탕으로 인공강우 기술이 미세먼지 해소에 활용될 수 있는지 분석할 예정이라 전했다. 경기도는 올해 미세먼지 경보·주의보를 지난달 8일까지 32일 발령했다. 이미 지난해 총 미세먼지 경보·주의보 발령일수인 21일을 열흘이나 웃돈 만큼 미세먼지 문제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이러한 인공강우 시험은 이웃나라 중국에서 많이 활용하고 있다. 1950년대부터 관련 기술을 연구했고, 1987년에는 인공강우를 활용해 대형 산불을 진화하는 등 상당한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도 1991년 여름 노보시비르스크 지역 농장에 물 공급을 위해 인공강우를 활용했는데 목표지역의 월 평균 강우량보다 100% 증가한 수치를 보여주었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1999년 페테르부르크에서 발생한 산림화재의 불길을 진화하는데 인공강우를 활용키도 했다.

이외에도 일본은 겨울철에 높은 산에 눈을 내리게 한 뒤 수자원으로 저장, 봄철 가뭄에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고, 1946년 세계 최초 인공강우 실험을 개시한 미국도 이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수년간 마른장마를 겪어온 국내 상황을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농담처럼 댓글이 올라오기도 한다.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 등 이웃나라가 모두 인공강우기술 등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가뭄을 해결하려 하는 데 우리는 마을 이장이 갓을 쓰고 기우제를 지낸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연이 원래대로 회복되길 바라며 모든 사람의 마음을 간절히 모으는 이 같은 행동을 누가 가벼이 볼 수 있을까. 최근 파리협정 탈퇴로 온실가스 감축과 지구온도 상승을 막자는 전 지구적인 동참에 찬물을 끼얹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더욱 그러하다.

최덕환 기자 hwan0324@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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