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묻지마 연료전지 공화국
한국은 묻지마 연료전지 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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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복 기자
  • 승인 2018.12.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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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상업운전 350MW에 올해만 250MW 추가 우후죽순
대기업 외산기술로 내수시장에 좌판…보조금 비례 증가
▲서울 상암동 노을연료전지발전소 전경
▲서울 상암동 노을연료전지발전소 전경

[이투뉴스] 지난 9월 20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221차 전기위원회. 이날 위원회는 발전사업 인·허가 심의안건 27건 가운데 17건을 통과시켰다. 농어촌공사의 육상·수상 태양광사업을 비롯해 울산 정자항 풍력(136MW), 영광 창우해상풍력(151MW), 동국S&C 강릉풍력(84MW) 등 대형 사업들이 줄줄이 발전사업허가증을 받았다.

하지만 진짜 주인공은 따로 있다. 보은그린에너지사의 100MW 연료전지사업이다. 2020년 준공예정인 이 사업은 전 세계를 통틀어 역대 최대 규모다. 이 프로젝트를 포함해 같은 날 심의를 통과한 연료전지사업만 130MW. 올초부터 이렇게 허가가 떨어진 10MW이상 대형 연료전지사업은 250MW에 육박한다. (LG CNS 남양주 다산 40MW, EIG 광주 수완 13MW, 경동도시가스 남양산 20MW, 다온에프씨 영동 20MW, 테크노그린 완주 15MW 등)

최근 설치되는 PAFC(인산형 연료전지) 건설비 기준으로 올해만 1조2500억원 시장이 새로 만들어진 셈이다. 이는 원전 1기보다 용량이 큰 LNG발전소 건설자금과 맞먹는 액수다.(포천파워 1560MW 기준 1조2000억원) 발전사 관계자는 “워낙 우후죽순으로 생기다보니 우리끼리도 다 파악이 안된다. 손해 볼 일 없으니 짓고보자는 식”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이 연료전지 발전소로 에너지전환을 이룰 태세다. 전력 판매대금 이외에 정부가 별도로 지원하는 REC(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가중치가 높아(2.0) RPS(신재생공급의무화) 의무대상 발전사나 이업종 기업들이 앞다퉈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여기에 외산 연료전지 기술을 사들이거나 판매권을 확보한 대기업들이 내수시장을 놓고 벌이는 경쟁도 점입가경이다. 

발전업계에 따르면, 이달 현재 국내에서 상업운전 중인 연료전지 발전소는 340MW에 달한다. 유형별로는 경기그린에너지(58MW)를 비롯한 융용탄산염 연료전지(MCFC)가 182MW로 가장 많고, 뒤이어 PAFC 150MW,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8MW 순이다. 사업허가를 얻은 물량까지 포함하면 전체 설비량은 내년께 600MW 수준으로 불어난다.

이중 MCFC는 포스코에너지가 미국 FCE사 기술로, PAFC는 두산이 미국 클리어엣지파워사 인수로 내수물량을 공급하고 있다. SOFC는 블룸에너지와 합작회사를 설립한 소프트뱅크의 블룸에너지재팬이 최초로 한국에 물량을 공급하기 시작해 최근 SK건설이 국내 독점 공급권을 따내 좌판을 펴기 시작했다. 

하지만 연료전지 원천기술은 미국항공우주국(NASA) 소유라 기술이전이 불가능하며, 전략물자처럼 제3국 수출도 제한을 받는다. 일본이 가정단위 소용량을 확대보급 하고 있지만, 수십MW 단위 발전소 규모로 증설에 나서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우리나라만 발전용 연료전지를 신재생에너지 범주에 포함시켜 별도 보조금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6월 산업통상자원부는 REC 가중치를 재조정하면서 폐기물, 바이오매스(SRF), 소규모 임야 태양광 등은 지원을 없애거나 삭감했지만 연료전지 가중치는 기존 2.0을 유지했다. 하지만 연료전지는 발전효율이 기존 가스발전소 대비 크게 낮은데다 산업화 효과도 떨어져 지속적인 하향조정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원천기술 보유국인 미국 역시 대용량 보급에 부정적이다.

▲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연료전지 발전소 효율은 40~50%대로, 효율이 60%를 넘어선 가스터빈 대비 낮고 핵심설비(스택) 수명이 짧다. 사진은 GE HA 가스터빈
▲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연료전지 발전소 효율은 40~50%대로, 효율이 이미 60%를 넘어선 가스터빈 대비 낮고 핵심설비(스택) 수명이 짧다. 사진은 GE HA 가스터빈

연료전지 확대 비용을 결국 국민들이 전기요금으로 지급하게 된다는 것도 문제다. 국회 산업통상중기벤처위원회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연료전지 발전보조금 현황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연료전지 REC에 지급된 보조금은 1조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내년 이후 지금보다 설비용량이 갑절로 증가하면 보조금 액수도 비례해 늘 수밖에 없다.

이창호 전기연구원 연구위원은 "RPS 이행률은 높아졌지만 연료전지 등은 공급비용이 하락하지 않거나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재생에너지기업 CEO는 "재벌들이 수입차 대리점을 열듯 연료전지 판매사업에 뛰어들고 있고, 태양광이나 풍력 대신 해외에서 재생에너지로 분류하지 않는 연료전지로 공기업 의무비율을 채우는 현실이 개탄스럽다"면서 "정부가 아무 생각없이 정책 시그널을 주면 기업들이 어떻게 나올 것이라는 게 뻔한 것 아니냐"고 직격했다. 

설비는 우후죽순 늘어나는데 기존 운영설비 결함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또다른 문제다. 일례로 2014년 3300억원을 투자해 운영을 시작한 경기 화성시 경기그린에너지는 MCFC 효율이 급락하면서 최대주주인 한수원과 포스코에너지가 LTSA(장기유지보수계약) 계약액 인상을 놓고 반목하고 있다. 이 협상이 결렬되면 경기그린에너지는 파산절차를 밟게 될 수 있다. 포스코 설비를 사용한 발전소는 경기그린 외에도 27곳이나 된다. 향후 책임소재를 놓고 줄소송이 전개될 수 있다는 얘기다.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는 "연료전지에 대한 정부 정책은 시장동향이나 기술추세에 반한다. 분산전원으로서 가치는 있을 수 있으나 현행 REC는 그 가치의 수요 및 공급과 무관하게 지급되고 있다"면서 "신재생에너지원의 현금으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REC가중치 재개정 절차를 개선하는 방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주거지역 인근까지 파고든 연료전지 건설붐은 최근 주민갈등까지 초래하는 양상이다. LG CNS와 별내에너지가 추진 중인 다산신도시 연료전지 발전사업(40MW)은 다산 초·중·고교 인근에 건설 예정이어서 입주민들이 크게 반대하고 있다. 한 지역주민은 "산업부가 경기도 교육청과 교육부, 남양주시를 비롯해 가장 중요한 신도시 학부모를 깡그리 무시한 채 건립허가를 내줬다. 학교와 200m 이내 거리에 시설을 허가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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