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더기 전력시장 규제, 곪아터져 法분쟁으로 비화
누더기 전력시장 규제, 곪아터져 法분쟁으로 비화
  • 이상복 기자
  • 승인 2019.03.09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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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표 태평양 변호사, 전력포럼서 도매시장 대규모 분쟁 경고
"규제에 규제가 더해져 괴물 돼, 점점 풀수 없는 방식으로 접근"
▲제15차 전력포럼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수 산업기술대 교수,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본부장, 유승훈 교수(좌장), 이창호 전기연구원 박사, 장현국 삼일회계법인 상무, 정해성 장인의공간 대표
▲제15차 전력포럼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수 산업기술대 교수,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본부장,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좌장), 이창호 전기연구원 박사, 장현국 삼정KPMG 상무, 정해성 장인의공간 CEO(박사)

[이투뉴스] “세종시(정부) 몇몇 사람이 수만명, 아니 모든 국민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결정을 한다는 게 말이 되나. 어쨌든 잠재해 있던 문제들이 곧 폭발할 것이기에 그 전에 발전사가 됐든 한전이 됐든 미리 대비해 풀지 않으면 상당히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시장원리를 도외시 한 정부의 안이한 임기응변식 전력시장 규제가 조만간 민간석탄발전기 정산조정계수를 도화선으로 변동비 산정 및 용량요금, 전력수급기본계획, LNG도입 경쟁 확대의 영향 등 전력 도매시장 전반의 법분쟁으로 비화될 것이란 경고가 나왔다.

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미래에너지정책연구원(IKEP)이 ‘전력시장 패러다임 전환의 도전과 기회’를 주제로 8일 오후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개최한 제15차 전력포럼에서 ‘전력시장 매커니즘을 둘러싼 법적 갈등과 대안의 모색’이란 발제를 통해 이같이 지적했다.

박 변호사에 따르면, 현행 전력시장 규제는 급변한 외부환경과 달리 진입 때부터 전력수급계획으로 정부 통제 아래 놓여 소매시장까지 한전의 실질적 독점 속에 전기요금도 정부가 인가해 조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도매시장은 과도기 체제인 변동비반영시장(CBP) 고착화에 따라 여러 파생문제를 낳고 있고, 이 가운데 정부는 전력시장운영규칙이란 만능규제로 사실상 모든 영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시장을 가장한 수직통합규제가 지속되고 있다는 게 박 변호사의 진단이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력수급기본계획으로 사업자 진출입을 규제하고 있고, 장기차액계약제(CfD, Contract for Difference) 등 판매자와 구매자간 전력거래 기회를 사실상 봉쇄하고 있다. 여기에 변동비 산정, 급전순위, 용량요금, 정산조정계수 등에 의한 정부 가격규제도 유효하게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전력시장 매커니즘은 헌법의 재산권 보장 원칙과 평등원칙, 비례원칙 등에서 다양한 법적 갈등을 초래할 소지가 다분하며, 일부 사안은 이미 수면 위로 불거져 있다는 게 그의 문제제기다.

가령 민간석탄발전기 정산조정계수 적용 시 비용평가세부운영규정은 총괄원가를 ‘성실하고 능률적인 경영하에 전력생산에 소요되는 적정원가와 진실하고 유효한 자산에 대한 적정투자보수를 가산한 금액을 한다’고 정의하는 등 기준이 모호하며, 이미 입지를 확보한 한전 발전자회사 기준의 유사발전기그룹 표준투자비도 일반화에 무리가 있다.

▲박진표 태평양 변호사
▲박진표 태평양 변호사

박 변호사는 “표준투자비로 규제한다지만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아무도 판단할 수 없다. 한쪽이 대승적으로 양보하지 않는 한 대규모 법적 분쟁이 발발할 것”이라며 “이걸 피하려면 발전소 FID(최종투자결정)에 앞서 베스팅컨트렉트(Vesting Contract. 정부승인차액계약제)를 체결하든 했어야 했는데, (정부의)안일한 결정이 법적 분쟁을 불렀다”고 꼬집었다.

한전과 6개 발전자회사간 정산조정계수 역시 정당성과 합리성이 부족한 전력거래가격 결정 매커니즘으로, 헌법상 재산권제한 규정과 전기사업법 전력거래 방식 위배, 민간발전기 보상 방식과의 차등 등에 따른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정산조정계수는 한전과 자회사간 투보율 격차 유지와 발전자회사 당기순손실 방지 등을 명분으로 운용되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정산이 아니라 정부당국이 개입해 전력거래가를 임의도출하는 가격결정 매커니즘이어서 공정거래법과 약관규제법 위반 소지가 높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박 변호사는 현행 변동비 산정방식이 정당성과 합리성이 떨어져 사유재산권 침해 소지가 높은데다 전력의 시간대별·지역별 실제 가치를 반영하지 않아 비효율 발전기 퇴출과 민간 신규발전기 진입을 저해하고, 용량요금(CP)의 경우 예비율·송전손실·이용률·배출계수가 공급예비력 확보와 무관한데도 용량요금과 연계해 차별하고 있다고 봤다.

박 변호사는 CP와 관련 “규제에 규제가 더해져 괴물이 됐다. 객관적으로 보기에도 점점 풀수 없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생각”이라며 “결론적으로 편향된 구조로 설계돼 있어 정당성과 합리성이 떨어진다. 전기사업자의 해외투자자 중 누군가 국제분쟁을 제기하면, (정부로서)쉽지 않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향후 불거질 잠재갈등으로는 9차 전력수급계획과 LNG도입 경쟁 확대의 영향을 거론했다. 그는 "정부가 LNG전환 발전기에 대해 발전사업허가를 우선 부여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는 다른 잠재발전사의 평등권 침해 문제를 초래할 수 있고, 환경급전 비용부담을 전력시장운영규칙에서 계통제약발전(SCON)으로 처리하는 것은 보상이 부족해 재산권 침해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또한 향후 LNG 발전사의 직수입 확대와 가스공사의 발전용LNG 개별원료비 도입 시 발전사간 급전순위 우위를 향한 경쟁이 가속화돼 현행 변동비 산정방식의 불공정성과 불투명성이 더이상 용인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 변호사는 "발전사들의 LNG 단기 구매비중이 확대돼 SMP(전력시장가격)가 LNG 현물시장의 변동성에 취약해질 수 있다. 장기계약시장 도입이 불가피하다"면서 "만약 전력시장 매커니즘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제고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하면, 전력시장 내 법적 갈등과 분쟁이 증가해 변호사만 좋은 시장이 될 공산이 크다"고 우려했다.

앞서 그는 법무법인서 에너지, 해외투자, 기업인수합병(M&A), 경영권 분쟁 등을 다루며 산업부 전기사업법 하위법령 제정 자문과 한전 베스팅계약 연구용역 등을 수행한 바 있다.

유일한 대안은 규제 혁파와 경쟁시장체제로의 전환뿐임을 주지했다.

박 변호사는 “CBP체제에 기반한 규제방식은 한계에 다다랐다. 법적 갈등의 본질은 규제의 악순환, 즉 시장원리를 도외시하고 사업자 희생을 당연시한 결과”라면서 “진입규제와 가격규제를 놓아야 하지만 단기적으로 그게 어렵다면 전력수급계획과 발전사업허가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전력시장운영규칙을 원래대로 돌려놔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장기계약에 의한 재무안정성 확보를 위해 베스팅컨트렉트 등도 다시 검토 해보자는 의견이다. 그럼에도 규제체제 아래 문제의 본질적 해결은 어렵다. 근본적으로 진입규제와 가격규제 폐지를 통한 경쟁시장체제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부연했다. 패널 토론에 나선 전문가들도 박 변호사 진단에 공감을 표하며 서둘러 제도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창호 전기연구원 박사는 “현행 비정상적 시스템은 미래에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전기요금부터 에너지신산업, 환경문제 등 굵직한 문제가 모두 이 시장시스템 때문에 막혀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정부는)근본적으로 고쳐야 한다는 노력이나 의지가 없다”고 질타했다.

이 박사는 “발상을 크게 바꿔야 한다. 정권과 정부차원에 바른 목표를 설정해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계약시장을 만들고, 가격을 입찰하도록 하고, 보조서비스시장을 만들어 제대로 작동시키되 조금 시차가 있더라도 시장원리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도록 노력하고, 그렇게 가는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력본부장은 “현재 전력시장을 보면 과연 이것이 제대로 돌아가는 시장인가 의구심이 든다. 여러 측면의 문제가 있지만 진입규제와 가격규제 두 가지만 해결해도 지금과 같지는 않을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 본부장은 “20년간 전력시장을 봐 왔는데 요즘처럼 꿈쩍 않은 적을 본적 없다.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갈등이 첨예하게 얽혀 있는데 그걸 해결할 역량이 없어 계속 누더기로 만들다가 결국 손을 댈 수 없는 지경까지 온 것”이라며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앞으로도 어렵다. 전력시장을 중증환자로 비유했었는데, 이젠 점점 심각해져 어떻게 치장해도 도리가 없는 지경이다. 1~2년이 걸리더라도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근본적 변화를 위한 논의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적절한 제도개선 시기를 놓쳤다는 진단도 나온다. 장현국 삼정KPMG 상무는 “과거 전기요금 이슈는 회계와 경제학의 영역이었는데, 요즘엔 법률 영역으로 넘어가고 있다. 행정부가 더 이상 해결하지 못할 정도로 규제가 복잡해졌고, 요금규제 역시 더 이상 결정 못하는 영역으로 들어간 것”이라며 “이제 회계법인보다 법무법인이 일할 때가 된 듯하다. 시장의 문제를 다양한 소송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김성수 산업기술대 교수도 “민자석탄의 경우 소비자 요금 문제, 발전원간 원가 차이, 수급계획의 문제가 복잡다단하게 얽혀있어 근본적 타협이 어렵다. 결국 여러 문제가 법원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면서 “베스팅으로 묶는 것이 최선이었는데 그걸 못했다. 지금이라도 우리 현실을 똑바로 보고 새로운 그림을 그려야 한다. 국내 자원을 총동원해서 인력풀을 만들고, 지속가능한 체제를 만들어야 하며 전력거래소 역할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전력시장 선순환은 거버넌스 재정립과 규제 투명성이 선결조건이란 지적도 있다. 정해성 장인의공간 CEO는 “항상 규제가 불분명하다보니 시장도 불확실해져 같이 꼬이는 현상이 반복돼 왔다. 전력시장이 잘 돌아가려면 규제가 명확하고 투명해야 하며, 정부가 할 역할과 시장의 역할을 명확히 분리하고 각각의 역할을 투명하게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CEO는 “기저발전을 정부가 정책적으로 관리하겠다면 가격차별이 맞지만 시장에 맡긴다면 차별해선 안된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가격을 차별하면서 어떻게 하겠다는건지 밝히지 않고 수급계획으로 어물쩍 넘기고 있다”면서 “설비투자는 수급계획이 아니라 용량시장으로 넘기고, 기존 수급계획은 빨리 송변전계획 중심으로 전환하되 우리시장이 정말 효율적으로 개선되고 있는지도 제대로 감시하고 보고서를 내야한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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