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2019년 20% 증가, 휘발유·경유·나프타 늘고 중유·벙커C유 줄어
전문가 “2040년까지 수요 증가할 것…친환경차량 증가추세 등이 변수”

[이투뉴스] 화석연료 탈피, 친환경에너지 보급 확대 등 적극적인 에너지전환 정책에도 지난 10년간 국내 석유소비는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휘발유, 경유, 나프타, LPG 등의 석유제품 소비량은 증가한 반면 등유, 중유, 벙커C유 소비량은 줄었다.

한국석유공사가 집계한 2019년 석유소비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석유제품 전체 소비량은 9억3299만배럴로, 10년 전인 2009년 7억7848만배럴보다 20% 늘었다.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친환경자동차 증가 등 에너지전환 흐름이 꾸준했음에도 대표적인 화석에너지인 석유수요는 여전히 굳건한 수요를 보이고 있는 것.

연도별로 2009년 7억배럴대에서 2011년 8억배럴대로 늘었고, 2015년에는 9억배럴을 돌파했다. 다만 2017년 9억4000만배럴로 최고기록을 달성한 이후 최근에는 9억3000만배럴 수준에서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 전체적으로 석유화학용과 수송용 수요가 증가한 반면 난방용과 산업용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종별로는 휘발유가 2009년 6587만2000배럴에서 지난해 8283만6000배럴로 26%가 늘었고, 경유도 2009년 1억3230만8000배럴에서 지난해 1억7187만5000배럴로 30% 증가했다. 나프타는 2009년 3억2262만2000배럴에서 지난해 4억3861만4000배럴로 36% 증가해 가장 높은 수요증가율을 기록했고, LPG는 2009년 1억632만배럴에서 지난해 1억2297만5000배럴로16%가 늘었다.

반면 벙커C유는 2009년 6606만5000배럴에서 지난해 2201만8000배럴로 63% 감소, 10년 동안 수요가 가장 많이 감소한 유종으로 기록됐다. 이어 중유도 2009년 128만9000배럴에서 지난해 43만1000배럴로 63% 줄었고, 등유 역시 2009년 2599만1000배럴에서 지난해 1712만7000배럴로 34% 감소했다.

휘발유와 경유 소비량이 꾸준하게 증가하는 것은 수송용 소비증가에 따른 수혜로 풀이된다. 자동차 등록대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한데다 최근에는 저유가 기조까지 이어지면서 수송용 유류 증가세가 이어진 것이다. 특히 다목적레저차량(RV)과 승용차의 경유연료 허용 등으로 경유 증가세가 휘발유보다 높았다.

등유 판매량이 눈에띄게 감소하는 것은 농촌인구 감소 및 주거환경 변화에 따른 농업 및 난방용 소비량 감소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특히 난방방식이 기름보일러에서 도시가스 및 지역난방, 심야전력 등으로 전환되면서 등유소비가 크게 줄었다. 난방용 연료 전환은 보일러 등 관련기기 전환이 뒤따르기 때문에 재전환이 힘들고, 열량대비 가격경쟁력도 열위에 있어 감소추세를 만회하기 힘들다는 것이 업계 의견이다.

벙커C유 소비량은 이전에도 꾸준히 줄고 있었지만 지난 10년새 더 큰 폭으로 감소했다. 대기오염물질 배출에 따른 친환경연료 전환 요구가 늘면서 발전용과 산업용 수요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수요가 환경친화적인데다 가격경쟁력까지 갖춘 LNG로 옮겨 가고 있는 것이 주요인이다. 국내 정유사들도 이러한 추세를 반영해 고도화율을 높여 벙커C유 생산을 감소시키고 있다. 특히 S-OIL은 2018년부터 잔사유 고도화시설(RUC)을 가동해 전체 석유제품 생산량 중 벙커C유 비중을 기존 12%에서 4%까지 줄였다.

석유제품 소비의 47%를 차지하는 나프타 소비는 석유화학설비 증대 등으로 최근 10년간 가장 많이 늘었다. 다만 지난해에는 글로벌 경기악화로 인해 나프타 소비가 소폭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석유화학제품 공급과잉으로 수요가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지만, 경기가 살아난다면 다시 증가세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년째 1억배럴 근처에서 제자리 걸음 중이던 LPG  소비는 지난해 크게 증가했다. 나프타 대체제로 석유화학용 LPG 소비가 증가하고 있으며, 도시가스와 가격경쟁이 가능해진 산업용 수요가 늘면서다. 여기에 수송용 부탄 감소율도 둔화되고 있으며, 가정상업용 프로판 수요는 증가세도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팀장은 “석유소비량 증감은 석유생산 피크와 이어지기 때문에 업계에서 매우 민감한 얘기”라며 “2040년까지는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통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다만 제일 크게 우려되는 것은 정부의 전기·수소차 정책”이라며 “정부정책에 따라 수송용으로 주로 쓰이는 휘발유와 경유, LPG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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