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전쟁, 중국수출 감소에도 상반기 영업익 12조원 돌파
업계 “세계 정제설비 부족으로 3분기도 高마진 유지할 것”

[이투뉴스] 국내 정유업계가 사상 최대의 반기 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GS칼텍스가 10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국내 정유4사의 깜짝 놀랄 경영실적이 공개됐다. SK이노베이션, S-OIL,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가 거둔 상반기 영업이익을 모두 합치면 12조3200억원에 달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2020년 한 해 5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본 지 2년 반만으로, 10조원 수준을 예상하던 업계 전망도 훌쩍 뛰어넘었다. 전문가들은 기록적인 영업이익의 비결로 배럴당 평균 14.8달러를 기록한 상반기 정제마진을 지목했다.

업계 맏형으로 불리는 SK이노는 36조1668억원의 상반기 매출액을, S-OIL은 20조7294억원, GS칼텍스는 27조3880억원, 현대오일뱅크는 16조434억원을 달성했다.

SK이노는 영업이익으로 3조9782억원을, S-OIL은 3조539억원, GS칼텍스는 3조2133억원, 현대오일뱅크는 2조748억원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기록적인 영업이익 달성의 배경에는 배럴당 14.8달러를 기록한 상반기 정제마진을 꼽았다. 정유업계는 통상 정제마진이 5달러를 넘으면 수익이 나는 것으로 보는데 이를 능가하는 고마진이 수개월에 걸쳐 계속된 것이다. 고유가에 따른 재고이익 역시 컸지만 상대적으로 마진효과보다는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유업계의 정유사업 영업이익은 11조6492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94%를 기록했다.

올해 1월 첫주 평균 5.9달러였던 정제마진은 3월 둘째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본격화되면서 12달러대까지 치솟았다. 이후 러시아 제재에 따른 러시아산 석유 기피현상과 중국의 석유제품 수출감소, 리비아 정쟁으로 인한 공급불안이 본격화되면서 4월 넷째주 20달러선을 돌파해 6월까지 20달러대를 유지했다. 특히 6월 넷째주에는 29.5달러로 30달러에 육박했다.

높은 영업이익에는 윤활유사업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 유가인상으로 인해 윤활유 원료인 윤활기유 가격이 동반상승하고 경유 우선생산 기조로 공급이 감소하면서 재고이익과 판매가가 상승한 덕분이다. 석유화학사업의 경우 나프타 가격하락으로 인해 재고가치가 떨어졌지만 파라자일렌(PX) 스프레드가 급등하면서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에너지전문가는 “정유업계의 높은 영업이익은 미국 드라이빙 시즌에 따른 휘발유 소비 증가, 러시아의 경유공급 감소 및 유럽 저재고 상황 지속, 중국의 수출감소로 공급이 제한된 덕분”이라며 “석유제품 중에서도 특히 휘발유, 경유 및 항공유 스프레드는 극도로 줄어든 공급과 적은 재고로 인해 전례없이 높은 수준까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3분기 아시아 정제마진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글로벌 정제설비의 빠듯한 수급상황으로 인해 평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라며 “경유 스프레드는 겨울철 난방수요 증가시점까지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감소된 중국수출 물량으로 인해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수준을 상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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