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새로운 산불대책, 다목적 그린 뉴딜
[칼럼] 새로운 산불대책, 다목적 그린 뉴딜
  • 한무영
  • 승인 2020.05.22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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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무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 (사)국회물포럼 부회장
▲한무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 (사)국회물포럼 부회장
한무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사)국회물포럼 부회장

[이투뉴스 칼럼 / 한무영] 우리나라는 매년 봄 산불이 많이 난다. 2005년에는 양양의 천년 고찰 낙산사가 소실되었고, 작년과 올해 강원 고성군에서 큰 불이 일어났다. 다행히 올해는 일사불란한 소방당국의 노력으로 빨리 진압이 되었다. 이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 

그동안 정부는 산불예방을 위해서 많은 돈과 노력을 들였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산불이 반복되는 것은 지금까지의 대응 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는 산불에 정부 위주의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 산불예방과 진화작업에만 치우쳐서 정작 산불의 확산 예방은 등한시하고 있다. 산불확산의 원인이 건조한 대기와 강풍 같은 자연현상 때문이라고 하면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예방 대책도 기대할 수 없으니 내년 봄에 또 산불이 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산불확산의 원인이 땅이 건조하기 때문이다. 만약 숲의 여기저기에 웅덩이를 만들어 빗물로 땅을 촉촉하게 만들거나, 계곡에 물을 저장해 놓았거나, 문화재 등 주요 거점의 윗부분에 물을 모아 두었다면, 빨리 불을 끄든지 불이 번지지 않게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1년 평균 강수량은 1300밀리미터로서 산지 전역을 1.3미터의 수영장으로 만들 수 있는 많은 양이다. 이 빗물을 잘 이용하면 산불이 번지는 것도 막고 홍수 가뭄 등의 물문제도 줄이는 다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불을 이기는 것은 물이다. 그러므로 산지에 불과 물을 동시에 고려한 예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산불이 난 곳에서는 같은 양의 비가 오더라도 빗물이 두배 이상 많이 흘러 내려가서 기존에 있던 수로나 하천 등은 용량이 부족하여 넘치게 된다. 토양 침식으로 흘러 내려간 토사는 하천과 바다의 생태계에 나쁜 영향을 준다. 나무가 사라져 식물의 증발산이 줄어들면 태양열에 의해 온도가 올라간다. 그러면 다시 건조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겨울에는 지하수량은 적어지고, 하천의 물은 줄어든다. 매년 봄 가뭄과 건조한 대기가 발생하는 이유이다.

2011년 슬로바키아에 산지에서 물을 모으는 시설로 망가진 생태계를 복원하고 산불을 방지한 사례가 있다. 홍수와 하천의 건천화를 대비하기 위해 산의 윗부분부터 나무나 돌로 계곡을 듬성듬성 막아서 빗물이 저류되는 시설을 만들었다. 계곡에는 자연경관과 조화되도록 흙을 파고 쌓아서 많은 웅덩이들을 만들었다. 우리나라 시골의 둠벙과 같은 개념이다. 웅덩이 한 개 당 200~500톤 규모이며 계곡을 따라 이런 시설을 20~30개를 만들면 쉽게 수천 톤의 댐이 만들어진다. 산지의 경사면에도 주위 경관과 어울리게 빗물을 모으는 3~5톤짜리 웅덩이를 수만개 만들 수 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18개월 동안 산지에 2억5000만톤의 저류조를 만들었다. 그 결과 상습홍수는 사라지고, 생태계가 살아나고, 지하수 수위가 복원되었다. 이런 시설은 저절로 산불 확산의 방어선이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주민의 일거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최근 코로나19 사태에서의 성공한 방역의 교훈을 산불대책에 적용할 수 있다. 첫째는 생활소방이다. 화재는 언제 어디서니 일어나는 것이므로, 소방당국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모두가 산불이 나도 쉽게 끌 수 있고 번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둘째는 범정부적인 종합대응이다. 소방청 만이 아니라 산림청과 행정안전부등 다른 정부 부처도 함께 대처해야 한다. 만약 국토의 70%의 면적을 가진 산에서 물관리를 한다면, 산불과 홍수, 가뭄 문제를 개선함은 물론 산불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셋째는 주민들의 일거리 창출이다. 자기 지역의 산지에 소규모 물웅덩이를 만드는 사업으로 지역의 환경이 좋아지고, 후손들도 그 혜택을 볼 수 있다. 따라서 물과 불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다목적 그린 뉴딜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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