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무영 서울대학교 교수 / (사)국회물포럼 부회장

▲한무영 서울대학교 교수 / (사)국회물포럼 부회장
한무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사)국회물포럼 부회장

[이투뉴스 칼럼 / 한무영] 그린뉴딜이 정부의 주요 시책이 된 것을 적극 지지하고 환영한다. 가장 중요한 물공급에서의 그린뉴딜을 생각해보자. 물공급 분야에서도 탄소감축의 목표연도별 목표수치를 정하여 정책과 예산 사용효과를 검증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말로만 ‘그린’ 하면서 엉뚱한 곳에 예산만 낭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일거리를 만드는 것이 뉴딜의 목적이라면 공급측의 대규모 프로젝트보다는 많은 시민이 참여하는 수요측을 고려해야 한다. 

환경부의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하루일인당 물공급량(LPCD)은 282리터다. 일년이면 한사람당 약 100톤가량의 상수를 사용하고 그만큼 하수를 배출한다. 상하수도를 공급하고 처리하는데 들어가는 에너지는 일 톤당 1.5kWh(상수 0.25kWh, 하수 1.25kWh)이다. 5000만 인구를 곱하면 일년에 75억kWh이다. 고리 원전1호기 발전량의 1.6배를 물공급에 사용하는 셈이다. 만약 현재의 282리터를 200리터로 줄인다면 원전 절반의 용량을 줄일 수 있다. 

독일이나 호주의 LPCD는 120~150리터로서 우리나라의 절반을 사용하고도 전혀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 일회에 13리터를 사용하는 기존의 수세변기를 4리터짜리로 바꾸면 일회 9리터씩 줄이고, 하루에 10회 정도 누른다면 90리터, 현재 물사용량의 3분의 1을 줄일 수 있다. 주방이나 욕실에 있는 다른 급수 기기들도 절수형으로 바꾸면, 물을 더 줄일 수 있다. 

실제로 서울대학교에서는 2017년 수세변기 500개를 교체한 후 매년 10만톤의 상수사용량을 줄이고 약 2억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보았다. 그 외에 고속도로 휴게실, 다중 상업시설, 신규 아파트 등에서도 교체하여 불편하다는 민원도 줄어들고 물사용량과 수도요금을 줄였다. 기존 건물의 모든 화장실의 변기를 고치는 프로젝트는 탄소감축 효과도 달성하고, 지역주민의 일거리도 만들 수 있다. 

환경부에서는 물부족에 대한 여러 가지 공급대안과 우선순위를 고려하고 있다. 물 1톤을 공급할 때 드는 에너지를 보면 광역상수도는 0.25kWh, 하수재이용은 1.25kWh, 해수담수화는 4~8kWh, 빗물은 0.0002kWh 이다. 사용된 상수도는 모두 하수로 나오므로 각 대안마다 하수처리에 드는 에너지 1.25kWh가 더해져야 한다. 하지만 물절약은 상수를 안 쓰고 하수도 안 나오니, 양 쪽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모두 줄일 수 있다. 건설비나 유지관리 비용도 다른 대안에 비해 훨씬 적게 든다. 하지만 현재 환경부의 물공급 정책에는 절수와 빗물이용의 목표량이 턱없이 낮다. 정부의 그린 정책에 동참한다면 에너지가 적게 드는 순서대로 물공급 정책의 우선순위를 바꾸어야 한다. 

많은 일자리를 만들면서 탄소를 줄이는 것이 그린 뉴딜의 목적이라면 가장 쉽고 확실한 검증된 방법이 있다. 그것은 시민들이 힘을 합하여 절수형사회를 만드는 물문화를 육성하면 된다. 그린뉴딜의 사업 중 하나로 2030년까지 LPCD를 현재의 282리터에서 230리터로 줄일 목표를 채택하여 시행할 것을 건의한다. 기술도 있고, 국내와 외국의 성공사례도 있다. 환경부의 정책과 의지만 있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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