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거래소 계통기술팀, 전기학회서 정전사고 우려 제기
올해 3월 신보령 1호기 고장 때도 59.67Hz까지 주파수↓

▲대한전기학회 학술대회 특별세션으로 마련된 '생생한 실시간 계통운영현장과의 대화'에서 (왼쪽부터)신기준 중앙전력관제센터 관제5부 부장, 송태용 계통운영처 계통기술팀장, 최홍석 수급운영팀장, 최영민 계통시스템팀장, 전경희 수요예측팀장이 전력계통 현안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대한전기학회 학술대회 특별세션으로 마련된 '생생한 실시간 계통운영현장과의 대화'에서 (왼쪽부터) 신기준 전력거래소 중앙전력관제센터 관제5부 부장, 송태용 계통운영처 계통기술팀장, 최홍석 수급운영팀장(좌장), 최영민 계통시스템팀장, 전경희 수요예측팀장이 전력계통 현안에 대해 견해를 밝히고 있다.

[이투뉴스] 원전·석탄화력처럼 대용량발전기가 고장을 일으켜 전력망 주파수가 정상값(60.0Hz)을 벗어나면, 전국에 설치된 태양광인버터(전력변환기)가 이를 보호신호를 받아들여 사전 입력값에 따라 동시다발적으로 전력생산 중단에 돌입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런 상황에 태양광 공백이 커져 주파수가 일정수준(59.0Hz 이하) 이하로 하락하면, 한전이 전국적인 블랙아웃(대정전)을 예방하기 위해 각 변전소에 설치한 저주파계전기(UFR)가 자동 동작해 최소 지역단위 대형 정전사고를 피할 수 없다는 전력당국 분석 결과가 나왔다.

송태용 전력거래소 계통기술팀장은 16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대한전기학회 하계학술대회에서 ‘전력계통 현안사항’을 주제로 이런 내용의 저주파수에 의한 태양광 추가 정지 우려를 제기했다. 대형 발전기 1기 정지만으로도 언제든 대규모 정전사고가 터질 수 있다는 경고다.

그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설치된 태양광 약 15.8GW는 주파수가 59.3~59.8Hz로 떨어지면 이를 비정상 주파수로 인식해 발전을 중단한다. 한전의 배전계통 연계 가이드라인에 의해 각 인버터마다 주파수 기준값이 입력돼 있는데, 조건 충족 시 이 기능이 자동 동작한다는 얘기다.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올해 3월 28일 신보령 1호기(석탄화력, 805MW)가 불시 정지하자 약 10초 뒤 계통 주파수가 59.8Hz로 하락했고, 이를 태양광 인버터들이 저주파수로 판단해 정지하면서 약 10여초 뒤 전체 계통 주파수가 59.67Hz까지 추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력망 주파수는 사람으로 치면 맥박에 해당한다. 주파수가 떨어지면 발전소 터빈 회전속도가 느려지고 전동기 등 전기설비도 정상운전이 어려워져 전체 계통이 위험에 처한다. 현행 전기사업법은 60Hz에서 ±0.2Hz만을 변동범위로 허용하며, 그 이상은 신뢰도 기준 위반으로 본다. (발전기 1기 고장 시 59.7Hz, 2기 고장 시 59.2Hz)

전국 태양광발전소는 미국기준을 그대로 차용한 한전 연계기준에 따라 2005년부터 이런 저주파수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59.8Hz에 발전을 중단하는 인버터만 전체 설비의 1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1.4GW 신규원전 정지 시의 예상 정전규모는 9~10GW에 달한다.

정부는 뒤늦게 기준을 강화한 새 연계 가이드라인을 신규 접속설비에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미 보급한 15.8GW에 대해선 전국 8만여개 발전소를 직접 방문해 각 인버터마다 일일이 설정값을 바꿔주는 게 유일한 해법이다. 최소 2년의 시간과 적잖은 비용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올해 3월 28일 신보령 1호기 불시 정지 시 주파수 추세선
▲올해 3월 28일 신보령 1호기 불시 정지 시 주파수 추세선

송태용 팀장은 “현재 전력망의 주파수 안정도는 심각한 상태”라면서 “계통여건이 더 열악한 제주의 경우 전체 태양광이 동시에 떨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송 팀장은 “765kV 송전선로가 고장날 경우 고장파급방지장치(SPS)가 동작해 주파수하락으로 59.3Hz에서 대부분의 태양광이 멈춰, UFR이 2단계까지 작동할 수 있다”면서 “재생에너지 확대는 거부할 수 없는 미래 방향이지만, 전력산업 종사자 모두가 이런 점을 간과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UFR 2단계란 2011년 발생한 9.15 순환정전 2배 수준의 대형 정전사고를 말한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계통유연성을 강화해야 하지만, 현실이 되레 경직성 전원이 확충되고 있다는 개탄의 목소리도 나온다.

신기준 중앙전력관제센터 관제5부 부장은 “2014년 이후 준공된 중앙급전발전기 46기 중 25기가 원전, 석탄, 열제약 열병합, 대형 복합발전기 등 경직성 전원”이라며 “복합발전기도 대용량 일축형이 증가해 정지까지 최장 3시간이 소요되는 등 계통측면에서 후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부장은 “특히 주말 경부하 땐 대다수 발전기가 콜드상태(발전기를 바로 가동할 수 없는 상태)여서 양수발전과 펌핑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속응성 자원이 들어올 수 있도록 보상체계를 마련하고 가변형 양수발전기 도입과 원자력 출력제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경희 전력거래소 중앙전력관제센터 수요예측팀장은 “코로나 19로 실제 전력수요가 3~4%이상 감소했는데 미계량 태양광(한전PPA+BTM) 증가와 기상변동 등으로 불규칙 요인은 증가하고 있다”면서 “올해 8월 최대피크는 태양광으로 150만kW가량, 코로나로 200만kW가량 각각 감소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부산=이상복 기자 lsb@e2en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