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르는 장기 국가 송전망 계획
아무도 모르는 장기 국가 송전망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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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복 기자
  • 승인 2021.03.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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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차 송변전설비계획 앞두고 전력당국 속앓이
無대책 송전망에 전환도·탄소중립도 '공염불'
▲154kV 송전탑 ⓒE2 DB
▲154kV 송전탑 ⓒE2 DB

[이투뉴스] 재생에너지를 대폭 늘리고 전통 화석에너지를 조기 퇴출하는 20~30년 단위 국가 에너지정책이 수립돼 본격 추진되고 있으나 이를 담보할 장기 송전망 계획은 2~3년 단위 단기계획 조차 불확실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한전을 비롯한 전력당국은 작년말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확정·발표됨에 따라 올해 상반기(6월) 완료를 목표로 오는 2024년까지의 송전·변전설비 신설 및 보강계획을 담은 15년 단위 제9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을 짜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필요한 망보강 계획과 지역별 전력수요 변동 등을 취합하면서 협의가 필요할 때마다 산업통상자원부 및 전력거래소, 전문가 그룹 등과 방향을 조율하고 있다. 

앞서 수립된 9차 전력계획은 2034년까지 노후석탄 30기를 폐지하되 이중 24기를 가스발전기로 대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에너지전환정책에 따라 작년말 20.1GW인 태양광·풍력을 77.8GW까지 늘리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재생에너지의 경우 설비용량은 지금보다 3배 이상, 발전량 비중은 2배 이상 늘어나 전력공급 여건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문제는 전원계획과 송전계획간 시차와 탄소중립 목표 등을 고려한 장기계획 부재다. 송전망 계획에 관여하고 있는 당국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전국에서 검토되고 있는 해상풍력사업은 수십GW에 달하지만 구체적인 망보강 계획은 아직 없다.

시장형공기업인 한전 입장에선 사업 자체의 불확실성 탓에 선행투자도 조심스럽고, 자사 수익성도 고려해 이사회 승인도 받아야 한다. 발전자회사 원전, 석탄, 가스발전소 건설계획에 맞춰 송전선로를 깔던 옛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다.

한 당국자는 “태양광·풍력은 빠르면 1년 안에 완공할 수 있지만 철탑은 수용성도 낮고 건설기간도 최장 10년이상 걸린다”면서 “그렇다고 미리 건설했다가 (재생에너지가)들어오지 않으면 불필요한 투자라고 감사를 받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다른 당국자는 “전원계획을 짠 뒤 망계획을 짜는 현 체제는 지속하기 어렵다. 10차 계획부터 두 계획을 동시에 수립하고 재생에너지 확대가 예상될 경우 한전이 선투자를 할 수 있도록 신뢰도고시 기준을 개정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송전망 적기 확충으로 전원계획과의 시차를 좁혔다고 계통 문제가 완벽하게 해소되는 것도 아니다. 전력망 접속여부와 그 망의 안정적 운영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전력당국의 비공식 모의 시뮬레이션에 의하면 특단의 망 보강대책이 수립되지 않는 한 모든 계통이 사실상 과전압·과부하에 처한다. 

한 관계자는 "탄소중립은 망에서 석탄화력이 거의 사라지는 형태인데, 그렇게 됐을 때 전력의 흐름은 어떻게 달라질지, 비상시나 재생에너지 변동성이 클 때 문제가 없는 것인지 아무도 모른다"면서 "극단적으로 송전을 해결하지 못하면 재생에너지 확대든, 탄소중립이든 아무것도 이루기 어렵다. 시장이나 산업구조는 그 다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사실 송전은 정책 결정의 문제다. 정부는 당장 2~3년 문제없이 가는데 관심이 있을 뿐 국가적인 장기계획에 대해선 관심이 없거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면서 "그런 고민도 없이 수치만 높이는 에너지전환이나 탄소중립은 공상에 가깝다"고 직격했다. 

그는 "이대로 간다면 텍사스주 같은 유사 시 우리라고 정상적인 전력공급이 가능하겠냐"면서 "제대로 된 분석도 한번 하지 않고 변죽만 울리는 대책을 발표하기 보다 현 상태에 대한 냉정한 분석과 단계적인 대책마련이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또다른 당국자는 "도시계획을 하면 먼저 도로를 건설하는 게 상식이듯, 전원계획이 완전히 달라지면 송전망 계획도 원점에서 다시 세우고 발전사업자에게도 상응한 책임을 지게해야 한다"면서 "근본대책은 만들지 않고 ESS나 수요자원을 확충하겠다고 해봐야 부가대책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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