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수요회복·투자감소가 내년 국제유가 급등 부른다
[전문가기고] 수요회복·투자감소가 내년 국제유가 급등 부른다
  • 김진오 기자
  • 승인 2021.10.0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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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원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성동원 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
▲성동원 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

[이투뉴스] 지난해 초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계 원유시장을 강타한 이후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더욱 심화됐다. 배럴당 70달러에 육박하던 유가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같은 해 4월말 배럴당 10달러대 수준까지 곤두박질쳤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된 지 2년이 다 돼가는 현재까지도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이에 따라 석유수요 역시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당연히 올해 유가도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유가는 이러한 예상을 보기 좋게 따돌리며, 빠른 속도로 상승 회복해 올해 6월 배럴당 70달러대에 진입했고, 7월 초에는 2018년말 이후 최고치(7월6일, 두바이유 배럴당 75.88달러)를 기록하는 등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상회하고 있다.

이처럼 유가를 결정하는 데 있어 예측할 수 없는 변수들이 작용해 유가 전망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지만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 요인이 유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본고에서는 수급 요인을 중심으로 최근 유가 동향과 향후 전망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수요 회복에 미국·브라질 등 非OPEC도 생산 박차
석유수요는 경제성장률에 연동되며 그 외에도 연비개선, 전기차나 대체연료 개발 등과 같은 기술의 발전, 전염병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지난해는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성장률이 급락하고, 석유수요가 급감했던 한 해였다. 올해는 미국, 유럽 등지를 중심으로 코로나19 백신 개발 및 접종이 빠른 속도로 진행됨에 따라 경제·산업활동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며, 당초 예상보다 세계 경제성장률이 상승할 전망이다.

IMF는 지난 4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6.0%로 제시하며 1월 예상치인 5.5% 대비 0.5%p 상향 조정했으며, 미 연준은 지난 6월 미국의 올해 GDP 성장률 추정치를 4월 추정치 6.5% 대비 0.5%p 상향 조정한 7.0%로 발표했다. 백신접종 확대, 경제성장률 회복 등에 힘입어 지난해 급감했던 수송용 석유(휘발유, 항공유 등) 수요도 점차 회복할 전망이다. 특히 북미지역은 세계 휘발유 소비의 약 38%를 차지하는 지역으로,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빠르게 증가함에 따라 자가용을 통한 이동성이 확대되며 올해 들어 휘발유 수요가 반등해 코로나 이전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항공유(등유)는 휘발유에 비해 여전히 수요가 저조한 상황으로 올해 6월말 기준 상업용 운항 항공편 수가 2019년 2분기 대비 약 30%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백신 수송을 위한 항공 물류 수송의 증가에 힘입어 전체 운항 수는 2019년 5월 대비 8% 낮은 수준까지 회복했다. 미국, 영국 등지에서 백신 접종률이 40%를 넘어서며 국가간 이동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기 시작하는 등 올 하반기 이후에는 백신여권을 기반으로 한 장거리 항공용 수요도 점차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코로나19 백신접종률 증가에도 불구하고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 확진자 수가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코로나19로 인한 석유수요 둔화 우려가 상존하고 있으나 전반적인 수요회복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IEA(국제에너지기구)는 9월 보고서에서 백신접종 확대로 올해 석유수요가 전년대비 하루 520만배럴 증가한 9610만배럴, 내년은 9940만배럴로 2019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6월까지 항공유 수요는 2019년 2분기 대비 30% 낮은 수준이지만 미국, 영국 등지에서 국가간 이동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면서 점차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6월까지 항공유 수요는 2019년 2분기 대비 30% 낮은 수준이지만 미국, 영국 등지에서 국가간 이동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면서 점차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석유수요 회복에 따라 공급도 점차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현재 OPEC+는 2018년 10월 생산량을 기준으로 인위적인 감산을 실시하고 있다. OPEC+는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전인 지난해 1~3월에 이미 하루 170만배럴 규모의 감산을 실행하고 있었는데,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석유수요가 급감하자 5~6월 세계 공급의 약 10%인 970만배럴 상당의 대규모 감산을 단행했다.

이후 OPEC+는 급변하는 석유시장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매월 회의를 통해 다음달 생산량을 결정하며 점진적으로 증산하고 있다. 7월 중순에 개최된 회의에서는 7월말 기준 감산규모 하루 580만배럴에서 8월부터 내년 9월까지 매월 40만배럴씩 증산하는 데에 합의했다. OPEC+의 감산완화가 점진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올해 OPEC+의 잉여 생산능력은 세계 석유소비의 약 7% 수준으로 충분히 여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셰일혁명 이후 세계 1위의 원유생산국으로 부상했지만,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셰일오일 생산량이 급감했고, 친환경에너지전환 붐으로 화석에너지 투자가 더욱 위축됨에 따라 최근 국제 석유시장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다소 약화됐다. 유가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상승회복 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9월 둘째 주 미국의 석유 시추리그 수는 401기로 지난해초 680기 대비 약 40% 낮은 수준에 그치고 있다. 또 8월 말 초강력 허리케인 아이다(Ida)가 미국 원유생산 설비가 밀집된 멕시코만을 강타해, 이달 중순에도 원유 생산설비의 약 70%가 폐쇄되는 등 생산 차질이 이어질 전망으로 3분기 미국 원유 생산량은 하루 1106만배럴로 추정된다(EIA). 이는 코로나 확산 이전인 지난해 초 1300만배럴보다 15%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멕시코만 생산시설을 복구한 이후 미국의 생산량은 석유수요 회복세와 상반기 시추리그 수 증가 등의 영향으로 3분기 대비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며 미국 외에 브라질, 노르웨이 등의 비OPEC 국가의 생산량도 증가할 전망이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의 집권 이후 대(對)이란 제재완화 기대감이 컸으나 핵협상이 지연되는 가운데 이란 강경파의 대통령 당선 등으로 지연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 이란산 원유의 국제시장 유입 가능성은 높지 않겠으나 향후 잠재적인 공급확대 요인으로서 큰 폭의 유가 상승을 제한할 수 있다.

▲내년 이후 석유수요가 완전히 회복되면 누적된 업스트림 투자감소로 유가급등을 불러올 수 있다.
▲석유수요가 완전히 회복되면 누적된 업스트림 투자감소로 유가급등을 불러올 수 있다.

◆친환경 에너지 전환 전에 자원안보 고려해야
올해 들어 유가는 코로나19 확진자 수 증가세 지속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에 따른 원유수요 회복 기대감으로 전년대비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9월 중순을 기준으로 올해 두바이유 평균유가는 배럴당 65.98달러로 지난해 평균 42.21달러 대비 56% 상승한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4분기에도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에 따라 유가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지만, 백신접종 확대에 따른 국가간 이동 증가 등으로 석유수요 회복세가 이어져 배럴당 70달러 전후의 유가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내년에도 수요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나 OPEC+의 점진적인 감산완화, 미국의 생산량 확대, 이란산 원유의 유입 가능성 등의 공급확대 요인들로 인해 올해 대비 유가가 소폭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내년 이후 코로나19 이전의 석유수요를 완전히 회복하고, 안정적인 증가세를 지속할 경우 최근 석유 업스트림 부문의 누적된 투자 감소가 글로벌 석유시장의 구조적인 공급부족과 유가급등을 초래할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석유 수요피크 논쟁에서 수요 정점의 시기를 더욱 앞당기는 역할을 했으며, 전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 움직임에 따라 국가와 기업차원에서 경쟁적으로 넷제로(net-zero) 선언을 하는 등 당장이라도 석유 없는 시대가 올 것 같다. 하지만 현재 석유 중심의 운송체제를 대체할 친환경 에너지 운송체제를 구축하는 데에는 매우 오랜 시간이 소요될 전망으로 중장기적인 에너지원 구성에 있어서 석유는 여전히 핵심적인 지위를 공고히 할 것이다. 에너지전환으로 가는 긴 여정에서 석유수입국인 한국이 자원안보 차원에서 석유의 안정적인 확보도 충분히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성동원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dwsung@koreaexim.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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