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급등에 사용량 많은 대형경유차 등 불법개조 판쳐
교통안전공단 “경찰협조 없으면 할 수 있는 조치 없어"

[이투뉴스] 중국의 요소 수출검사 의무화로 국내 차량용 요소수 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경유차의 요소수 분사를 담당하는 선택적 환원촉매설비(SCR) 불법개조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자동차 불법개조를 검사하는 한국교통안전공단은 “경찰의 협조가 없으면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환경규제인 유로6를 도입하면서 경유차에 SCR 적용을 하지 않으면 환경인증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SCR은 경유차가 배출하는 질소산화물 제거에 가장 효과적인 시스템이지만 요소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정기적인 보충이 필요하다.

개인이 사용하는 RV나 승용경유차의 경우 주행거리가 많지 않아 요소수 소모가 크지 않다. 하지만 트럭, 화물차 등 대형 경유차의 경우 쓰는 요소수 양은 엄청나다. 주유소업계에 따르면 25톤 덤프트럭의 경우 요소수를 한 달에 500리터에서 1000리터까지 소비한다.

문제가 불거진 것은 요소수 품귀로 가격이 상승하면서부터다. 올 초 10리터당 1만원대에 머물렀던 요소수 가격은 품귀로 10배 이상 올랐고 당근마켓 등 일부 플랫폼에서는 20만원 수준에 거래가 성사되는 일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소수를 주입하고 있는 경유차 모습.
▲요소수를 주입하고 있는 경유차 모습.

요소수 가격이 급등하면서 SCR 불법개조 업체는 때아닌 호황을 맞이했다. 일각에서는 SCR이 적용된 화물차 10대 중 1대는 불법개조차량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SCR 불법개조는 자동차 전체를 관장하는 전자제어유닛(ECU)를 해킹, SCR 분사장치를 막아 요소수 소비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아예 ON/OFF 기능을 달아 프로그램을 끄고, 켜는 것까지 가능하다는 전언이다. 교통안전공단이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자동차검사에서도 쉽게 적발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불법개조 비용은 120만원에서 200만원, 개조에 필요한 시간은 1시간도 채 되지 않는다. 이렇게 개조된 경유차는 질소산화물을 전혀 걸러내지 못해 최대 10배의 유해물질을 뿜어낸다. 

자동차정비업계 관계자는 “화물차 운전자 사이에 불법개조가 만연한데다 무전 등으로 불법개조 팁을 공유하고 있다“며 “배기가스를 살펴보면 화물차 10대 중 1대는 불법개조차량“이라고 밝혔다. 그는 “요소수 가격 급등으로 적발돼 최대 1000만원의 벌금을 물더라도 불법개조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됐다”며 “‘우리가 불법개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놓고 왜 단속해 범법자로 만드느냐’는 논리로 자신에게 면죄부를 주고 불법개조를 주변까지 권하는 상황”이라고 도덕적 해이를 꼬집었다.

한편 교통안전공단은 SCR 불법개조가 이뤄진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아직은 손쓸 수가 없는 형편이라는 입장이다.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화물차는 과거 판스프링 불법개조 등의 사례가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특히 SCR 개조는 3년 전 적발사례도 있다”라며 “다만 공단으로서는 경찰에서 요청이 들어오면 합동단속 지원을 나가는 것 외에는 직접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SCR은 프로그램을 제어해 차량 외부로 노출되지 않다보니 현장단속 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며 “정기 자동차검사에서 배출가스가 많이 나올 경우에나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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