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우화 개미와 베짱이는 부지런한 개미와 여유를 부리는 베짱이를 대조하며 성실함에 대한 교훈을 준다. 이를 기후위기 대응으로 바꾸면 독일을 위시한 선진국은 개미가 되고 우리나라는 기후위기 악당국가라는 오명으로 베짱이가 될 것 같은 분위기다.

우리나라는 1993년 기후변화협정에 가입한 후 1997년 교토의정서, 2015년 파리협정 등을 통해 온실단계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에너지공단이 발표한 2020년 신재생에너지 보급통계에 따르면 국내 신재생에너지 총 발전량은 7.43%이다. 우리나라가 에너지 다소비산업이 주축이라지만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OECD 최하위 수준이다.

1990년대부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재생에너지를 보급한 유럽연합(EU)은 2020년 재생에너지발전 비중이 38%로 처음으로 화석연료발전량(37%)을 앞질렀으며, 미국은 21%를 넘겼다. 가까운 일본 역시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18%를 넘겼다. 30년 전 기후변화협정에 가입할 때는 비슷한 선상에 있었지만 우리나라가 더디게 온실가스 감축에 대응한 결과 2020년대에는 격차가 벌어졌다.

EU는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최소 55% 감축하는 Fit for 55를 발표하고, 유럽 외 지역에서 수입하는 제품에도 탄소배출 비용을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을 선언했다.

우리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탄소중립 달성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환경부는 23일 유엔 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개정안을 제출했다. 탄소중립위원회가 초안으로 제시한 2018년 대비 탄소배출량 40% 감축을 담은 목표다. 이에 따라 에너지부터 산업, 건물, 수송, 폐기물 등에 걸쳐 온실가스 감축 방향을 제시했다.

산업계는 NDC 개정안과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내용을 보면 정부가 과속 페달을 밟고 있다고 지적한다. 전국경제인연합은 “지구 환경과 세계적 추이를 감안해 한국도 탄소중립 정책은 불가피하지만 국제 비교를 통해서 보면 무리한 목표를 내세워 추진하고 있다”고 말한다. 중국, 인도 등 개발도상국도 급격한 탄소중립 목표가 선진국의 사다리 걷어차기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각국이 선언한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현재 실행 중인 정책 간 괴리가 크다”며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선 재생에너지를 더욱 큰 폭으로 늘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개미와 베짱이는 결말에 이르러 삶이 바뀐다. 여유를 부린 베짱이는 겨울이 다가오면서 굶어 죽고 성실히 일한 개미는 모아둔 양식으로 겨울을 보낸다. 탄소중립 달성 과정에서 더 이상 늑장을 부리면 기후위기라는 겨울 속에서 베짱이 같은 결말을 맞이할 수 있다. 

진경남 기자 jin0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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