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전쟁 격화 시 오히려 리스크 될 수도”

[이투뉴스] 최근 정부가 국제에너지기구(IEA)가 협의해 비축유 442만배럴을 방출했으나 정유업계는 그 효과를 제한적으로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출량이 워낙 적어 당장 체감하기 어렵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격화될 경우 향후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달 1일 IEA 장관급 이사회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원유가격 급등 뿐 아니라 공급차질 가능성도 심화됐다는 인식을 공유한 뒤 6000만배럴의 비축유를 방출하는데 합의했다.

이후 회원국 간 방출물량에 조율한 끝에 우리나라 방출분은 442만배럴로 결정됐다. 이후 한국석유공사는 12일 정유사를 통해 비축유를 방출한 뒤 그 경과를 지켜보고 있다. 다만 각 정유사별 소화 물량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석유공사에 의하면 지난 30년간 비축유 방출사례는 모두 39차례에 달한다. 주로 국제공조가 아니라 국내공급량 조절을 위한 조치였으며, 각 정유사의 사정과 관련된 사항이어서 자세한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제공조를 요구받아 방출한 사례는 ▶1990년 걸프전 시 494만배럴(원유 313만배럴, 석유제품 137만7000배럴, LPG 43만3000배럴) ▶2005년 미국 허리케인 카트리나 내습 시 291만6000배럴(원유 252만3000배럴, 석유제품 39만3000배럴) ▶2011년 리비아 사태 시 346만5000배럴(원유 194만3000배럴, 휘발유 35만배럴, 경유 117만2000배럴) 등이다.

국·내외 석유시장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비축유 방출결정이지만, 정작 석유공사로부터 원유를 공급받은 정유업계는 심드렁한 분위기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하루에 270만배럴을 사용하는데 442만배럴이면 이틀치도 안 되는 양”이라며 “그냥 주는 것도 아니고 나중에 현물로 되갚아야 한다는 건 딱히 메리트가 없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물론 나중에 저유가에 되갚는다면 어느정도 이익은 있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격화돼서 국제유가가 200달러까지 치솟는다고 가정하면 오히려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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