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데이터의 소유권과 공공성
[칼럼] 데이터의 소유권과 공공성
  • 한세경
  • 승인 2022.04.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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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경 경북대학교 전기공학과 부교수(공학박사)
▲한세경 경북대학교 전기공학과 부교수(공학박사)
한세경
경북대학교
전기공학과 부교수
(공학박사)

- 발자국의 소유권이 나이키에게 있다면

[이투뉴스 칼럼 / 한세경] 유사이래 부(富)의 흐름은 항상 정보를 독점한 쪽을 향하였다. 총포가 난무하는 전쟁에서도 물리적 전력의 우위보다는 정보의 우열이 승패를 좌우하는 상황을 우리는 종종 목도해 왔으며 현대사회에서는 아예 정보전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실제 선진국으로 갈수록 매출 상위에 랭크되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데이터를 다루는 업종이고 심지어 제조업의 대명사인 자동차 산업에서조차도 이제는 본연의 달리기 성능보다는 인포테인먼트나 자율주행 같은 데이터 기반의 서비스 품질에 따라 소비자의 선택이 갈리게 되었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까지 마주해 온 데이터라는 것은 대부분 생산 주체가 사람인 경우이며 이에 따라 소유권이 데이터를 생성한 주체에 있느냐 아니면 수집한 주체에 있느냐에 대한 이슈가 계속 제기되어 왔다. 가령 아마존이나 페이스북이 가입자의 제품 구매 이력이나 업로드한 게시물을 바탕으로 맞춤광고를 하였을 때, 광고에 활용된 데이터는 누구의 소유물이며 이로 인한 수익은 누구의 몫이 되는 것일까? 이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우선 데이터라는 것의 정의를 살펴봐야 한다. 데이터, 즉 자료라는 것은 통상 우리가 관심을 가지는 대상의 계량화된 수치이며 이러한 자료집합을 통해 얻어낸 정보와는 엄밀하게는 구분되어진다. 가령 병원에서 환자들의 몸무게를 측정하여 기록하면 이는 하나의 자료에 불과하지만 이를 통계화한 평균이나 분산은 정보에 해당하며 이때 이 정보의 소유자는 계산작업을 수행한 병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는 데이터 자체가 정보를 의미할 수도 있다. 가령 몸무게라는 개별 데이터는 자체로서 개인의 중요한 정보에 해당하므로 비록 병원에서 자신들의 장비로 몸무게 데이터를 수집하였다고 해서 그 몸무게 데이터를 병원이 소유하느냐는 충분히 논란의 소지가 있다.
 
다시 아마존 사례로 돌아와 보자. 개인의 구매이력은 아마존이 제공한 서비스를 이용한 결과로써 생성된 데이터이다. 그런데 이를 활용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수집하는 순간 이는 그 자체가 하나의 정보(개인의 구매 취향 등)로 전화(轉化)하기 때문에, 사용자의 동의를 얻는 절차를 요구하고 있고, 우리는 이러한 정보 제공 동의를 그저 유튜브 영상의 막간 광고를 봐주는 가벼운 서비스 정도로 평가해왔다. 하지만 최근에 이르러서야 이러한 데이터 소유권에 대한 인식이 소비자 사회에서도 확산되고 있으며, 이는 집단소송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최근 적절한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가입자의 안면 사진을 수집하고 활용한 페이스북에 대해 일리노이 주법원은 우리 돈 7300억원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하였고, 아울러 소송에 참여한 원고들에게 작게는 40만원에서 많게는 11억원까지의 보상금을 지급하라는 결정도 내려졌다.

이제 화두를 살짝 돌려 개인의 신상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아 보이지만, 데이터 소유권이 중요한 이슈가 될 수 있는 사례를 얘기해보자. 

최근 전기차나 ESS처럼 배터리가 제품의 핵심인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는데 이러한 배터리가 생성하는 물리적 데이터(전압, 전류 등)의 소유 주체와 활용 권한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데이터란 것은 적극적인 수집활동이 정보의 창출과 연결되어 있을 때 비로소 의미를 지니게 된다. 즉 필요성이 인정되고 이를 위해 의도적인 수집 활동을 통해서 얻어진 값이 데이터가 된다. 필요성 관점에서 바라보면 배터리 내부의 개별 셀 단위 전압 및 전류 등의 물리적 데이터는 배터리의 안전진단을 위해서 필수적인 값들이다. 따라서 이미 제조사가 이러한 정보를 취득하고 자체적인 관리를 수행하고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제조사의 관리를 통해 안전하게 제품을 사용할 수만 있다면 굳이 필요치 않은 값들이다. 그런데 배터리처럼 안전측면에서의 문제 발생의 소지가 상존하고 있거나, 특히 보증기간이 만료되어 제조사의 책임이 사라진 경우 제품 관리의 책임이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넘어가면 이제 이러한 배터리 데이터는 스스로의 안전을 위해 사용자의 소유로 인식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이러한 배터리 데이터 제공이 의무화되어 있지 않다 보니 안전을 위해 필요성이 분명한 데이터임에도 사용자는 자신이 생성한 데이터에 접근을 시도해 볼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실제 상당수의 ESS가 보증기간이 만료되어 제조사나 설치사의 관리를 받지 못하면서도, ESS의 소유자로서는 데이터에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무방비 상태로 화재 위험 등에 노출되어 결과적으로 운전을 포기, ESS가 애물단지가 되어버리는 경우 또한 상당수에 이른다. 마치 동네 카센터에서 보증기간이 끝난 차를 정비하려고 해도 엔진에 접근하려는 시도를 제조사가 차단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 꼴인 것이다. 의무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전기자동차의 정기검사에서조차 배터리 데이터에 대한 접근이 불가능하다 보니 외관에 대한 육안 검사나 절연검사 외에 실질적인 진단을 위해서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또한 중고 전기자동차 거래를 하려고 해도 배터리에 대한 아무 정보 없이 그저 깜깜이 거래를 할 수밖에 없다 보니 중고전기차 거래시장은 이로 인해 완전히 위축되어 있다.

문제는 사회적 타당성 영역으로 확대된다. 데이터의 취득이 제조사로만으로 국한될 경우 정작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에 대한 귀속처를 확인하는데 있어서도 역시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해 제조사에게 유리하게 흘러갈 수밖에 없다. 

결국 사용자가 소유한 제품과 사용자의 활동으로 생성된 데이터, 특히 안전사고의 피해가 대규모로 번질 수 있는 배터리 셀과 같은 제품의 물리적 기초데이터의 외부 제공은 자유시장 경제체제에서도 제조사의 당연한 의무로 보아야 한다. 하지만 이를 제조사의 자율에 맡겨둘 경우 제조사들은 본인의 치부를 드러낼 수도 있는 데이터의 공개를 꺼려할 것이며, 공개한다 하더라도 제공의 범위가 제한적이거나 방식이 표준화하지 않을 가능성 커, 결국은 제품 소유자 개인이 효과적으로 데이터를 이용하여 관리하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제조사의 성실한 의무이행 요구와 더불어, 공공의 영역에서는 소유주에게 돌려진 데이터가 잘 관리되고 활용될 수 있도록 학계와 당국, 기계장치 데이터 전문기업 등 모든 전문가 그룹이 협심하여 데이터의 형식과 질을 표준화하고 이를 통해 배터리 산업 전체의 경쟁력과 안전성을 높이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미 정부에서도 뉴딜정책을 통해 디지털 경제 전환을 위한 데이터 소유권과 이동권에 대해 구체적 논의를 시작한 상태다. 다만 이러한 논의가 아직까지는 사람과 자연언어 중심의 데이터로 국한되어 있다 보니, 안전과 관련된 시급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기계장치(배터리) 데이터에 대해서는 논의의 개진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어떠한 산업이든 표준화를 선도하는 곳이 가장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다. 우리도 단순히 배터리 셀 제조와 시장 점유율로만 배터리 강국으로 자부할 것이 아니라, 콘텐츠와 네트워크를 고루 갖추어 정보강국으로 우뚝 섰던 것처럼, 데이터기반의 진단과 관리의 영역에서도 수집부터 제공, 분석에 이르기까지 사회적 형평과 이용의 표준화를 빠르게 실현해 데이터 강국으로 우뚝 서는 노력을 쉬지 않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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