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유관기관과 재고관리 수준 평시 대응
전문가 "가격정상화 시급, 비상대책실 가동"

▲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출입 기자실 방문
▲이창양 산업부 장관(가운데)과 장영진 1차관,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이 산업부 기자실을 방문해 기자들과 환담하고 있다.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이투뉴스] 러시아·우크라이나발 에너지공급망 위기가 ‘세계 9위 에너지소비국’ 한국을 시시각각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안일하고 태평한 대응이 리스크를 증폭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에너지안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분명한 가격신호로 수요를 조절하는 한편 가용가능한 대책을 총동원하는 등 비상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19일 정부 소식통들의 말을 종합하면 안팎에서 이른바 ‘에너지쇼크’ 경고음이 나오고 있지만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기획재정부 등과 3분기 연료비 연동제 인상폭 등을 조율하고 전력·가스·수요부문 유관기관과 정례 점검회의를 갖는 정도의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여건이 녹록지는 않지만 일단 올여름까지는 특별한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게 당국자들의 전언이다.

한 관계자는 “석탄의 경우 당장 재고에 문제가 없지만 LNG는 가격이 너무 올라 가스공사가 부담을 느끼고 있고, 한겨울에는 물량이 바닥을 드러낼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석탄발전 계절관리제 등을 유예해야 한다는 논의가 오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우선 하계수급까지는 어떻게 넘어갈 수 있다고 보는건데, 일선 현장의 공기업과 정부사이에 온도차는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민간영역의 판단은 폭풍전야다. 과거와 다르게 석유·석탄·LNG가격이 동시에 불안정한데다 이런 상황이 앞으로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앞서 지난 6~7년간 전 세계 산업계와 금융권은 미래 불확실성을 이유로 전통에너지에 투자를 경원 시 했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외부 에너지위기에 대응할 내부역량이 크게 떨어진 상태”라며 “내부적으로 탄소중립을 한다며 관련투자를 소홀히 했고, 재생에너지는 나름 상당히 투자 했지만 바로 성과를 기대할 수 없는 상태다. 정부가 가격을 틀어 쥔 상태에서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는데 이런 상황이 최소 몇 년간 유지될 것 같아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공급력이 부족한 상태서 수요가 줄지 않으면, 한전 적자는 막대하게 불어나고 전력부족 현상도 심화될 수 있다”면서 “정부가 원전을 늘린다고 하지만 바로 돌릴 수 있는 게 아니다. 새 정부가 에너지문제로 굉장한 어려움을 느끼게 될텐데 에너지가격에 있어 한국은 피동자에 불과하고 마땅한 대책도 딱히 없다는 게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외부 여건은 악화일로다. 블룸버그 등 외신 보도에 의하면, 러시아가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관을 옥좨 유럽이 에너지대란 수준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텍사스주 프리포트 LNG터미널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3개월 가량 시설가동이 어려워졌다. 이 시설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산 LNG도입이 막힌 유럽의 젖줄과 같은 기능을 했다. 

여기에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인 가스프롬이 운영하는 러시아~독일간 노드스트림1 가스관은 캐나다 몬트리올로 수리를 보낸 가스송출용 가스터빈 2기가 캐나다 측의 대(對)러시아 제제로 현지서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면서 평소보다 송출량을 60%가량 줄여야 할 처지다. 한국은 손꼽히는 러시아산 에너지(원유, 유연탄, LNG, 우라늄) 소비국이다.

전문가들은 "비상사태를 선포할 수준의 위기"라며 정부의 기민한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정부가 국민에게 현 상황을 있는 그대로 전달해야 한다. 전쟁만큼이나 큰 타격을 받게 될 수 있다"며 "매주 국내외 수급동향을 발표하고 비상대책실을 가동해야 한다. 지금은 물가를 안정화하기 위해 에너지가격을 통제할 때가 아니다"고 역설했다.

석 전문위원은 "상황이 악화되면 냉·난방뿐만 아니라 국내 산업 전체가 타격을 받아 공장을 세워야 할수도 있다"면서 "에너지 수급을 물가보다 상위 개념으로 두고 최우선 국정과제로 다뤄야 한다"고 부연했다. 

가격신호로 수요를 조절하는 게 우선이란 견해도 있다.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다른 모든 재화의 가격이 올라가는데 전기료가 그대로면 더 많이 소비해 문제가 한층 심각해 진다. 가격신호를 회복시키는 게 기본"이라며 "금리로 치면 (인상폭이)자이언트스텝까지는 안돼도 빅스텝 수준은 돼야 한다. 기존의 연료비 연동제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손양훈 교수는 "신규 발전소 투자 등은 모두 장기적 문제여서 정부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수요조절이 유일하다. 태양광 등 다양한 재생에너지 자원과 직도입 공급자원이 에어비앤비 같은 플랫폼에서 수요와 만나 자유롭게 거래될 수 있도록 전력시장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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