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에너지 위기와 전력시장 정상화
[칼럼] 에너지 위기와 전력시장 정상화
  • 박종배
  • 승인 2022.06.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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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배 건국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박종배 건국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박종배
건국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이투뉴스 칼럼 / 박종배]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현재의 에너지 위기는 21세기에 들어 맞이하는 가장 심각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1970년대의 중동발 1차, 2차 오일쇼크보다 충격이 더 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120달러를 상회하고, 우리나라의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2000원을 훌쩍 넘어 역대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산유국인 미국의 휘발유 가격도 갤런당 5달러를 넘어 지난해보다 무려 2배나 올랐다. 에너지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미국의 5월 소비자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8.6%나 급등했다. 41년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천연가스와 석탄의 가격 상승 폭도 유사하다. 우리나라 올해 4월의 발전용 유연탄과 LNG 가격은 작년 1월보다 각기 2.2배, 3.3배 상승했다. 화석연료의 가격 상승은 팬데믹의 점진적 종식으로 인한 에너지수요의 회복에만 기인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요인과 자원 민족주의의 재등장, 탄소중립 및 ESG 이슈로 인한 기업의 신규 투자 한계 등 공급망의 붕괴가 더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원자재와 운임 비용의 상승으로 태양광 및 풍력의 신규 투자비용이 15~25%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화석연료, 신재생을 가리지 않고 모든 에너지 공급원의 고비용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문제는 이번의 에너지 위기가 조만간 종식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라는 점이다.

러시아 천연가스에 40%나 의존하고 있는 유럽 전력시장은 대혼돈을 겪고 있다. 2021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유럽의 에너지 위기로 작년 4분기 도매전력시장 가격은 MWh당 194유로 수준에 이르렀다. 2020년 대비 거의 4배나 오른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에는 MWh당 250유로까지 상승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 천연가스에 의존적인 독일과 이탈리아는 도매전력시장 가격이 3∼4배 이상 올랐으며, 소비자의 전기요금도 kWh당 40∼50센트를 상회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기요금의 5배 정도이니 그 충격을 짐작할 만하다. EU는 신재생과 원자력의 확대, 북미와 중동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등의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당장 위기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다. EU는 전력시장 위기에 대응으로 규제 범위 내의 전기요금 인상, 재정 지출을 통한 취약 계층과 일반 소비자 보조, 세금 및 부가금 감면, 가스 가격 상한제 도입, 과다 수익이 발생하는 신재생과 메이저에 대한 횡재세 도입, 도매전력시장 상한제 도입 등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발전과 판매의 겸업이 자연스러운 유럽 전력회사의 충격은 생각보다는 크지 않다. 다만, 순수 판매회사, 특히 발전사업자 및 소비자와의 위험 관리 수단을 확보하지 않은 판매회사는 전력구입가격의 상승으로 줄도산을 맞이하고 있다.

올해 1분기 한전의 영업손실은 무려 7조8000억원에 달하였다. 전기요금을 동결하기 위해 모든 비용 상승분을 공기업인 한전에 일방적으로 전가한 것이다. 비용을 전가하지 않으니 소비자와 산업체는 수요를 절감할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 과거 심야전력에서 경험한 악순환, 즉 요금 할인, 수요 증가, 적자 가중의 고리가 다시 형성되고 있다. 또한 당국은 직접 시장 개입의 전형인 도매전력시장 가격(SMP) 상한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상한제 도입을 하기 이전에 LNG에 부과되는 제반 세금과 부가금의 일시적 감면, LNG 가격 상한제 도입을 통한 SMP 가격 완화를 우선 검토할 필요성이 있었다. 독점적 판매사업자인 한전도 사전에 신재생을 포함한 민간 발전사업자와의 자발적 차액정산제도(CfD), 가격 상한(cap) 및 하한(floor)제 등을 적극 도입했어야 한다. SMP를 결정하는 LNG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LNG를 조달해 주는 가스공사와 위험을 공유하고 가격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도매전력시장 가격 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지역의 SMP는 시장원리에 부합하게 하락되어야 하며, 가격입찰제도를 전격 도입해 유효 경쟁을 이끌어내야 하며, SMP에 포함되는 기동비용은 실제 기동 발전기에게 장외로 지급돼야 하며, 실시간 시장을 도입하여 정확한 가격 신호를 제공해야 한다. 밀려있는 숙제가 한 두 개가 아니다. 올해 7월부터 계통 제약을 일부 반영하는 하루전 시장의 개설, 내년 하반기 제주에서 실시간 시장을 시범으로 도입한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이 모든 대책은 현실화된 전기요금의 인상을 전제로 한 것이다. 조만간 3분기의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고 하니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 정상화에 기대를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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