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안녕하세요. 광해광업공단님. 이투뉴스 김 기자라 합니다. 영어이름(KOMIR)을 좋아한다고 하시던데 저는 아직 한글이름이 입에 더 붙네요. 강원도 원주를 자주 드나들었지만 편지를 쓰는 것은 처음입니다. 몇주 전 창립 첫돌을 맞이하셨다지요. 다시 한번 생일 축하드립니다. 

저는 당신이 태어나기 전부터 관심 있게 지켜봤습니다. 2018년 3월 시끄러웠던 토론회가 기억이 납니다. 그날 현장에 있었거든요. 이쪽저쪽 누구도 만족할 수 없던 내용에 한때 큰 목소리가 오가기도 했었죠.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조차도 납득하기 어려웠는데 당사자들은 오죽했을까요. 

오늘 편지는 과거를 다시 들추기 위함이 아닙니다. 엎질러진 물은 결코 손으로 담을 수 없잖아요. 대신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조금 말해볼까 합니다.

"아무리 좋게 보더라도 둘의 결합은 정략결혼 냄새가 납니다. 이 결혼생활이 과연 순탄할까요?" 

최근 자원업계를 출입하면서 들은 말입니다. 그대의 아버지(광해관리공단), 어머니(광물자원공사)를 두고 하는 말이었는데 곱씹어 볼수록 뒷맛이 씁쓸했습니다. 이제 막 태어난 당신이 혹여나 이 말을 들었을까, 듣고 울지는 않았을까 걱정되더군요.

부모님 문제 외에도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승진, 연봉, 조직, 사명, 주도권 등의 몇몇 단어들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하고 있을 테지요. 거기에 세종시 어르신들의 잔소리도 잔뜩 듣고 계신 것 같더군요. 축 처진 어깨가 참으로 안쓰럽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전부 지엽적인 문제라 생각합니다. 누구나 태어나면서 한두 차례 크고 작은 병치레를 치르기 마련이니까요. 씩씩하게 잘 이겨내리라 믿습니다. 시간이 약이라는 점도 잊지 마시고요.

저는 이것보다 당신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는 점이 조금은 걱정스럽습니다. 본연의 역할은 뒤로 미룬 채 내부 힘겨루기만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괜스레 불안해집니다. 모두가 똘똘 뭉쳐도 힘에 부치는 마당에 전혀 다른 곳에 몰두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외부에서도 많더군요.

물론 집안 상황을 이 꼴로 만든 세종시 큰어른의 잘못이 크다는 것에 적극 동의합니다. 다만 남 탓만 하면서 시간을 허비하기에는 해야 할 일이 너무나도 산적해 있습니다. '탐사‧개발‧생산 등 자원개발 상류사업과 광해복구‧방지‧폐광지원 등 하류사업을 통합해 전(全)주기 광업프로세스를 구축한다'는 본연의 임무를 벌써 잊으신 것은 아니겠죠?

광해광업공단님. 당신이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는 동안 바깥세상은 더욱 치열해졌습니다. 세계 각국은 자원안보 등을 이유로 희유금속 쟁탈전에 돌입한 지 오래고, 리더 없이 우왕좌왕하던 국내 자원업계는 더 얼어붙었습니다. 이제 과거일랑 그만 잊고, 앞을 봐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당신이 부모님 두 분을 뛰어넘는 자질을 갖고 있다는 것에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최근 우리 모두는 경험했습니다. 거센 태풍 뒤에는 여느 때보다 빛나는 태양이 뜬다는 사실을요. 오늘의 진통이 내일을 위한 충분한 자양분이 되길 바랍니다. 다시 한번 생일 축하드립니다. 

김동훈 기자 hoon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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