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 중앙계약시장 신설…도매 전력시장 이원화
저탄소 중앙계약시장 신설…도매 전력시장 이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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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복 기자
  • 승인 2022.10.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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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시대 선도계약시장 도입 어떻게 추진하나]
신설 재생에너지·원전·수소·ESS·동기조상기 등 대상
저탄소 자원 투자리스크 해소 및 가격경쟁도 유도
▲저탄소 중앙계약시장 운영 개요도
▲저탄소 중앙계약시장 운영 개요도

[이투뉴스] 정부와 전력당국이 재생에너지 등 저탄소전원 확대로 한계에 봉착한 기존 도매 전력시장을 정비하기 위해 저탄소 중앙계약시장을 신설, '현물시장+계약시장' 이원화 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우선 재생에너지 비중이 20%에 육박하는 제주도 ESS(에너지저장장치) 설비를 대상으로 내년에 시장을 시범 개설한 뒤 향후 신규 재생에너지와 수소, 원전, CCS(탄소포집저장), 신(新)보조서비스 자원 등으로 대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앙경매와 계약 원칙을 따르는 선도시장 개설은 이번이 처음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력거래소는 이런 내용의 저탄소 중앙계약시장을 도입키로 하고 제주시범사업 준비에 들어갔다. 기존 하루전 현물시장은 한창 작업 중인 실시간시장·예비력시장·재생에너지발전량 가격입찰제 등으로 고도화 하고, 이번에 신설하는 저탄소 중앙계약시장을 통해 저탄소 전원의 투자리스크 완화와 비용절감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전력당국 한 관계자는 "하루전 변동비반영시장(CBP)이 이미 한계를 드러내 시장제도 측면의 해소방안이 시급한 상태"라며 "연내 시범사업관련 규칙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력시장 운영기관이 이처럼 중앙계약시장 도입을 서두르는 이유는 저탄소전원 확대 과정의 시장 부조화 때문이다. 올해 8월 기준 국내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사업용)은 각각 태양광 20.0GW, 풍력 1.7GW로 10년 사이 약 21배 증가했다. 전체 발전설비량(134GW)의 14%, 발전량의 7.5%(작년말 기준) 수준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이 비중을 21.5%로 높이는 10차 전력수급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향후 8년 안에 지금보다 설비용량을 3배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 문제는 기존 시장제도로는 이들자원의 적기투자와 비용절감을 유인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전력시장서 재생에너지 전원은 화력발전기(주로 LNG복합)가 결정하는 SMP(전력시장한계가격)와 REC(신재생공급인증서)로 투자비와 수익을 회수하고 있다. 화력발전기에 최적화 해 설계한 제도를 연료비가 '0원'인 태양광과 풍력에 그대로 쓰고 있다. 사업자 입장에선 요즘처럼 에너지수급난으로 SMP가 고공행진을 할 땐 높은 수익을 얻지만, 반대일 땐 마진을 챙기기 어려울 정도로 부침이 심하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재생에너지가 확대로 전체 요금이 낮아지는 편익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현행 시장제도가 재생에너지 단가 하락을 유도하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가 지난해 집계한 균등화발전원가를 보면 2020년에 건설된(진입한) 태양광 단가는 한국이 kWh당 121원인 반면 인도는 42원, 중국은 48원, 전 세계 평균은 62원에 불과하다. 국내 특성상 민원·행정비용이 과도하게 높고 건설비와 이용률에서도 비교국가와 차이가 나는 것이 주요인이지만, 재생에너지 투자단계에서 경쟁요인이 없어 공급단가 하락이 제한적이다.  

▲비제약기반의 현행 하루전 현물시장(좌측)이 중앙경매방식의 계약시장과 제약기반읠 현물시장 및 실시간시장(우측)으로 전환된다.
▲비제약기반의 현행 하루전 현물시장(좌측)이 중앙경매방식의 계약시장과 제약기반읠 현물시장 및 실시간시장(우측)으로 전환된다.

기존 발전기 입장에서도 시장의 지속가능성이 낮다. 재생에너지설비가 늘어날수록 첨두부하를 책임지던 LNG발전과 기저부하를 감당하던 원전 및 석탄화력의 입지는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이용률은 감소하는데 설비 기동·정지횟수만 되레 증가해 운영비용과 정비비용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이는 곧 이들 발전원들의 좌초자산화와 투자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재생에너지는 변동성과 간헐성을 보완해 줄 에너지저장장치나 수소 같은 섹터커플링 자원 확보도 필요한데, 현물시장의 차익만으론 이들자원의 투자와 수익확보가 요원하다.

이런 문제 인식에 따라 전력당국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20%에 육박하는 제주도부터 저탄소 중앙계약시장을 시범도입키로 하고 세부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설 중앙계약시장안에 일정규모 이상의 재생에너지와 수소(CHPS), 원전, ESS, CCS(탄소포집저장) 등과 동기조상기, 그리드포밍인버터 등 계통안정화에 기여하는 신(新)보조서비스 자원 등을 수용할 계획이다. 신규설비는 경매시장에 우선 참여하되 기존설비는 RPS(신재생공급의무화) 제도와 연계성을 고려해 선택적으로 참여토록 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시장운영 시 정부는 전력수급계획을 통해 저탄소 전원의 필요량을 도출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전력거래소는 경매시장운영자이자 계약당사자로 나서 낙찰설비 계약관리와 정산을 담당한다. 사업자들은 기존 전력수급계획에 건설의향을 제출하듯, 당국이 제시한 가격이나 용량 등을 판단해 입찰서를 내면 된다. 입찰서상 가격과 용량으로 최종 낙찰자를 결정하게 된다. 계약기간은 전원별 경제수명을 감안해 보통 20년 내외 장기계약을 체결한다. 수요량 설정은 설비용량(MW)으로, 계약단가는 발전량(MWh)으로 각각 적용할 예정이다. 

물론 본격적인 시장도입에 앞서 챙겨야 할 부분이 많다. 경쟁의 범위와 구체적 심사요건, 낙찰기준, 계약가격과 기간, 이행보증, 계약해지나 패널티 등 상세 설계가 수반돼야 한다. 당국 한 관계자는 "중앙계약시장이 도입되면 저탄소 전원도 투자단계서 장기계약을 맺어 리스크를 낮출 수 있고 경매방식이어서 경쟁을 통한 비용절감도 가능할 것"이라면서 "연료가격이 급등해 SMP가 상승해도 계약시장과 현물시장을 구분해 정산함으로써 소비자의 요금안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첫 중앙계약시장 계약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 출력제한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제주도에서 첫단추를 꿸 전망이다. 정부와 전력거래소는 연내 10차 전력계획 수급계획 소위를 통해 제주지역의 ESS 필요물량을 도출한 뒤 내년초 경매로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계약기간은 ESS 성능수명을 고려해 15년으로 하고, 장기계약의 이행력을 높이기 위해 패널티와 인센티브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사업기간동안 ESS사업자는 계약정산금과 용량요금, 에너지비용, 보조서비스 비용 등을 받아 투자비와 수익을 회수하게 된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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