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윤석열 정부가 탄소중립 및 녹색성장 분야의 청사진을 담은 ‘제1차 국가 탄소중립기본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공개된 이후 이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구체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고 자평했지만, 시민사회에서는 ‘친기업·친원전으로 일관한 정책’이라고 혹평한다.

정부는 “정책수단의 구체성 및 이행관리가 미흡했고, 사회구성원의 참여와 일관성이 부족했다”고 그간의 정책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한마디로 이전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이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구조 및 낮은 재생에너지 비율 등 열악한 국내 상황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특히 원자력발전 등 무탄소 전원의 활용이 미흡하다는 표현을 곳곳에 담았다.

반면 이번 계획에 대해선 “실현가능하고 효율적인 정책수단으로 설계했고, 기술·산업 혁신을 통한 능동적인 탄소중립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기조를 설명했다. ‘만능열쇠’처럼 쓰이는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의 균형 잡힌 조화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구체적·효율적·과학적 등의 번지르르한 수식어도 넘쳐 난다.

1차 탄소중립기본계획의 핵심은 사실 간단명료하다. 2030 NDC는 그대로 가는 대신 산업부문이 감축해야 할 온실가스 3800만톤 중 800만톤을 줄여준 것이다. 산업부문에서 떼어낸 800만톤과 블루수소 증가로 인한 90만톤은 에너지가 400만톤, CCUS가 100만톤, 국제감축이 400만톤을 떠안았다. 어떤 이는 산업부문 부담 완화로, 다른 이는 친기업적인 처사라고 해석한다.

감축목표에 대한 적절성에 대한 평가는 온전히 전문가의 몫이다. 해석도 제각각 다를 수 있다. 자원도 부족하고 비용효율적이지 않은 재생에너지보다 원전 위주로 에너지믹스를 구성하겠다는 정책목표 역시 대선 공약에 담겼던 만큼 표를 던진 유권자의 몫이다. 산업계의 과중한 부담을 줄이겠다는 판단도 통치의 영역이다.

문제는 수단이다. 원자력 발전비중을 대폭 늘리는 것 말고는 별다른 내용을 찾기 어렵다. 암모니아 혼소비율과 수소발전 비중을 늘린다고 했지만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신재생도 확대한다고 명시했지만 수치는 ‘알파’로 누구도 명확한 목표를 알 수 없다.

부문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세부정책도 새롭고 혁신적인 내용은 찾기 어렵다. 이전에 나온 에너지·환경 정책 중 입맛에 맞는 것을 골라 오려 붙인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전환부문 대책으로 나온 ‘시장원리에 기반한 합리적인 에너지요금체계 구축’이나 ‘산업, 가정·건물, 수송 수요효율화’를 보면 수준을 알 수 있다. 원가를 제때 반영하지 못해 수십조원의 적자를 보는 한전이나 가스공사 입장에선 기가 막힐 노릇이다.

정책의 일관성 측면을 볼 때 참신하고 새로운 시도가 늘 각광받지만은 않고, 발굴도 어렵다. 하지만 거의 모든 국가계획에 포함됐던 원가주의 에너지요금의 원가주의, 에너지효율·탄소저감기술 혁신, 배출권거래제 고도화 등을 돌려막기식으로 내놓은 것은 무책임하다. 이 모두 역대 정부가 스스로 실천하지 않은 채 ‘구호’로만 쓰고 흘린 계획들이다.

실천하지 않는 계획은 공허하며, 차기정부의 악평을 불러오는 악순환만 되풀이될 뿐이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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