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모든 정책이 전기 위주로 돌아간다. 최근 들어 세계적으로 신재생에너지가 뜨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신재생 역시 전력정책의 한 줄기 정도로 보고 있다. 재생에너지 역시 전기를 만들어내는 하나의 방법론에 불과하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열에너지 정책 진단 및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한 전문가는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이 지나치게 전기 위주로 흘러가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하나 더 붙이면 전기와 가스가 에너지정책 전체를 주도하면서 나머지 에너지원의 경우 파생산업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가정·건물·공공부문의 최종에너지 소비 중 열에너지 비중이 50%에 달한다는 추정치가 나온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는 집단에너지만 열에너지로 한정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전기와 가스 역시 열을 생산하기 위해 가장 많이 쓰인다. 하지만 통계도 없고, 정책은 실종된 채 방치되고 있다.

LNG는 절반 넘게 발전용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도시가스는 사실 100% 열을 생산하는 용도다. 보일러를 통해 난방과 온수를 담당하고, 취사 역시 가스를 태워 얻는 열로 해결한다. 전기는 각종 모터를 돌리고 조명에도 사용한다. 하지만 상당량은 밥을 짓고, 물을 끓이고, 열을 얻는 데 쓴다.

가정·건물부문의 탄소중립은 물론 에너지 절감 역시 열에너지를 얼마나 줄이고, 탈탄소화를 어떻게 하느냐로 모아진다. 산업부문 역시 제조공정은 물론 난방, 예열, 건조 등에서 열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다만 관련 데이터가 없어 정확한 사용비중을 알기 어려울 뿐이다. 

사실 에너지의 전기화는 시대적 흐름이다. 전문가들은 “머지않은 미래에 최종에너지는 모두 전기로 일원화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전기가 최종에너지로서 만능열쇠 역할을 할 것이란 얘기다. 최근 전기차 증가세를 보면 수송에너지 수요까지 전기가 파고들고 있다. 

문제는 전기의 경우 1차 에너지를 이용해 생산하는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열도 전환손실이 있지만 전기보다 훨씬 적다. 에경연이 내놓은 에너지흐름도를 보면 32.7% 가량이 전환과정에서 사라진다. 특히 전기의 경우 만들 때는 물론 전기를 사용할 때도 손실이 생기는 구조다. 

전기는 쓰임새가 다양하고 사용편의성 역시 뛰어나다는 장점에도 불구 생산과정에서 화석연료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문제와 함께 공급망의 불일치, 전환손실 등 아직은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특히 전기에서 열에너지를 생산할 경우 소비량이 많을뿐더러 전환손실도 더욱 크다. 도시가스와 지역난방이 여전히 널리 쓰이는 이유다.

특정 에너지원으로의 편중 현상은 원별 에너지정책에서 오는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다른 에너지원에 뺏기지 않겠다는 강박으로, 접근을 허용치 않는 분위기가 에너지의 효율적인 배분을 가로막고 있다. 융복합 시대를 맞아 갈수록 칸막이를 허물어야 함에도 기득권의 견고한 ‘내집 지키기’는 여전하다. 아군끼리 다퉈봐야 경쟁력을 잃는데도 말이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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