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콩보다 싼 두부’ 지난해부터 에너지업계에 유행하는 용어다. 두부 재료가 바로 콩인 만큼 결코 콩보다 두부를 저렴하게 팔 수 없다는 역설을 뒤집었다. 하지만 현실에선 원가보다 싼 전기요금, 도시가스요금, 지역난방요금이 상당기간 이어지면서 한번쯤 안 써먹은 에너지기업 CEO가 없을 정도다.

한 때 ‘내탓이요’란 말이 자주 등장했다. 차량 뒷유리에 스티커를 붙이고 다녔던 기억도 난다. 김수환 추기경이 자신부터 돌아보자며 말씀하신 ‘내 탓이오, 내탓이요, 내 탓이로소이다’에서 비롯됐단다. 하지만 우리나라 어디에도 내 탓은 없고 남 탓만 넘쳐 난다.

에너지 분야도 ‘내 탓이 아닌 남 탓’이 일상으로 벌어지는 현장 중 하나다. 에너지전환, 탈원전, 에너지요금 등을 놓고 책임 전가하기 바쁘다. 자기가 해결하지 못하고 우리에게 떠넘겼다는 비판부터 현재 발생한 문제의 근원이 이전의 잘못된 정책 때문이라는 시각이 대표적이다. 현 정권만 그런 것은 아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서로가 서로를 향해 적폐청산을 외친다.

화살이 이전 정권을 넘어 한참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도 부지기수다. 원자력발전소를 비롯한 에너지 문제가 집권하면 뒤집히는 대표정책이 됐다. 오래전 없어진 줄 알았던 독재정권 얘기가 아직 사라지지 않고 곧잘 등장한다. 시쳇말로 “단군할아버지가 좁은 이 땅에 터를 잡은 것부터 문제”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용산을 필두로 한 정부 고위층과 정치권이 내 책임은 아니라고 정쟁만 일삼으면 결국 고달픈 건 서민이다. 자신들이야 ‘정신승리’를 통해서라도 결코 우리가 지지 않았다고 외치고 있지만 언발에 오줌누기다. 콩보다 저렴한 두부에 맛들인 사람들을 어떻게 달랠지 고민이 우선이지만, 누구도 먼저 나서길 꺼려 한다. 심지어 정권의 어젠다와 철학을 추종할 수밖에 없는 공무원까지 닦달하고 나서 복지부동이 판치는 세종을 만들고 있다.

7월 적용되는 에너지요금도 우여곡절 끝에 그냥 넘어가는 분위기다. 한전이 전기요금 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가스와 집단에너지도 따라갈 수밖에 없는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 사실 이번 전기요금 동결기조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동절기 난방비 폭탄으로 두들겨 맞은 만큼 냉방비 폭탄으로 또 당할 수 없다는 심정을 누가 모르랴.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마당에 더운 여름 에어컨이라도 펑펑 돌려야 지지율이 더 떨어지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별다른 설명이 없는 것이 문제다. 한전과 가스공사의 적자상황을 비롯해 민간이 책임지는 지역난방까지 현재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향후 대책은 흐지부지다. 지키지 못할 약속만 넘쳐난다. 에너지절약과 효율혁신을 외치는 것과도 완벽한 모순이다. 여기에 글로벌 에너지가격이 안정세에 접어들어 이제 두부값이 콩값에 근접했다는 이상한 논리도 힘을 얻어간다는 전언이다. 호미로 막을 수도 있지만 나중에 가래로 막겠다는 심보다.

다른 건 몰라도 “에너지요금은 버티면 어떡하든 풀리겠지”가 정답이 될 수 없다. 내가 이전 정부에 했던 욕설이 다시 돌아올 것이다. 5년 금방 간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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