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전 세계가 극심한 이상기후에 시달리고 있다. 베이징은 태풍에 따른 강력한 호우로 수백년 만에 자금성이 잠길 위기에 처했다. 미국 서부지역 역시 거의 두 달 동안 40도 안팎이 지속되고, 머잖아 47도까지 올라갈 것이란 보도까지 나온다. 지금이 겨울철인 남아메리카 지역의 기온도 30도를 넘어섰단다.

물난리와 폭염 만이 문제가 아니다. 캐나다에선 올해 여러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로 우리나라 전체면적(1000만㏊)보다 넓은 1310만㏊의 산림을 태웠다. 하지만 아직도 꺼지지 않고 확산하고 있다. 그리스를 중심으로 지중해 13개 국가에서도 계속되는 산불로 고통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엄청난 폭우로 물난리가 난 지 얼마나 됐다고 온 나라가 절절 끓고 있다. 열대야가 일주일 넘게 이어진다. 더위가 수그러들지 않아 온열질환자가 속출해 걱정이 크다. 찜통더위와 불볕더위를 넘어 가마솥더위라는 말이 번질 정도다.

올해 더위는 엘니뇨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적도 부근 바다의 수온이 올라가는 이 현상으로 대기가 불안정 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학자들은 단지 엘니뇨 현상만으로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하는 이상기후를 모두 설명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인간의 활동 과정에서 배출한 온실가스가 지구를 데우는 기후변화가 근본적인 문제라는 의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 한 번 전 세계에 적극적인 기후대응을 촉구했을 정도다.

한반도에 끼치는 영향도 심각하다. 대구 근처에서 많이 나던 사과가 어느새 철원과 포천 등 남한 최북단까지 올라갔다. 남해안에서 바나나와 망고, 올리브를 경작한 지도 꽤 됐다. 제주도 남쪽 바다에서나 보이던 열대어류가 남해는 물론 동해서도 심심찮게 잡힌다. 우리나라가 머잖아 아열대 기후로 바뀔 것이란 분석은 더이상 전망이 아닌 현실이 되고 있다.

폭염과 폭우, 꺼지지 않는 산불은 모두 기후변화에 기인한다는 지적에 대해 대부분의 나라가 동의한다. 인식은 같지만 행동이 다른 것이 문제다. 선진국은 온실가스 감축에 모든 나라가 동참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반면 개발도상국은 선진국이 기후변화를 불러 온 주범이니 지원이 먼저라고 맞선다. 한 나라에서조차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정책과 의견이 다르다. 한쪽에선 우리가 기후위기 극복에 앞장서야 한다고 설파하는 반면 산업계 피해가 예상된다며 천천히 가자는 주장도 만만찮다.

파리협약에도 불구 진전없는 세계인의 활동이 기후변화를 부추기고 있다. 지금 실천해도 늦었다는데 행동은 더디기만 하다. 피해는 상대적으로 어려운 사람에 집중된다. 탁상공론에 시간만 흐른다. 북극의 얼음은 녹아가는데 북극곰은 과연 생존할 수 있을까. 걱정만으로는 결코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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