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DO 북경사무소 전망 '충격' … 닮은꼴 국내시장도 위험

'세계 2위 태양광 메이커'로 급부상한 중국의 태양광 산업이 수출부진과 유로화 가치하락, 과도한 투자 등으로 인해 절반 이상의 태양광 기업을 파산으로 잃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해 중국은 세계 태양전지 생산량의 22%(821MWp)를 점유하며 독일을 제치고 태양광 2위 국가로 부상했다. 올해는 일본마저 추월해 생산량 세계 1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중국 태양광 산업은 세계 경기침체로 비롯된 이번 '환란'을 피하지 못해 심각한 외상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 수출에 몰입한 나머지 과도한 설비투자를 단행한데다 충격을 흡수할 최소한의 내수시장 조성도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는 '수출산업화만이 살길'이라며 보급시장을 등한시하는 한편 내수시장 위축이 불가피한 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RPS) 도입을 서두르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 중국 PV 절체절명 위기 = 7일 일본 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NEDO) 북경사무소가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내 태양광 기업은 늘어나는 재고를 감당하지 못해 50% 이상의 기업이 생산을 전면 중단했다. 

중국은 생산량의 98%를 수출에 의존하고 있고 수출량의 60~70%를 독일, 스페인 등 유럽국가에 공급해 왔다. 그러나 유럽 각국의 태양광 시장은 실물경제 둔화의 영향을 받아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수요가 줄면서 제품의 가격도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다.  

더욱이 중국은 올해 하반기부터 지속된 유로화 가치하락에 따라 수출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에 봉착해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은 유럽수출을 피하고 신규 투자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NEDO 북경사무소는 "중국은 최근 수년간 자국내 태양광 시장이 충분히 육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계획적으로 해외시장에 의지하는 경향에 강했다"며 "특히 EU시장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대단히 취약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중국 태양광 산업은 '엎친데 덮친격'으로 전 세계적인 주가하락의 영향을 받고 있다. 일례로 나스닥에 상장한 썬텍(Suntech Power)의 주가는 지난해 11월 주당 90달러까지 상승했다가 최근 12달러로 폭락했다.  

앞서 중국내 태양광 기업들은 국내외 주식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을 무기로 유럽시장을 겨냥해 막대한 투자를 해왔다. 단기간에 시황이 회복되지 못하면 기투자금이 그대로 불량채권이 될 판이다.  

수요감소로 인해 폴리실리콘 가격이 급락한 것도 중국을 옥죄는 악재다. 시장이 경색되면서 최근 몇개월간 폴리실리콘 현물가격은 kg당 400달러선에서 최근 200달러선으로 곤두박질쳤다. 일각에선 100달러선까지 하락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중국내 후방 산업체들은 원재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총계약액의 5~10%에 달하는 보증금을 지불하고 5~10년까지의 장기계약을 체결한 기업이 상당수인 것으로 전해진다. 모듈값은 큰 폭으로 떨어지는데 비싼 원재료를 들여 제품을 만들어야 할 상황인 것. 

NEDO는 "이런 계약을 체결한 기업들은 단기간에 궁지에 몰려 시장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더욱이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된다면 절반 이상의 중국 태양광 기업이 파산에 노출될 위험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내 태양광 기업은 폴리실리콘 40개사, 웨이퍼 70개사, 셀(Cell) 30개사 등 모두 500개사에 이른다.

◆ '강건너 불' 아니다 = 오늘날 중국 태양광 시장이 처한 위기는 '강건너 불'이 아니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신규로 시장에 진입한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 급변하는 세계시장의 추이를 파악하고 대처하는 능력이 빈약한 상태다. 

더욱이 태양광 시장은 밸류체인이 분화된 산업의 특성상 상위 공정의 어려움이 후방 산업으로 전파돼 산업 전반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 우리 기업들도 중국 기업의 전철을 밟게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당장 이같은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다수의 폴리실리콘 공급계약이 파기되고 있고, 폴리실리콘 수급난을 전제해 맺어진 국내 기업간 거래도 결국 파기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국내 폴리실리콘 진출기업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전망이다. 

폴리실리콘 산업만 위태로운 것도 아니다. 동양제철화학 등의 폴리실리콘 회사와 높은 가격에 원재료 공급계약을 맺은 후방 사업체들은 초반부터 가격경쟁력을 상실해 해외수출이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들 기업은 실리콘사와 달러화로 공급계약을 맺어 국내 판매가 불가능하다.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내년 국내 시장은 초저가를 내세우는 중국 제품들의 각축장이 될 공산이 크다.  

태양광 산업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중국 시장을 전망한 NEDO의 보고서는 건전하고 내공있는 국내기업간의 가치사슬체제 확립이 왜 중요한지를 우회적으로 시사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 분위기 파악 못한 정부 = 세계 금융위기로 촉발된 이번 사태는 태양광 역시 산업규모에 걸맞은 내수시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사실을 잘 말해주고 있다.  

일본, 독일, 스페인 등은 탄탄한 내수시장을 만들어 외부 위협에 적절히 대처하고 있는 반면 대만, 중국처럼 내수기반이 전혀 없는 나라는 가치사슬 전반이 붕괴되는 참상을 대책없이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적절한 규모의 내수시장 조성은 산업에 역동성을 불어넣는 것은 물론 외부 리스크를 견뎌내는 최소한의 방패막이가 된다.  

내수시장 조성에 가장 효과적인 정책은 발전차액지원제(FIT)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이미 견고한 내수시장을 확보한 나라 대부분이 FIT로 산업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했다. 특히 FIT는 민간투자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RPS보다 비교 우위의 시책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간과한 우리 정부는 RPS가 FIT보다 낮은 재정지출을 수반한다며 제도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오는 2012년부터 RPS를 전면 도입한다는 계획 아래 내년 상반기까지 구체적인 적용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RPS는 대형 발전사업자를 위시한 국내 공기업들에게 신재생에너지할당량을 부여해 이를 의무적으로 달성토록 하는 제도다. 할당량을 부여받은 기업들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목표량을 채워야 하는데, 여기에 투입되는 예산은 그대로 전기요금에 반영돼 국민부담으로 떠넘겨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 과정에 투입되는 예산은 발전차액지원제를 유지하는 것보다 낮다는 보장이 없어 정부 RPS도입은 두고두고 뒷말을 낳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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